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에 도전하고 있는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경쟁에 있어 큰 힘을 얻는 일이 일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경기 기록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여 정정할 수 있는데, 이의 제기 신청이 2주 만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류현진, MLB 올스타전 선발 '1이닝 무실점'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1회에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한국인 선수 최초로 MLB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등판,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자료사진) ⓒ AP/연합뉴스

 
이의를 제기했던 경기 내용은 지난 7월 15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렸던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였다. 당시 류현진의 투구 기록은 7이닝 2실점이었다.

그러나 다저스의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류현진의 실점 과정에서 수비수들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실점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검토가 2주 만에 끝났다.

7이닝 2실점 → 무자책으로 변경된 레드삭스 원정 경기

당시 경기 상황을 복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1회말 수비에서 류현진이 2실점했는데, 문제가 된 앤드류 베닌텐디의 유격수 앞 내야 안타에는 유격수 크리스 테일러의 실수가 있었다.

베닌텐디의 타구는 아웃이 될 수도 있는 땅볼이었다. 그러나 테일러의 송구가 1루에서 빠지는 바람에 주자 2명이 득점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안타로만 기록되는 바람에 고스란히 류현진의 자책점이 되었으며, 류현진은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은 자책점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개인 기록도 중요하다고 여겼던 다저스의 허니컷 투수코치가 사무국에 경기 기록과 관련한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이 순간에 수비 실책으로 투수가 실점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만일 실책이 없었을 경우 실점하지 않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그 순간에 일어났던 실점과 당시 출루한 주자가 득점할 때까지의 점수는 투수의 비자책점이 된다.

그 상황 이후에 일어난 실점까지 비자책점이 될 수도 있다. 그 실책이 아니었다면 이닝을 쉽게 끝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자책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박찬호가 페르난도 타티스 시니어에게 한 이닝 그랜드 슬램 2개를 허용했을 때에도 11실점이었지만 자책점이 6점이었던 이유도 실책이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기 기록이 7이닝 2실점에서 7이닝 무자책으로 바뀌면서 류현진의 7월 최종 성적은 5경기 32.2이닝 2자책점이 됐다. 승패 기록은 2승 무패에 평균 자책점이 1.10에서 0.55까지 내려갔다. 시즌 평균 자책점 역시 1.66에서 1.53까지 내려갔다.

7월 2승 무패 0.55, 7월의 투수상 도전?

이리하여 류현진이 5월에 이어 7월에도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 기록이 조정되기 전까지 류현진의 7월 성적은 2승 무패 1.10으로,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1.09)에 이은 리그 2위였다.

그러나 기록 정정으로 인해 류현진은 7월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1위가 됐다. 5경기에서 2승이었을 정도로 승운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머지 3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류현진이 내셔널리그 7월의 투수상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5월보다는 힘들다는 답이 나오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경쟁자였던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면서 쉬워질 줄 알았던 경쟁인데, 또 다른 투수가 7월에 뛰어난 성적을 보이며 류현진을 견제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슈어저의 팀 동료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다. 2009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로 슈어저가 FA 계약으로 영입되기 전까지 스트라스버그에게 주어진 짐은 너무나 무거웠던 내셔널스의 선발진이었다.

슈어저가 영입된 뒤에도 스트라스버그는 슈어저와 함께 내셔널스의 원투펀치로 팀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에도 14승 4패 평균 자책점 3.26을 기록, 내셔널리그 다승 선두를 달리며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트라스버그가 다승 선두가 된 계기는 바로 7월이었다. 류현진이 승운이 따르지 않아 5경기 2승 무패에 그치는 동안, 스트라스버그는 7월에 5전 전승 평균 자책점 1.14를 기록(투구 이닝 31.2이닝)하며 다승 선두로 올라섰다.

