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일본 시민단체 "희망연대"와 면담에서 한일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희망연대"로 부터의 메시지를 전달 받고 있다. 왼쪽부터 시라이시 다카시 대표, 박 시장, 세토 다이사쿠 희망연대 사무국장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반(反)아베·진보 성향의 일본 시민단체를 만나 양국 진보 진영의 결속을 다졌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시민단체 '희망연대'의 시라이시 다카시 대표와 야마자키 마코토 중의원 등 회원 14명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시민사회는 강력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도 그것이 일본에 대한 적대가 아닌 아베 정권과 부당한 경제보복, 그 조치의 배경을 이루는 군국주의와 일방주의가 타깃임을 분명히 했다"며 "한국 속담에 '비가 온 뒤에 땅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다. 이번 교류를 계기로 우정과 평화가 지배하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단초가 단단하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희망연대는 서울시의 혁신 사례를 배우자는 취지로 지난해 6월 만들어졌다. 희망연대는 지난 8일 일본 도쿄의 참의원 회관에서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에 항의하고 서울시민에게 사과 의사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정도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시라이시 다카시 대표는 한국의 촛불집회에 감동해 같은 해 3월 '서울의 시민민주주의-일본의 정치를 바꾸기 위하여'라는 일본어 책을 펴내 박 시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희망연대는 이날 박 시장 앞에서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반아베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아베 정권은 일본 내에 혐한 의식을 부추기고 한국의 보수 반동세력과 연동해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고 있다. '내우를 외환'으로, 즉 소비세 인상과 연금 문제 등의 국내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비열한 정책이지만 안타깝게도 일본 내에서는 일정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중략) ...

우리는 '반일·반한'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반아베'로 뭉쳐 반격해야 한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 등 침략의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 한일청구권협정이 일본이 준 혜택이라거나 한국대법원 판결은 협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일본 사회로부터 불식시켜내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 아래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격차문제가 확대되면서 빈곤이 심각해졌다. 이에 한국에서는 민주적인 촛불혁명으로 보수정권을 무너뜨렸다. 촛불정신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아베 정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아베로 뭉쳐 한일시민의 교류와 연대로 우호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희망연대는 "일본에서는 언론이 너무 편향되어 왜곡 보도가 늘어나면서 여론을 잘못된 곳으로 이끌고 있다"며 "양심 있는 언론 관계자와 시민들의 공동 작업으로 팩트 체크 운동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기자들에게 "일본에서는 '판이 바뀌는 선거'가 안 된다는 점에서 시민운동가들이 우리를 굉장히 부러워한다. 우리와 정책이 비슷한 진보개혁파가 당선되기 어렵다"며 도쿄도지사 선거에 2번 출마했다가 모두 낙선한 우츠노미야 켄지 전 일본변호사협회 회장의 사례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