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시리즈> <신서유기> <윤식당> <알쓸신잡> <스페인하숙> <커피 프렌즈> 등을 기획 또는 연출한 나영석PD는 현존하는 최고의 예능PD로 꼽힌다. 하지만 나영석PD의 손을 거친 많은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2014년 정선편 시즌1부터 2017년 바다목장편까지 7번의 시즌을 이어온 <삼시세끼> 시리즈는 조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예능이다.

낯선 곳에서 여행지를 소개하거나(<꽃보다> 시리즈), 익숙한 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거나(<알쓸신잡>), 일반인 출연자를 상대해야 하는 프로그램(<윤식당>,<커피 프렌즈>,<스페인 하숙>)에 비해 <삼시세끼>는 공기 좋은 곳에서 말 그대로 끼니만 해결하면 되는 편안한 예능이다. 고정 멤버들은 물론이고 게스트들도 대부분 기존 예능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인물인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은 보는 재미가 더욱 커진다.

바다목장편을 끝으로 2년의 공백이 있었던 <삼시세끼>가 9일 산촌편으로 돌아온다. 산촌편은 <삼시세끼> 최초로 고정멤버가 모두 여성이라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커지고 있다. 작년 시청률 20%를 넘겼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뛰어난 연기호흡(또는 대결)을 선보였던 염정아와 윤세아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하다. 하지만 데뷔 후 예능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던 막내 박소담 역시 '미지의 캐릭터'로 시청자들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검은 사제들>의 빙의 연기로 9개 영화제 연기상 휩쓴 괴물신인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신인 배우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에서 엄청난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신인 배우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에서 엄청난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박소담은 이선균, 이제훈, 변요한, 진선규, 김고은, 양세종, 임지연, 서은수 등 많은 배우들을 배출한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 출신이다. 한예종 10학번 동기이기도 한 김고은과는 닮은 꼴 스타로 데뷔 초부터 많이 비교되곤 했는데 실제로 박소담과 김고은은 같이 수업을 들은 적이 거의 없어 썩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오히려 박소담은 영화 <봄>과 <간신>,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등에 출연한 이유영과 단짝이었다고 한다).

2013년 독립영화 <잉투기>로 주목 받은 박소담은 2015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과 <베테랑> <사도> <검은 사제들>에 잇따라 출연하며 단숨에 영화계가 주목하는 젊은 여성배우로 떠올랐다. 주란 역의 박보영과 함께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연덕을 연기했던 <경성학교>와 이준익 감독으로부터 "너는 조선의 눈을 가졌구나"라고 극찬(?)을 받았던 <사도>에서의 연기도 좋았지만 역시 박소담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작품은 <검은 사제들>이었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에 홀린 여고생 이영신을 연기하며 엄청난 열연을 선보였다. 김윤석과 강동원을 보러 극장에 갔던 관객들이 극장을 나올 때는 박소담의 연기에 반하는 경우가 많았을 정도.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청룡 영화제 여우조연상과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을 포함해 무려 9개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휩쓸었다. 2012년 <은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학교 동기 김고은 못지않은 화려한 등장이었다.

2016년 연극 <렛미인>에서 일라이를 연기하며 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힌 박소담은 2016년 6월 <뷰티풀 마인드>에 출연하며 드라마 주연 신고식을 치렀다. 박소담은 <뷰티풀 마인드>를 끝낸 후 곧바로 8월에 방영된 <신데렐라와 4명의 기사들>에도 출연했는데 <신데렐라와 4명의 기사들>이 사전제작 드라마라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박소담은 그 해 가을 연극 <클로저>에 출연하며 2년 동안 대단히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015년과 2016년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박소담은 2017년과 2018년 <대장 김창수>의 카메오 출연과 독립영화 <군산:거위를 노래하다> 정도를 제외하면 활동이 뜸했다. 하지만 박소담이 잠시 움츠려 있는 것처럼 보인 이유는 더 강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박소담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캐스팅되면서 지난 2년의 슬럼프를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기생충>으로 천만 달성 후 <삼시세끼-산촌편>으로 고정예능까지
 
 미술 선생님 제시카로 변신한 박소담의 능청스런 연기는 <기생충>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미술 선생님 제시카로 변신한 박소담의 능청스런 연기는 <기생충>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 CJ 엔터테인먼트

 
박소담은 <기생충>에서 미대 입학을 꿈꾸지만 현실은 반지하 화장실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찾아내고 기뻐하는 백수 아버지 기택(송강호 분)의 딸 김기정을 연기했다. 부잣집의 과외선생으로 들어간 오빠 기우(최우식 분)의 도움으로 그 집 아들의 미술 과외를 맡으면서 기정 역시 기택 가족의 '계획'에 동참한다. 도도한 제시카와 막말을 서슴지 않을 만큼 입이 거친 기정 사이를 오가는 박소담의 능청스런 연기는 <기생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포인트다.

박소담은 <기생충>을 통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천만배우에 등극하며 지난 2년 동안의 슬럼프를 가볍게 날려 버렸다(물론 2015년에 출연했던 <베테랑> 역시 13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베테랑>을 '박소담의 영화'라고 하기엔 비중이 너무 작았다). 그리고 박소담은 아직 <기생충>이 극장에서 흥행몰이를 하던 지난 6월 tvN의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산촌편> 출연을 결정했다.

사실 박소담에게 예능은 그리 익숙한 장르는 아니다. 지난 2016년 이해영 감독, 이엘, 조세호와 함께 출연했던 <라디오 스타>에서는 의외의 입담을 과시한 이해영 감독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낸 전문 예능인 조세호에 가려 입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 같은 해 tvN에서 제작된 <내게 남은 48시간>에서는 출연분량도 길지 않았을 뿐더러 프로그램 자체가 '웰다잉'이라는 실험적인 소재의 예능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이미 지난 7번의 시즌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예능이다. 특히 이번 산촌편은 사상 최초로 여성 배우들로 고정멤버를 구성해 더욱 새롭고 다양한 재미가 기대된다. 지난 2일에 공개된 티저 및 예고영상에서 박소담은 허당끼가 가득한 두 언니들을 케어하며 온갖 살림을 도맡아 하는 '만능막내'로서 매력을 선보였다. 본방송에서도 이런 매력이 잘 표현된다면 <삼시세끼-산촌편>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소담은 <기생충> 외에도 이미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를 만들었던 장률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의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여성 택배기사 역으로 데뷔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하는 <특송>을 촬영 중이다. 지난 2년의 아쉬움을 털어 버리기라도 하듯 20대의 끝자락에 엄청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박소담. <삼시세끼-산촌편>이 시청자들뿐 아니라 박소담에게도 좋은 '힐링'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박소담은 <삼시세끼-산촌편>에서 10살 이상 차이 나는 대선배들을 케어하는 막내 역할을 담당한다.

박소담은 <삼시세끼-산촌편>에서 10살 이상 차이 나는 대선배들을 케어하는 막내 역할을 담당한다. ⓒ <삼시세끼-산촌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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