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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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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형사사건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훈령(수사공보준칙)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당연히 치열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현재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라,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검찰의 국정농단·적폐수사, 그리고 사법농단 수사 때는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조 장관의 가족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의혹이 나오자 '피의사실 공표를 하지 말라'며 검찰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원칙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논의 시기가 맞지 않다는 점과 국민의 알권리 침해 가능성 등을 들어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조 장관은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관계기관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제 가족을 둘러싼 수사가 마무리되면 시행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정공법으로 맞서고 있다.

'알권리' 내세우며 피의사실 흘렸던 수사기관  

사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전임인 박상기 장관 시절부터 있어왔다. 박 전 장관은 지난 7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기본으로 해서 수사공보준칙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훈령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법무부가 기존 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으로 바꾸고, 피의사실 공표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한하려는 훈령에 담겨 있는 내용은 ▲기소 전 피의자 소환 촬영 금지 ▲소환 일정 공개 금지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등 수사대상 공인(公人) 실명 공개 금지 ▲수사내용 유포 검사에게 장관이 감찰 지시 등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헌법 제27조 제4항), 형법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도록(형법 제126조)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상의 대원칙은 프랑스의 권리선언에서 비롯되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헌법으로 보장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미결수용자가 수사나 재판을 받는 동안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고 선언하고 있을 정도다(헌재 1999. 5. 27, 선고 97헌마137 결정).

무죄추정의 당연한 귀결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의사실이 공표되어서는 안된다. 만일 무죄로 판결이 날 경우에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심각한 인격권의 침해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헌법상의 대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사기관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하여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을 흘리면서 피의자나 피고인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수사기관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사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허용되기 어렵다. 영국의 경우 '공정한 재판의 이익'을 '언론자유의 이익'보다 명백히 더 우월한 것으로 다루면서 1981년 제정한 '법정모욕법'이 있다. 이 법은 피의자의 체포와 공소제기 이전에 피의사실을 보도하는 일체 행위를 법정모욕죄로 처벌하고, 모든 소송절차가 끝날 때까지 법정에서 나오는 정보 이외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는 사항의 공표행위까지 처벌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공판 전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금지한다. 연방대법원의 판례 또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형식의 여론재판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언론보도로 인하여 수사내용이 알려질 경우 일반 국민이 편견을 가지게 되고 공정한 재판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등 대륙법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 피의사실공표죄가 사실상 무력화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이 정권의 파수병으로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소위 공안몰이 수사에서 언론에 정보를 흘려 공안정국을 형성하고, 야당과 민주화운동을 위축시키던 수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서 피의자나 피고인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수사내용이 공표되는데도 불구하고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받지 않고 있다.

수사나 재판을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을 속된 말로 '죽일 놈'으로 만들어 방어권을 무력화시켜 놓고 수사를 하고 재판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 어떻게 정당화된다는 말인가?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정부에서 허용될 수 없는 야만적 방식인 것이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들 이미 망가진 인격권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치욕을 견디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통제해야 하는 이유다.
 
검찰 '조국 부인, 딸 진학 도우려 표창장 위조로 판단'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이 공개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로고 모습.

이날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정 교수가 딸의 대학원 진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적시했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로고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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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조절 필요하지만... 공보준칙 개정, 과감하게 시행해야

사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통제하는 방식은 훈령 등의 제정이나 개정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의사실공표죄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된다. 사문화된 피의사실공표죄를 현실화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의 문제와 충돌하게 된다.

알권리는 '국민이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로 언론에 전달하는 사람의 활동의 자유, 국민 각자가 국정에 관한 정보를 청구하는 권리를 포함한다. 현대 국가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형성을 위하여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가 규정되고, 그 하나로 알권리가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알권리의 보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내재적 한계가 있음은 물론 법률로 제한할 수도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하에 무차별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사람의 인격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수사의 진행상황이 공개되다보니 알권리 차원에서 당연히 허용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상의 원칙을 보더라도 피의사실 공표는 제한되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무차별적인 공표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알권리 차원의 공표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알리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누가 어떤 내용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정도를 넘어서야 할 이유도 없다. 공개의 대상을 어디까지 해야 할 것인지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공적인물의 경우에 한하겠지만, 그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훈령에는 피의사실의 공표가 불가피하더라도 공개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 그리고 내용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공표의 시기는 언제인지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알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고 개인의 인격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절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의 부인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수사 상황을 보면, 거의 생중계 하듯 피의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유명한 연예인이나 재벌기업 등 사회적 관심이 있는 분야의 수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논의가 이루어지다 보니 조 장관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생겨난 것이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 했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으로, 오해를 살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조국 장관의 가족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는 그 시행시기의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도 자체의 시행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제도는 어느 정부에서 시행하느냐, 그리고 누가 주도적으로 준비하느냐의 문제를 따질 일이 아니다. 필요성이 인정되면 어느 정부에서나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조국 장관을 반대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이더라도, 피의사실 공표가 헌법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개선해서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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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