류현진보다 7월 평균 자책점이 조금 높지만, 5경기를 모두 승리한 만큼 스트라스버그의 7월의 투수상 수상 가능성도 꽤 높은 상태다. 물론 승리투수가 되는 데에는 팀 동료들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경기를 이긴다는 것 역시 투수의 역량 중 하나다. 때문에 내셔널리그 7월의 투수상 수상 여부는 추후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슈어저의 부상, 사이 영 상 경쟁은 조금 유리

내셔널리그 7월의 투수상은 조금 힘들지라도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경쟁에서 류현진은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 7월까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투수들 중 유일하게 1점 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이 135.2이닝을 던지며 평균 자책점 1.53에 탈삼진 117개를 기록하고 있는데, 다승 1위 스트라스버그가 평균 자책점이 3.26이라 경쟁에서는 류현진에게 많이 밀린다. 평균 자책점 리그 2위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10승 2패로 나쁘지 않지만 114이닝 투구에 94탈삼진으로 임팩트가 다소 떨어진다.

사실 올 시즌 성적으로 임팩트에 있어서 류현진을 강력하게 추격하던 경쟁자는 지난 해까지 2년 연속 사이 영 상 수상을 통해 통산 3회 수상을 기록했던 슈어저였다. 슈어저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기 전까지 이미 부상자 명단에 한 차례 다녀온 류현진보다 이닝에서 앞서 있었고, 189탈삼진으로 이 부문에서 앞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맥스 슈어저

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맥스 슈어저 ⓒ AP/연합뉴스

 
그러나 슈어저는 후반기에 들어와서 견갑흉부 점액낭염이 발견됐다. 7월 말에 부상자 명단에서 한 차례 복귀했지만 1경기를 던진 뒤 또 다른 등 부위의 부상이 발견되어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류현진의 투구 이닝(135.2이닝)이 슈어저의 투구 이닝(134.1이닝)을 추월할 수 있었다. 72개의 차이를 보이는 탈삼진 부문에서는 현실적으로 류현진이 슈어저를 따라잡기 어렵지만, 그 이외의 모든 지표에서 류현진이 슈어저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이 영 상 경쟁에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슈어저는 부상자 명단 최소 등재 기간인 10일이 지나는대로 바로 팀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슈어저가 사이 영 상을 첫 수상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200이닝을 넘기는 철완이긴 했다. 그러나 만 35세(1984년 7월 27일 생)로 그 동안 던진 기록이 누적 2000이닝을 넘겼을 만큼 몸이 예전같지 않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부상자 명단 등재는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슈어저는 팀 사정 때문에 빨리 복귀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와는 7경기나 벌어져 있어서 지구 우승은 힘들지만, 리그 와일드 카드 경쟁이 불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부지구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카고 컵스, 밀워키 브루어스 3팀이 2경기 이내의 승차에서 촘촘하게 지구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내셔널스와 같은 지구인 필라델피아 필리스마저 내셔널스와 승률이 동률이라서 와일드 카드 선두가 3팀이나 된다(컵스, 내셔널스, 필리스).

게다가 와일드 카드 5위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마저 선두권과 승차가 2경기 반이라서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자이언츠는 다저스와 승차가 무려 16경기나 벌어져 있어서 서부지구 우승은 일찌감치 내려놓은 상태지만, 와일드 카드 경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올 시즌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2장을 놓고 역대급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리하자면, 류현진은 분명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경쟁에서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크게 앞서있는 상태다. 다만 슈어저, 소로카 등 다른 경쟁자들이 각 소속 팀의 순위 경쟁 때문에 분발하고 있는 만큼 류현진의 수상을 장담할 순 없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서 류현진이 내셔널리그 7월의 투수상을 받을 가능성은 5월보다 적다. 다만 평균 자책점 지표에서 스트라스버그를 압도한 만큼 이달의 투수상을 한 번 더 수상한다면 사이 영 상 경쟁에서 크게 앞설 수 있는 계기도 만들 수 있다. 갈수록 시선을 집중하게 되는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경쟁 구도를 계속해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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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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