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9월 19일 오후 5시 35분]
   
"우리는 돈을 바라는 게 아니다. JTBC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원하는 것이다."

멜로망스 소속사인 레이블 광합성의 관계자는 19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음악창작지원센터에서 진행된 '방송사 음악프로그램 음원 제작 및 수익 분배에 관한 불공정 관행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종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 김종휘 변호사와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 예술인소셜유니온 하장호 위원장이 참석했으며 박선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이 사회를 맡았다.

멜로망스는 지난 2018년 1월 21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2>에 출연해 이상민의 'You'를 리메이크한 곡을 공개했다. 멜로망스의 'You'는 당시 주요 음원차트 실시간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월간차트에서도 1위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음악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대모임'(가칭)은 멜로망스와 해당 곡을 제작한 레이블이 JTBC로부터 음원 수익에 대한 정산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JTBC 측과 레이블은 지난 3월 13일 '방송 가창 및 음원 계약'을 완료했으나 방송 이후 넉 달이 지나도록 음원 제작비와 음원 수익에 대한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You' 음원을 제작한 레이블 광합성 측은 지난해 3월, 5월, 6월께 여러 번에 걸쳐 정산을 요청했지만 JTBC로부터 온 답변은 "음원수익 정산은 제작비 이상의 수익이 발생해야 가능하다. (음원수익은) 해당 음원의 유통을 맡고 있는 인터파크 측으로부터 투자 받은 5억 원 이상이 되지 않으면 정산이 불가하다"라는 계약서에 없는 답변뿐이었다고 한다. 이후 레이블측은 6월 친분이 있었던 진행자 유희열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며 한 번 더 정산을 요청했지만 JTBC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이후 담당자와의 논의를 통해 8월 23일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지만 JTBC 측이 음원 수익 배분에 제3자인 인터파크를 끼워 넣으면서 계약은 또 한 번 틀어졌다. 레이블 측은 수정된 계약서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종휘 변호사는 "수정된 계약서에 인터파크가 들어가면 (아티스트는) 인터파크와도 수익금을 나눠야 한다. JTBC에게 준 인터파크의 계약금을 (아티스트가) 대신 갚게 된 구조다. 이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 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사업자인 JTBC는 매니지먼트사나 연예인에 비하면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JTBC가 인터파크의 투자금을 제작비 명목으로 (아티스트에게) 징수하고 수익률을 낮추는 것은 불공정거래 행위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레이블 측이 입은)피해규모 예상 액은 약 10억 원이다. 레이블 측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모두 갖고 있다. JTBC가 이 사태를 인정하고 개선책을 어떻게 강구할 것인지 고민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장호 위원장은 이러한 불공정한 계약이 한국 음악산업에서는 비일비재하다며 "지금도 피해받고 있는 예술인이 많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요즘 흔히 콘텐츠가 부를 창출한다고 얘기하지만 창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논의는 나오지 않는다"며 "이번 일을 통해 방송사가 음악 생태계를 망치는, 불공정 행위의 꼭대기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방송사와 플랫폼이라는 구조가 음악 생태계에서 예술 창작자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슈가맨2>에 출연한 다른 아티스트들의 상황에 대해 박선영 팀장은 "대부분 음원수익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자리에서 (이름을) 공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국회와의 협업을 통해 방송음악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멜로망스와 소속 레이블이 'You'에 대한 비용과 수익 정산을 받지 못한 것과 별개로, 해당 곡의 편곡 저작권 문제 역시 해결이 아직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길 사무국장은 "해당 곡의 원곡자가 편곡을 아직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재계약을 할 때도 레이블 측은 JTBC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광합성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공론화 사실을 알게 된) JTBC가 '료율(수익배분율)을 올려주겠다, 50%까지 주겠다'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해 왔다. 하지만 JTBC는 이미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우리에게처럼) 계약 내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정산해주지 않았다고 실토했다"라며 "이걸 알게 된 상황에서 우리가 JTBC와 합의하고 끝내면, 우리 역시 공범이 되는 게 아닌가. 우리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다. JTBC가 아티스트들에게 사과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발표하기를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JTBC는 1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방송된 <슈가맨2>를 비롯한 음악 프로그램 일부 음원 정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뮤지션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지금까지 제작한 음악 프로그램 정산 작업 전반을 점검하겠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겠다. 피해를 입은 뮤지션과 기획사에 대해 적절히 보상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