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2019/20 시즌의 본격적인 시작을 예고했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 팀인 맨체스터 시티와 준우승팀인 리버풀이 커뮤니티실드에서 전면 충돌했다. 커뮤니티실드는 원래 리그 우승 팀과 FA컵 우승 팀이 맞붙지만 두 대회 모두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을 차지하며 리버풀이 출전권을 얻었다.

2002년 채리티 실드에서 커뮤니티 실드로 명칭을 바꾼 이 대회는 1908년부터 출발한 유서 깊은 대회다. 첫 대회 때는 프로팀과 아마추어 팀의 각 우승 팀이 맞붙는 대회였으나 111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1974년 대회부터 웸블리 스타디움이라는 주 개최지를 찾아 중립 경기로 치러졌다. 1993년 EPL이 출범하면서 현재의 대회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지금의 커뮤니티 실드는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전초전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본격적인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공식전이기도 하다.

한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격돌은 축구팬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두 팀 모두 지난 시즌 역사적인 트로피들을 챙겼기 때문이다. 맨시티는 잉글랜드에서 남자팀 최초로 도메스틱 트레블(리그, FA컵, 리그컵)을 달성했다. 한편 리버풀은 토트넘을 꺾고 지난해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 그렇기에 두 팀의 대결은 잉글랜드를 넘어선 세계적인 클럽들의 한판 승부로 주목됐다. 경기에 앞서 펩 과르디올라는 "라이벌들은 더 강해졌다. 모든 팀이 말이다. 하지만 우린 모든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라며 한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런던은 매우 덥다. 또 선수단의 몸 상태 역시 최상이 아니다"라며 커뮤니티 실드 역시 프리시즌의 한 경기에 불과함을 강조했다.

리버풀 역시 다르지 않다. 마네가 아직 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프리시즌 역시 불완전한 팀으로 치러야만 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실드의 의미는 프리시즌과 다르다. 분명한 공식전이고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다. 그 가운데 지난 4일, 2019/20 커뮤니티 실드가 웸블리에서 펼쳐졌다.

리버풀은 골키퍼에 알리송 베커, 포백에 알렉산도 아놀드, 조 고메즈, 버질 반다이크, 앤드류 로버트슨이 출전했다. 이어 중원에 파비뉴, 조던 헨더슨,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 포진했고 최전방엔 오리기, 살라, 피르미누가 나섰다.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 라인업에서 변동이 없었다. 다만 2선의 마네가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아 오리기가 선발로 나섰다. 현재 리버풀의 팀 사정상 최선의 명단으로 경기에 나섰다. 리버풀은 각 선수들이 자국 대표팀에서 지역 대회에 출전하며 프리시즌을 완전체로 준비하지 못했다. 프리시즌에 부진하여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으나 이 역시 '프리시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이유는 없었다.

한편 맨시티는 프리시즌에 완벽에 가까운 성과를 올렸다. 과르디올라는 라인업에 대해 프리시즌에 출전한 선수들을 중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라인업의 완성도보다는 경기 감각이 올라와 있는 선수들로 임하겠다는 의지였다. 골키퍼에는 클라우디오 브라보, 포백에 올렉산드로 진첸코, 니콜라스 오타멘디, 존 스톤스, 카일 워커가 출전했다. 3선에는 로드리를 두고 2선에 베르나르두 실바, 다비드 실바, 케빈 데브라이너를 포진시켰다. 최전방에는 르로이 사네와 라힘 스털링을 배치했다. 전통 스트라이커 없이 윙어들을 전방에 포진시켰다. 한편 신입생 로드리가 처음 투입됐고 뮌헨 이적설이 있는 사네가 선발 출전하게 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스털링 선제골, 압박에 막힌 리버풀

초반은 양 팀 모두 강하게 압박에 나섰다. 각 팀 모두 라인을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플레이했다. 그러나 맨시티가 조금은 더 효과적으로 움직였다. 전반 3분에 스털링은 압박을 통해 조 고메즈의 공을 빼앗고 슈팅까지 이어갔다. 4분에는 맨시티의 수비라인 조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인을 올렸다 내리면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리버풀은 다행히 실점하지 않은 채로 10분을 넘어섰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전반 10분 르로이 사네가 부상을 당하면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리버풀의 수비진을 타고 돌았다.

이때 맨시티는 분위기를 틈타 리버풀의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다. 리버풀은 거의 1자로 선 채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이후 연결된 프리킥에서 스털링이 놓치지 않고 어려운 동작으로도 슈팅을 연결했다. 알리송은 몸의 밸런스를 잃은 채 역동작에 걸려 실점할 수밖에 없었다. 스털링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인 끝에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스털링의 득점은 맨시티가 확실한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기여했다. 이후에는 데브라이너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 라인 조절, 다양한 라인업으로 효율적 움직임

맨시티는 12분 제수스가 사네 대신 투입되며 처음 중원에 변화가 생겼다. 킥오프 이후에는 스털링과 사네가 정통 스트라이커 없이 공격을 진행했다. 12분에는 변수로 인해 스트라이커가 투입되면서 라인에 변화가 생겼다. 로드리는 처진 3선에 위치하고 데브라이너가 라인을 올려 뛰었다. 2선은 베르나르두 실바, 다비드 실바, 라힘 스털링으로 구성됐다. 최전방에 제수스를 배치했다. 그러나 스털링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실바는 전방위로 뛰었다.

