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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판매점의 판매매니저로 있었던 황아무개씨가 8월 20일 추락사망했다.
 전자제품 판매점의 판매매니저로 있었던 황아무개씨가 8월 20일 추락사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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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8일 오후 2시 46분]

가전제품을 팔던 28살 청년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경남 김해의 전자제품 전문점 A사 판매매니저 황아무개(28)씨가 죽은 지 나흘이나 됐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황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경 A사 매장 인근의 상가 건물에서 추락 사망했다. 옥상에는 고인의 모자와 담배(꽁초), 라이터, 휴대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이 숨지기 하루 전날인 19일에는 황씨 담당의 고객이 124만원 상당의 캐시백(물건을 구입한 고객에게 돈을 적립해 주는 제도)이 처리되지 않았다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이날 황씨는 휴무였다. 

A사 점장은 이날 오후 4시경 황씨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라'며 알렸다. 이후 오후 7시경 황씨는 집에서 외출했고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성인의 경우 24시간이 지나야 실종신고 접수가 가능하다"고 신고를 받지 않았다. 

"업무상 원인에 의해 발생한 사건"

황씨는 B전자 위탁업체 소속으로, A사에서 3년째 B전자 가전제품을 판매해왔다. 

유족들은 고인이 남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정황으로 볼 때, 제품 판매 압박과 '직장 내 괴롭힘' 등 심적 압박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황씨는 B전자 위탁업체 소속이지만 A사 측에서도 업무지시를 받아왔다. 

유족 측은 "녹취록 등을 살펴보면, B전자 위탁업체 관계자는 팀장보다 고인한테 업무를 과하게 시켰다. 고인은 판매 실적을 올리는 데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유족들은 B전자 위탁업체 관계자가 황씨에게 '판촉비 100% 삭감' 등을 언급하며 실적을 압박한 메시지도 공개했다. 

한편 고인은 A사 관계자한테도 업무 지시를 받았다. A사 관계자는 황씨에게 "매출이 5백(만원)이다. 너무 고통스럽네", "직원별 목표 5개씩 숙지해라고 해줘. 무조건 하자", "낼 죽는다 이 상태면~", "상담 중이가. 꼭 팔아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유족들은 황씨의 빚 6000여만원이 제품 판매와 관련있다고 보고 있다. 황씨는 2018년 7월 28일부터 올해 8월 8일까지 일년여 동안 개인적으로 2192만원의 사은품을 구입했다. 고객에게 지급하는 사은품을 사비로 구입한 것이다.
 
 황아무개씨가 개인적으로 구입했던 사은품의 목록이다.
  황아무개씨가 개인적으로 구입했던 사은품의 목록이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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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품뿐만 아니라 캐시백 과정에서 돈을 대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캐시백'은 회사 판매 시스템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누락되거나 할 때는 판매매니저가 대신 돈을 내기도 한다. 

황씨 어머니는 A사의 다른 매장에서 같은 판매매니저를 하고 있다. 어머니는 "고객이 캐시백 때문에 항의한 날에 A사 관계자가 저한테 전화를 해서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저와 아들도 잘린다고 말했다"며 "이후 아들한테 연락을 하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은 평소에도 어머니 걱정을 많이 했다. A사 관계자가 아들과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저한테 말했던 대로 압박을 주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 황산하 노무사는 "황씨의 죽음은 업무상 원인에 의해 발생한 사건으로 보인다"며 "산업재해 신청을 하고, 사업주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그리고 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B전자 위탁업체 "빚 몰랐다" ... A사 "협박 없었다"

이에 대해 B전자 위탁업체 관계자는 "황씨는 우리 회사 소속이고, A사에서 업무 지시를 받으면 안 된다. 업무 주체는 B전자 도급업체다"고 했다.

그는 "황씨한테 빚이 6000만원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업무와 관련해 빚이 그만큼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촉비는 회사에서 별도로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고인은 올해 2월부터 판매 실적이 좋았다"며 "회사에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도와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A사 지점 관계자는 "고인은 B전자 도급업체 소속이 맞다. 업무 지시는 그쪽에서 주로 했지 우리 쪽에서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휴무일인 19일 전화 통화에 대해, 그는 "전화통화를 했지만 협박성은 없었다"며 "고객 캐시백에 대해 확인한 뒤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그 뒤에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고인의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 쪽에서 '회사에는 말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문제가 되면 저도 책임자로서 불편하게 된다'고 말했던 것이지 협박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판매매니저, #전자제품판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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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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