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 풍경과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하고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그래서 그 곡은 나의 여행 추억에 배경음악이 되었다. ⓒ Pixabay

 
오늘도 이어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언제부터인가 같은 노래가 반복되고 있다. 이유는 음원사이트의 음악을 순위대로 습관처럼 듣다 보니 어느새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던 것이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구입하고 한 곡씩 들으며 남들은 모르지만 내 마음에 드는 숨겨진 노래를 발견하고 혼자 간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도 알려진 한 곡을 들을 뿐 앨범의 전곡을 듣지 않게 되었다. 다시 휴대전화에 저장된 플레이 리스트를 천천히 누른다. 그러자 영화처럼 지난 여행의 추억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 풍경과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하고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그래서 그 곡은 나의 여행 추억에 배경음악이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음악을 다시 들으면 여행지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마치 여행 사진이나 풍경 영상을 보는 느낌이다. 올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떠날 준비는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여행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살짝 공개한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선곡이다.
 
헤르쯔 아날로그 앨범 앨범 <어서오세요 여름밤> 표지

▲ 헤르쯔 아날로그 앨범 앨범 <어서오세요 여름밤> 표지 ⓒ NHN벅스

 
헤르쯔 아날로그 - <어서오세요 여름밤>
 
석양이 제주의 바다를 바라보며 듣는 헤이쯔 아날로그의 음악은 여름 바다에 어울린다. 특히 <어서오세요 여름밤>은 가장 서정적인 앨범이다. 뜨겁고 북적이던 제주 해변에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다. 어두운 해안도로를 혼자 운전하며 가다가 차를 멈추고 하얗게 붉은 밝힌 고깃배가 떠 있는 세화 해변을 바라보던 기억이 아직도 눈앞에 선연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바다향이 가득했던 그 밤바다의 배경 음악은 제주를 여행하는 동안 늘 곁에 있었다. 당시 들었던 앨범은 제목도 여름 바다와 어울리는 <어서오세요 여름밤>이다. 그 중에 '바다'와 '여름밤'이라는 곡에는 보컬의 청순한 목소리에 묻어 있는 여름밤의 청량감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쿨렐레 피크닉 앨범 앨범 <알로하 기분 좋은 인사> 표지

▲ 우쿨렐레 피크닉 앨범 앨범 <알로하 기분 좋은 인사> 표지 ⓒ 우쿨렐레 피크닉

  
우쿨렐레 피크닉 - <알로하, 기분 좋은 인사>
 
와이키키 해변에 끝없이 펼쳐진 모래, 칵테일과 야자수가 가득한 하와이 섬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은 단연 우쿨렐레 피크닉의 <알로하, 기분 좋은 인사> 앨범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빨간 오픈카를 타고 멋진 선글라스를 쓰고 꽃무늬 남방을 입고 드라이브를 하며 나는 이 앨범을 흥얼거렸다(실제로는 그냥 작은 자동차였다).

하와이 전통악기 우쿨렐레의 통통 튀는 반주와 싱그러운 노래를 듣는 순간 당신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앨범 제목도 하와이와 어울리는 <알로하, 기분 좋은 인사>다. 나의 하와이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배경음악은 바로 이 앨범이었다. 그 중에 제목에서 이미 히비스커스향이 나는 '하와이 가는 길'과 백수 예찬가 '노세'를 추천한다.
 
캐스커 앨범 앨범 < ground part1 > 표지

▲ 캐스커 앨범 앨범 < ground part1 > 표지 ⓒ NHN벅스

  
캐스커 - < ground part 1 >
 
처음 노르웨이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폭포와 빙하 그리고 장엄한 산맥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꼈다. 캐스커의 앨범 < ground part 1 >을 듣다 보면, 마치 내가 느낀 거대한 자연의 감동을 캐스커가 음악으로 표현한 것 같을 정도였다. 몇 시간을 운전해도 지나가는 사람을 볼 수 없었던 가끔 외롭고 막막한 길에서 캐스커의 음악은 말 없는 친구가 되어 주었고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광활한 자연의 시간에서 우리는 잠시 스쳐 가는 시간 여행자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여행지에서 이 음반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특히 캐스커가 아이슬란드 여행을 한 후 직접 작곡했다는 이 음반은 아이슬란드의 경이로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 놓은 듯하다. < ground part 1 > 음반 중 내가 가장 많이 들은 곡은 '산'과 '광선(inst.)'이다. 이 곡은 마치 듣는 이가 우주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몽환적이고 매력적인 곡이다.
 
비긴어게인 앨범 <비긴 어게인> 앨범 표지

▲ 비긴어게인 앨범 <비긴 어게인> 앨범 표지 ⓒ 지니뮤직

 
비긴어게인 - <비긴어스>
 
어느 날 방송을 보다가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럽의 도시의 길거리에서 버스킹 하는 우리나라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유명 뮤지션들이 낯선 나라의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외국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들으며 함께 공감하는 모습은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남았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나는 버스킹 가수들이 거쳐 간 그 도시의 길을 걸으며 그 노래를 다시 들었다.

윤도현과 이소라, 유희열이 함께 만든 비긴어스 음악은 나에게 낯선 도시 이방인의 기분을 위로하듯 감싸 주었다. <비긴어게인>의 <비긴어스>(유희열, 윤도현, 이소라) 음반은 나의 유럽 여행의 배경음악이었다. 그 중에서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유희열, 이소라)'는 서정적인 파리의 에펠탑 야경을 보며 들었고 'With or Without You(윤도현, 유희열)'는 런던에서 에든버러로 향하는 기차에서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들었다. 창밖의 이국적 풍경과 감성이 지금도 음악을 들으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To Find You(유희열, 윤도현)'는 스위스 알프스가 자락의 마을 그린델발트에서 바라보던 눈부신 아이거산 북벽의 만년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매력적인 음악을 듣는 것은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어떤 노래든 당신의 여행에 음악은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올여름 여행에서 당신의 귓가에서 울리는 노래에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휴가에서 돌아온 당신은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며 힘겨운 어느 날 혼자 살며시 미소 짓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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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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