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산체스의 축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호아킨"을 넘어 라리가에는 "그래도 여전히 호아킨"이 뛰고 있다.

레알 베티스 소속의 호아킨은 26일 오전 4시(한국시각) 캄프누에서 열린 FC 바르셀로나와 2019-2020 라리가 2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16분 안드레스 과르다도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30여 분가량 뛰면서 호아킨은 2번의 드리블 성공과 1번의 키패스 성공하며 나름 분투했지만 팀의 2-5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바르사전 출장으로 호아킨은 라리가 통산 출장 경기 수는 520회로 늘어났다. 이번 시즌까지 라리가에서만 17번째 도전장을 내민 호아킨은 이미 라리가의 역사이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역사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호아킨의 520경기 출장은 라리가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1년 베티스에서 데뷔한 호아킨은 첫 시즌 리그에서만 34경기에 출장하며 순식간에 스페인이 주목하는 윙어로 성장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대한민국과 경기에서 승부차기 실축으로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호아킨은 라리가를 대표하는 측면 공격수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호아킨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두 시즌간 이탈리아의 ACF 피오렌티나에서 활약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시즌을 스페인팀(베티스-발렌시아-말라가-베티스)에서만 활약했다. 2000년 이후 라리가 역사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아킨은 지난 시즌까지 라리가에서만 16시즌 동안 뛰며 매 시즌 전부 2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3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은 13시즌이나 된다. 호아킨은 말라가 소속 시절 2011-2012 시즌 23경기 출장이 최저 기록일 정도로 압도적인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1981년생으로 올해 만 38세의 호아킨이 아직도 라리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그의 건강한 몸상태에서 기인한다. 자잘한 부상이 있긴 했지만, 호아킨은 커리어 내내 특별한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축구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호아킨이 선수 생활을 통틀어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 수는 38경기에 불과하다. 프로 무대에서만 19시즌을 뛴 선수의 기록이라고 믿기지 않는 수치다. 

호아킨과 비슷한 시기(2002~2018)에 라리가를 누볐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부상 이력을 보면 산체스의 '강철왕' 면모가 더욱 부각된다. 이니에스타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69경기에 결장했다. 일본 J리그 시절까지 더하면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가 79경기까지 늘어난다. 호아킨이 얼마나 부상없이 팀에 기여했는지 이니에스타의 기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미 라리가 역대 출장 6위에 등극한 호아킨은 이번 시즌 역대 2위까지 자신의 이름을 올릴 기회를 잡았다. 일단 조만간 5위 마놀로 산치스(524경기)를 넘을 예정인 호아킨은 프란시스코 부요(542경기·4위)-에우세비소 사크리스탄(543경기·3위)-라울 곤잘레스(550경기·2위)가 세운 기록에 차례대로 도전한다. 노장으로 분류되고도 30경기 정도는 우습게 소화한 호아킨의 역사를 봤을 때 이번 시즌 호아킨이 라울을 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1위 안도니 수비사레타의 622경기는 넘기 어려워 보이지만, 라울의 기록만 넘어서도 의미가 크다. 최다 출장자인 수비사레타가 골키퍼기에 라울을 뒤에만 둬도 호아킨이 라리가 필드 플레이어 최다 출전자의 영광을 안게 된다. 무엇보다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축구의 거대한 아이콘이었던 라울의 기록을 깨는 것만으로도 호아킨은 엄청난 족적을 남길 수 있다.

17년전 한국 땅에서 크게 좌절했던 풋내기 공격수 호아킨이 이번 시즌 스페인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할 준비를 마쳤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