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찬열

세훈&찬열 ⓒ SM엔터테인먼트

 
세훈과 찬열이 엑소로 데뷔한 지 7년 만에 힙합 듀오로 나섰다. 두 사람의 포부는 음반에 참여한 뮤지션 명단이 대변한다. 프로듀싱을 맡은 개코, 곡 작업에 참여한 행주, 보이비, 그레이 등 힙합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기존의 댄스 팝과 거리를 뒀다. 공동 작업을 통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야심찬 도전이다.

마음과 달리 결과물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룹 안에서도 불쑥 등장해 곡의 감흥을 해치기 일쑤였던 두 멤버가 이렇다 할 개선 없이 뭉친 탓이다. 최신 힙합 트렌드를 적당히 따랐으나, 맛을 제대로 낸 지점은 거의 없다. 어중간한 톤으로 박자 맞추기에 급급한 랩, 음악과 겉도는 가창이 듣는 이의 집중력을 흐린다. 두 멤버의 상승효과도 기대 이하다. 둘의 하모니는 그저 '같이 부른다'는 수준에 머문다.
 

'What a life', '있어 희미하게', '부르면 돼' 등 3곡에 달하는 타이틀 중 내세울 만큼 뾰족한 곡은 없다. 인생을 즐기자는 간편한 메시지를 단조롭게 늘어놓는 'What a life'는 어떠한 동기 부여도, 공감도 되지 않는다. "난 신선 같고 신선해/난 친척 같고 친절해" 같은 느닷없는 말장난은 노래의 맥만 끊을 뿐이다.

프로덕션과 훅이 돋보이는 '있어 희미하게'는 무미건조한 랩이 곡의 재미를 해친다. 그나마 안정적인 타이틀곡은 '부르면 돼'다. 어색한 랩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찬열의 보컬을 들려줌으로써 곡의 활기를 찾았다.

나머지 수록곡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은 꽤 그럴듯한 리듬을 가졌지만, 이를 표현하기엔 두 사람의 랩이 너무나 정직하다. 곡에 흐르는 긴장감을 느긋한 랩이 뭉갠다.

다양한 사운드 소스로 멋을 낸 '롤러코스터'에서는 여물지 않은 애매한 톤이 두드러진다. "Yeah Yeah 원더랜드/환상의 세계로 가볼래", "Yeah 너는 가만히 즐기면 돼/계속 터지는 너만의 이벤트" 등 2절에서 두 멤버가 주고받는 랩이 다소 엉성한 것 또한 치명적이다. '夢(몽)'도 크게 다르진 않다. 시종일관 무심하게 읽어나가는 랩이 서정적인 노래의 무드를 방해한다.

경력이 무색한 완성도다. 시대 흐름을 좇아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다. 결정적 원인은 부족한 표현력이다. 음악의 매력과 가사의 내용을 말하기도 전에 전달력에서 발목을 잡힌다. 엑소의 랩은 데뷔 초부터 지적된 고질적 약점이다. 여기서 나아진 게 많지 않아 보인다.

어느새 데뷔 8년 차다. 이제 이들에게 음원 차트, 음악 방송 순위 같은 표면적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적 성장이다. 알맹이 없는 숫자놀음은 결국 대체되고 흐려진다.
 
 세훈&찬열

세훈&찬열 ⓒ SM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엑소 세훈 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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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평론가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 음악 작가 | 팟캐스트 <뮤직 매거진 뮤브> 제작, 진행 http://brunch.co.kr/@minj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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