양 측면 풀백들도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로드리를 커버했다. 상대의 공격 때는 베르나르두 실바가 적극 수비에 가담하며 커팅했다. 로드리는 공식 경기 데뷔전이었음에도 키를 쥐고 빌드업했다. 전반 25분에는 아예 로드리가 홀로 3선에 위치하고 4명이 2선에 위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브라이너와 다비드 실바는 큰 보폭으로 넓은 활동량을 기록했다. 전반전에는 맨시티가 공격과 수비 두 가지 포인트를 모두 잡아냈다. 공격에서는 2선의 4명이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볼 배급해냈고 수비에서는 피르미누와 오리기를 묶어내는 데 성공했다. 
 
 맨시티 라인 변화 1

맨시티 라인 변화 1 ⓒ 김동현

   
 맨시티 라인 변화 2

맨시티 라인 변화 2 ⓒ 김동현

   
 맨시티 라인 변화 3

맨시티 라인 변화 3 ⓒ 김동현

 
다만 리버풀은 살라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골대도 맞추고 상대 수비 라인 브레이킹을 성공시키며 여러 차례 슈팅을 거듭했다. 특히 살라를 마크하던 진첸코가 볼 처리에 실패하고 자주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몸의 밸런스상에서 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34분에는 제수스까지 수비 가담하면서 살라에 대한 볼 배급부터 차단하는 수비를 했다. 리버풀은 살라가 고립되자 롱패스로 길을 찾으려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몇 차례 슈팅은 살려지지 못 한채 다시 분위기는 맨시티로 넘어갔다. 리버풀은 중원 싸움에서 밀린 게 컸다. 맨시티가 5명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도 했지만 리버풀의 파비뉴는 정적이었고 성과가 없었다. 헨더슨만이 몇 차례 패스 길을 만들어냈다. 이에 리버풀은 측면 공격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묶였다. 피르미누와 오리기 역시 결정적인 찬스 없이 전반을 마치게 됐다.

교체 없이 출발한 후반전, 리버풀의 공격진 포메이션 변화
  
 2019년 1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의 맞대결(자료사진) ⓒ AP/연합뉴스

 
후반전은 양 팀 모두 교체 없이 출발했다. 교체 카드는 아낀 채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을 올려 최고조로 맞불 놓을 계획으로 보였다. 후반 초반은 여전히 맨시티가 분위기를 가져왔다. 스털링은 47분, 오프사이드를 뚫고 침투했으나 아쉽게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져간 후 라인 컨트롤까지 깔끔하게 해냈다. 템포도 맨시티에서 조절하며 리버풀이 후반전 역시 밀리는 듯했다.

그러나 리버풀은 세트피스에서 확실한 찬스를 살려 분위기를 가져왔다. 후반 55분, 세트피스 찬스에서 반다이크는 한 번 튄 공을 때려 골대를 맞췄다. 골라인에 닿았으나 걸친 채 튕겨 나와 골은 되지 않았다. 리버풀 선수들은 골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골라인 판독기가 반다이크의 슈팅을 노골이라고 판정한 후, 아쉬움이 남을 새도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57분에는 직접 드리블한 후 슈팅으로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이에 분위기가 역전되자 과르디올라는 다비드 실바를 빼고 귄도간을 투입했다.
 
 맨시티 라인 변화 4

맨시티 라인 변화 4 ⓒ 김동현

 
리버풀은 후반 초반 빠른 스피드를 통해 전방 압박했다. 이에 로드리가 빌드업을 하는 데 있어서 한계를 보였다. 따라 귄도간의 투입은 후방으로부터 볼을 받는 허리의 인원을 늘리고 효과적으로 전방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귄도간은 로드리와 비슷한 선에서 공을 처리하고 배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맨시티가 변화를 주자 리버풀 역시 맞대응했다. 피르미누와 오리기가 전방위로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자 오리기와 피르미누의 위치를 바꿨다. 또 헨더슨을 우측면에 위치시킨 후 살라와 위치를 바꾸어가면서 돌아 들어가는 공격을 시도했다. 베이날둠과 파비뉴 역시 전반전보다는 더 눈에 자주 보였다. 이에 66분에는 파비뉴와 아놀드를 빼고 케이타와 마팁을 투입했다. 케이타는 좌측 중원에 위치했고 마팁은 센터백으로 뛰었다. 조 고메즈는 아놀드를 대신해 우측 풀백 자리에 들어갔다. 다만 고메즈는 후반 막판까지 풀백 위치지만 센터백에 가깝게 뛰었다. 마팁과 반다이크가 자주 세트피스 찬스에 자리를 비우고 공격 가담을 할 때마다 고메즈는 센터를 커버했다.
 
