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대회 자료사진

배구대회 자료사진 ⓒ 박진철

 
광주광역시 소재 한 중학교 여자배구 팀 선수와 학부모 전원이 '코치가 어린 선수들에게 폭행, 아동 학대, 인격적 무시 행위를 했다'라고 주장하며 8월 중순 코치를 경찰에 고소했다. 소속팀 선수 전원과 학부모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일이 불거진 학교는 2016년에도 고등학교, 중학교 배구부 코치 두 명이 성추행 등으로 물의를 빚어 교육청으로부터 해임처분을 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사건은 지상파 방송사의 저녁 뉴스에도 보도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광주광역시교육청도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학부모와 시민들께 사죄드린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3년 전 사건 직후 해당 학교는 중학교와 고교 팀 코치를 모두 교체했다. 선수와 학부모들은 당시 영입된 여자 중학교 배구팀의 A코치가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폭행·아동 학대·인격적 무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도 이번 사건을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루는 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현재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사와 조사에 들어갔고, 두 곳 모두 선수 전원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다. 앞으로 해당 코치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선수 학부모 "아동 학대·인격 무시, 더 이상 못 참아"

선수와 학부모들은 지난 8월부터 대한민국배구협회, 대한체육회, 광주광역시교육청에 해당 코치의 폭행·아동 학대·인격적 무시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탄원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그러면서 '해당 코치의 신속한 교체'를 요구했다.

선수 학부모들은 2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1년 8개월 동안 지도자를 믿고 참고 또 참아 왔다"며 "현재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더 이상 선수들을 해당 코치에게 맡길 수 없고, 지켜만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집단 행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와 학부모들은 관련 기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A코치가 아침 미팅 중 자신이 야기하는데 졸았다고(해당 아동은 빈혈로 그랬다고 함) 핸드백을 던짐. ▲훈련 중에 못한다고 선수 엉덩이를 걷어찼고, 처음에는 볼로 바운드시켜서 때리다가 나중에는 직접 때리고, 선배들을 시켜 볼로 후배들을 때리게 했음. 졸업생이 지도자들을 위해 사온 커피를 선수를 향해 던지는 폭행도 함"이라고 밝혔다.

또 "2018년 9월 CBS 대회 숙소에서는 다음 날 오전 9시 경기가 예정돼 있음에도 밤 자정까지 1방에서 2방으로 가방 옮기기, 양말 신었다 벗기 등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시키는 등 엽기적인 체벌도 서슴지 않았음. 또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미팅을 하며 어린 선수(아동)들을 학대함"이라고 주장했다.

선수와 학부모들은 이어 "A코치는 선수들에게 수시로 협박성 발언을 했음. '때리지 않고 욕하지 않고 너희들을 괴롭히는 방법은 수백까지가 있다', '너희가 운동할 때 있었던 일을 부모님께 이야기하면 나는 너희를 두 배로 공격할 거다. 내 인력을 총동원해서라도 괴롭힐 것'이라고 협박함"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훈련 내용이 맘에 들지 않으면 해당 선수에게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며 훈련에서 배제하고 따돌림(왕따)를 가함. 동계훈련 때 제대로 못하면 난방도 안된 방(체육관 내 휴게실)에 들어가라고 해서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벌벌 떨며 3시간을 서 있게 해서 감기에 걸리는 등 수차례 따돌림을 가함"이라고 밝혔다.

선수 학부모 대표 B씨는 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선수들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서 탄원서에 적시된 내용을 위주로 진술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코치 "사실 무근"... 학교측 "경찰 조사 결과 따라 결정"

이에 대해 해당 코치인 A씨는 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선수와 학부모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선수와 학부모들이 낸 탄원서 내용을 다 읽어봤다. 나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들이 지도자의 능력 부족을 이유로 교체를 요구하는 건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하지도 않은 선수 폭력, 학대 문제를 들어 공격하고 있어서 너무 억울하다"면서 "경찰에서 조만간 연락이 올 것 같다.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해당 코치는 지난달 중순부터 학교에 병가를 낸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은 현재 고교팀 코치가 중학교팀 코치까지 병행하도록 임시 조치를 취한 상태다.

해당 중학교는 원칙과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이 조사 결과를 학교에 통보하면 그걸 토대로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해당 코치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를 광주지역 배구계의 치명타로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다.

선수 학부모 대표는 "저희들이 대통령배와 CBS배 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까지 지도자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해당 코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재 초등학교 선수 학부모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아이들을 광주지역 중학교로 진학시키지 않고 타 시도로 전학가겠다고 말하고 있고, 이미 일부는 전학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의 우수 선수들이 광주지역 중학교로 안 올라갈 경우, 현재 중학교 선수들도 타 시도로 전학가는 사태가 연쇄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광주시 학교 배구 전체가 완전히 죽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히려 현재 중학교 학부모들이 우리가 해당 코치 문제를 해결할 테니,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타 시도로 전학가지 말아달라고 설득 중"이라며 "해당 코치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현재 초등학교에 있는 좋은 선수들이 타 시도로 떠날 가능성이 높아 정말 답답하고 난감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학교 11명 선수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배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해당 코치에게는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상태"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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