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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SDG 목표 3과 북한주민의 건강권'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SDG 목표 3과 북한주민의 건강권" 세미나가 열렸다.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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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이 제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이행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북한의 이행 현황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애림 아주통일연구소 연구원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23일 열린 '유엔 SDGs 목표 3과 북한주민의 건강권' 세미나에 참석해 "MDGs(밀레니엄개발목표)는 선진국이 개도국을 끌어준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SDGs는 모두가 참여한다는 대등성, 파트너십이 많이 강조되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도움받는 약자가 아니라 대등한 상태에서 참여한다는 논리로 인해 수용성이 높은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 연구원은 또 "인권을 다루든, 개발협력을 다루든 언어와 방법이 다를 뿐 같은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인권 상황에 대한 정보 요청을 하면 북한이 수동적일 수 있지만 개발협력을 위해 정보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수 있다. 인권 증진 차원에서도 SDGs가 좋은 도구가 된다"고 피력했다.  

손종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국장도 "2004년부터 북한이 인도 지원을 그만하고 개발협력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면서 "유럽의 엔지오(NGO)들이 그때부터 북쪽에 들어가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SDGs가 북쪽에도 의미있는 접근이 된다고 생각한다. 자국이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일방적 퍼주기란 남측 일부의 비판도 넘어설 수 있다"면서 "한반도 차원으로 SDGs를 확장해서 남북이 함께 남북공동감염병관리기구(가칭), 코리아아동기금(가칭), 한반도산림녹화기구(가칭) 같은 걸 시도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손 부국장에 따르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최근 북한에 선진 응급수술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남한과 미국을 포함해 여타 국가가 공동 진행하며 당사자인 북한도 재원을 내는 코파이낸싱(Co-financing·공동투자) 방식이다. 북한은 물론 미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교통사고 및 산재 사망사고율이 세계 3위이기 때문에 응급수술 시스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측은 남북종합개발협력 사업계획도 세우고 있다. 북한의 군지역 단위부터 농업·축산·보건의료·에너지 등을 종합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지난해부터 북한에도 제안해 둔 상태다.

이렇게 북한은 SDGs에 높은 수용성을 보이고 있으나,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각국의  SDGs 이행 정도를 점검하기 위해 해마다 발간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순위 표기에 필요한 최소 데이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순위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162개국 중 18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앞서 2017년 '유엔전략계획 2017~2021 지속가능하고 복원력을 갖춘 인간개발을 향해'라는 문서에 유엔기구들과 공동서명했다. 각 부문에서 북한 당국과 유엔기구들의 협력방향을 설정하는 등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현재 북한은 유엔에 제출할 '국가 자발적 보고서'(VNR)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란 2000~2015년까지 시행된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종료하고, 2016~2030년까지 새로 시행되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다. 빈곤·질병·난민 등 인류 보편의 문제와 기후변화·식수 같은 환경문제, 법·사회구조 등 경제사회 문제의 개선에 대해 17가지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세워 2030년까지 이행한다.

이날 세미나는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 국제행동 주간'을 맞이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소장 윤여상)가 주최한 것이다. 센터는 SDGs와 북한인권 문제를 연계시켜 북 인권 개선방안을 연구 중이다. 특히 SDGs가 제시한 17가지 목표 가운데 3조항에 해당하는 '건강권'을 북한인권 개선의 핵심으로 보고 우선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 이날 핵심 의제도 북한 주민의 건강권 실태와 향상 방안이었다.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SDG 목표3과 북한주민의 건강권'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SDG 목표3과 북한주민의 건강권"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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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10년간 의료인으로 활동했던 탈북민 한의사 김지은씨는 이날 "북한에도 좋은 처방들이 많다. 인삼건강식품은 세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면서 "골수염 치료 연구가 많이 돼 있고, 한약재의 수준도 높다. 외국서도 인정받는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그러나 김씨는 "발전된 나라들의 상품과 비교해 볼 때 중금속, 독성 검증이 뚜렷하지 않은데 이것이 해결되려면 남한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하려면 남북이 자주 만나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의료기구, 의약품 지원보다 북한의 자체 보건의료시스템을 활성화시켜서 그걸 유지하는 능력을 외부에서 도와주는 게 좋다"며 "시스템은 잘돼 있는데 그 시스템이 최근 몇십년 동안 많이 어려워지면서 효력이 발생 안하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임순희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위원은 "구금시설 내 결핵 등 질병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국제사회의 인도 지원이 구금시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인권유린 발생 사건의 절반 정도가 구금시설 내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특히 구금시설 내 결핵 같은 전염병 전파 우려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왔다.   

패널 발표 및 토론에 따르면, 북한은 마약·알콜·연탄가스 등의 중독 사망이 심각하다고 한다.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빈발해 평양의 경우 검침반이 조를 짜서 새벽에 돌아다니는 구조를 구축 중이라는 탈북민 전언도 있다. 또 양귀비·빙두(필로폰) 등 마약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나 정부 차원의 치료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한다.

특히 북한이 자랑하는 보편적 무상의료체계는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탈북민들의 주장이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환자가 직접 치료비를 지불하거나, 무허가 진료소를 찾거나, 마취제를 직접 사서 의사에게 주거나, 의약품을 장마당에서 직접 구매한다고 한다.  심지어 전기 수급 부족으로 인해 수술날짜를 잡으면 병원 주변 건물에 전력을 차단하도록 협의까지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테오도라 큐프짜노바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위원은 "SDGs 담화 안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이 설정목표들을 국가가 단독으로 달성하긴 어렵고, 민간에서 이를 달성하는 걸 정부가 막지 않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된 의료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대안을 찾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장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의약품을 불법 밀수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수급받도록 정부가 접근성을 확보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패널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북한 통계의 부족과 부정확성 문제에 대해 큐프짜노바 연구위원은 "독재국가엔 표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실제 문제를 보고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동기부여가 안 된다"며 "이런 구조가 있으면 사회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북한이 통계와 정보를 은닉하려 한다고 무조건 가정할 게 아니라 애초에 정보수집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북한이 적절한 능력을 갖추도록 외부에서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북한 내 고위급 정치인에겐 혜택이 되는 법안이지만 일반주민에겐 별로 필요없는 법안이 있다"면서 "애초에 추구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나온 것이 주민에게 필요한 정책인 것도 있다"고도 했다.  

시네 폴슨 서울유엔인권사무소 소장은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2030아젠다는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면서 "SDGs를 달성하려면 지역민·개발인력·유엔·정부·시민사회기구·기업·학자·언론 등 모두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양한 행위자의 공동 노력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 도달돼 차별과 소외의 행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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