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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많고 많은 정부부처 중에 일상생활에서 존재감을 의식하기 가장 어려운 곳은 어디일까. 개인적으로 나에게 그런 부처가 법무부다. 물론 검찰 개혁에 대한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는 시기야 법무부에 이목이 쏠리긴 한다.

하지만 평소에 검찰청 문턱을 밟을 일도 없는 사람으로선 이 부처의 영향력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가령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으로서 나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정책에 따라, 혹은 노동자로서 고용노동부 대변인의 발표에 따라 이런저런 영향을 받는다. 병원을 찾는 일이 해마다 늘어가고 노후가 여전히 불안함을 생각하면 보건복지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여기에 비하면 법무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가끔 다른 나라 소식 같을 때가 있다.

이러던 와중에 나는 작년부터 성적소수자를 위한 재단인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로 나는 법무부가 사실은 나의 일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임을 체감하게 되었다.

당시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법무부와의 오랜 행정소송에서 승리하고 다시 사단법인 설립신청을 했던 때였다. 그 전까지 법무부는 '국가 인권 전반에 관한 정책을 수립·총괄·조정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인권옹호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관장'하고 있지만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법인설립허가 대상 단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이 '국가 인권 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소수자는 국민도 아니란 뜻일까. 결국 기나긴 소송에서 이긴 끝에 작년에서야 비온뒤무지개재단은 1317일 만에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설립허가서를 전달 받던 날 회의실의 풍경은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해 지닌 법무부의 영향력

재단이 겪었던 지난한 싸움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얼마 전 조국 법무부장관이 후보이던 당시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였다. 이 날 현장에서 박지원 의원은 몇몇 목사에게 문의를 받았다며 동성애와 동성혼에 관한 질문을 후보자에게 던졌다.

조 장관은 이에 동성애는 '법적으로 허용하고 말 사안은 아니'라고 답했지만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건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성소수자 차별과 인권침해로 악명이 높은 군형법 92조의6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영외에서 동성애를 한 것까지 형사제재를 하는 것은 과하다'면서도 '만일 내무반에서 근무 중 동성애를 한 경우에는 보다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매우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 '국가 인권 전반에 관한 정책을 수립·총괄·조정'하는 법무부의 장관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할 제도에서 집단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이며 인권침해다.

따라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적당한 시기란 없다. 인권침해는 즉시 시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무반에서 근무 중 동성애'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병사들이 서로를 사랑함을 뜻하는 것인가 아니면 성관계를 말하는 것인가(왜 항상 '동성애'는 '성행위'와 동의어가 되어버리는 것인가).

비약을 통해 조 장관의 답변이 후자를 의미했다고 생각해보자. 만일 후보자가 군대 내에서의 성행위가 조직에 유해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면 특별히 동성애자 군인의 성관계만 문제 삼을 이유가 뭔가. 이성 간의 성행위는 무해한가? 본인의 답변이 애초에 '동성애' 혹은 '동성 간의 성행위'만을 문제 삼는 차별임을 모르는 것일까.

성소수자들이 법무부장관의 발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조국 후보자, 박지원 의원과 악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 조국 후보자, 박지원 의원과 악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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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육군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사건이 있었고 여기에 군형법 92조의6이 악용된 상황에서, 성소수자 가족들이 '이성애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오랜 시간 제도적 차별을 받아온 현실에서 그리고 성소수자를 향한 다양한 혐오와 차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과연 조국 법무부장관이 국민의 인권을 담당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어떤 개혁을 이뤄낼지 불안함이 든다.

청문회 이후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나왔던 성소수자 단체들의 비판 성명은 단순한 반발이 아니다. 그가 책임자로 앉을 부처는 실질적으로 성소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다. 나를 포함한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작년 법무부가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기본계획'에는 이전 정부들에도 담겨있던 '성적 소수자의 인권' 항목이 삭제되어 있었으며 '성소수자(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라는 미온적인 설명이 담겨있었다. 법무부가 더 이상 후퇴할 여지조차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이 더 뒤쳐진 발언을 한 셈이다.

아쉬운 점은 지금의 상황이 조국 법무부장관 본인의 후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지금껏 그는 성소수자 인권의 지지자임을 자처해왔다. 지난 2010년 조 후보자는 친구사이가 진행한 '성소수자 인권지지 프로젝트' 인터뷰에서 '행복추구의 핵심 중에 하나는 성적 지향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동성애'가 갑작스레 화두가 된 지난 대선 때, 허프포스트에 실린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사회의 인권지수는 그 사회의 소수자의 보호정도에 달려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이 보호되려면, 국민의식 외에 법과 판례가 바뀌어야 한다. 군인 동성애의 비범죄화, 동성애자의 군복무 허용, 동성혼 또는 시민연대협약 인정, 성전환자 성별정정 등 모두 그러하다. 나는 전직 국가인권위원으로 이러한 변화를 지지하고 있다."

 
존엄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참담함

당시 발언을 했던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금의 본인과 같은 사람일까. 누군가는 말한다. 안 그래도 장관 취임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냐고.

하지만 소수자를 포함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것은 법무부장관이 가져야 할 중요한 소임이지 애초에 취사선택이 가능한 태도가 아니다. 또한 그러한 소신은 장관 본인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이를 버리고 법무부장관을 하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후보자가 '더 크고 중요한 개혁이 있다'는 차별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면 추구해온 소신과 원칙이 떠나간 자리에 오로지 장관이 되겠다는 의지만 남게 되었다는 의미인가.

나는 세간의 촉망을 받던 지식인에게 고작 저 정도의 평가밖에 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그리고 지지여부를 떠나서 다른 이들도 이 상황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질문을 던졌던 박지원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그가 잘 조직된 교회의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이 단지 재선 때문에 그것도 목사의 혐오 선동에 휘둘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한다면 당혹스러운 감정이 든다. 아무리 한국 정치에 품위와 존엄이 사라진 지가 오래되었다지만 정당의 대표까지 지냈던 사람이 당장의 이익을 쫓아 그것도 혐오를 부채질 하는 것은 암담한 상황 아닌가.

결국 누군가는 험난했던 정치여정의 마지막을 재선을 위해 혐오세력과 결탁했던 모습으로 끝맺을 것이며 인권을 지지하고 진보를 외쳤던 누군가는 소수자에 대한 원칙과 소신을 버린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이게 정말 슬프지 않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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