 리버풀 공격진 변화 1

리버풀 공격진 변화 1 ⓒ 김동현

 
68분에는 또다시 살라가 박스 안으로 들어오며 진첸코 가랑이 사이로 슈팅했다. 그러나 브라보가 선방하면서 득점에는 실패했다. 경기 내내 살라는 직접 찬스를 만들고 직접 마무리했지만 골 결정은 아쉬웠다. 70분부터는 살라를 센터포워드로 전환시켰다. 오리기를 좌측면에 두고 피르미누는 우측면에 위치시켰다. 동점골이 터지지 않은 채 20분가량을 남기자 공격 전술을 또다시 변경하는 모습이었다. 마네의 부재가 아쉽기도 했다. 한편 오타멘디의 수비가 돋보였다. 오타멘디는 리버풀의 중원이 날카로운 킥으로 살라에게 공을 전달할 때마다 효과적인 커버를 보였다. 진첸코가 다소 흔들렸지만 확실한 커버 플레이로 무실점을 지켜왔다.

경기는 후반부에 치달으며 치열해졌다. 몸싸움도 격해지고 움직임을 크게 가져가다 보니 고통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늘었다. 오리기에 이어 스털링, 헨더슨 등이 그라운드에 쓰러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동점골이 나오지 않자 리버풀 선수들은 공을 다급하게 처리했다. 맨시티는 여전히 상대의 공격 시 중원과 협력하며 커버했다. 74분에도 찬스가 나올 뻔했으나 중요 패스 길을 잘라냈다. 다만 역습은 자주 끊기는 장면이 연출됐다. 특히 귄도안은 패스 실수와 터치 미스를 연발하며 제 컨디션이 아님을 드러냈다.

중요한 순간 동점골,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지난 시즌 리버풀이 유럽 챔피언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세트피스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세트피스 찬스를 살려 분위기를 뒤집었던 바가 있다. 리버풀은 공격을 거듭하면서 세트피스를 얻어냈다. 결국 76분에는 동점골이 터졌다.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진을 넘어선 공을 반다이크가 적당하게 띄워뒀고 이를 마팁이 오타멘디와 진첸코 사이에서 해결했다. 머리로 확실하게 내려찍은 골이었다.

분위기를 살려 리버풀은 샤키리와 랄라나, 체임벌린을 투입했다. 랄라나는 교체 아웃된 헨더슨의 자리에 들어가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또 샤키리와 체임벌린은 윙어로 투입됐지만 피르미누와 오리기에 비해 수비적인 모습을 보였다. 투입된 만큼 많은 활동량을 지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살라는 다시 한 번 최전방으로 이동하였다. 
 
 리버풀 공격진 변화 2

리버풀 공격진 변화 2 ⓒ 김동현

 
맨시티는 교체 변화 없이 비슷하게 이어갔다. 리버풀은 동점골 이후 83분에 케이타의 슈팅까지 이어가며 역전골까지 노렸다. 85분에도 살라는 우측면을 파고들며 슈팅했지만 진첸코에 굴절된 공이 골대 위를 때렸다. 86분 역시 긴 터치를 끊어낸 살라의 슈팅이 이어졌다. 이날 살라는 10차례 슈팅을 때리며 리버풀의 18개 슈팅 중 반 이상을 때렸다. 맨시티 선수단은 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데브라이너는 다리 경련을 호소하며 주저앉았다. 결국 필 포든이 데브라이너를 대체하여 투입됐다. 포든은 귄도간과 호흡을 맞췄고 로드리는 더욱 라인을 내려 여유 있게 플레이했다.

92분에는 살라가 또 한 번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다. 경기가 후반부 끝으로 가는 상황이라 매우 중요했다. 이때 일대일 찬스를 놓쳤지만 튕겨 나온 공을 브라보를 넘겨 헤딩했다. 공은 거의 골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워커가 몸을 날려 수비했다. 골라인 바로 앞에서 흘러들어간 공을 오버헤드 자세로 날려보냈다. 팬들에게 '스카이워커'라는 극찬을 받은 수비였다. 이후 94분에 샤키리의 슈팅까지 이어졌으나 브라보의 선방이 경기를 승부차기로 이끌었다. 브라보는 이날 경기에 수훈 선수로 꼽힌 맨시티 선수 중 하나다.

박진감 떨어진 승부차기, 맨시티의 우승

승부차기는 리버풀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10명의 키커 중 9명이 성공을 시키면서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그러나 바이날둠의 페널티킥은 브라보의 장갑에 막혔다. 마지막 키커인 제수스 역시 놓치지 않고 득점하면서 결국 우승은 맨시티의 손을 들었다. 양 팀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서로 껴안는 등 훈훈한 마무리를 보였다. 맨시티는 통산 6번째 커뮤니티실드 우승이자 2연패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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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실드 맨시티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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