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팬더’ 아오르꺼러

‘쿵푸 팬더’ 아오르꺼러 ⓒ 로드FC


각 격투기 단체별로 헤비급 혹은 무제한급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당 체급은 빼어난 기량 못지않게 신체조건을 타고난 파이터들만이 경쟁할 수 있는 무대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체급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선수들이 충돌, 매 경기마다 파워가 넘쳐흐른다. 둘이 합쳐 200kg이 훌쩍 넘는 '괴수 대전'은 격투기에 별반 관심 없는 일반 팬들의 시선까지 잡아끌기 일쑤다.

때문에 헤비급(무제한급)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느냐에 따라 각 단체의 수준이 평가되기도 한다. 한때 전 세계 입식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K-1 월드그랑프리'는 체급의 한계는 두지 않았지만 사실상 무제한급에 가까웠다.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 등 아주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헤비급 혹은 슈퍼헤비급 선수들의 힘겨루기 경연장이었다. 가벼운 축에 속해봐야 라이트헤비급 정도였다.

프라이드가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무대로 명성을 떨쳤던 데에도 '헤비급 빅4'의 영향이 컸다.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 '미노타우르스´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의 대립구도에 이후 '동안의 암살자' 조쉬 바넷이 가세하면서 4인 4색의 흥미로운 스토리가 그려졌다.

현존 MMA의 대세 UFC 역시 마찬가지다. 안드레이 알롭스키, 팀 실비아가 헤비급을 양분하던 시대까지만 해도 척 리델이 흥행을 이끌던 라이트헤비급에 다소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신성 4인방의 등장과 함께 무게감이 확 달라졌다. 케인 벨라스케즈,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브록 레스너, 쉐인 카윈 등은 자신만의 파이팅 스타일에 캐릭터까지 갖추며 UFC 헤비급 황금시대를 선도했다.

현재는 노쇠화, 부상, 은퇴 등으로 한때의 역사가 되고 말았지만 헤비급에 큰 영향을 끼친 것 만큼은 분명하다. 그들이 빠진 자리는 'DC' 다니엘 코미어, '세계 최강의 소방관' 스티페 미오치치, '포식자' 프란시스 은가누, '테러리스트' 데릭 루이스, '면도날' 커티스 블레이즈 등이 이끌어가고 있다.

국내 최고 입식격투기 단체 맥스FC 또한 헤비급에 힘이 더해지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당초 헤비급에서 내세울 수 있는 스타급 선수는 '백곰' 권장원(22·원주청학)뿐이었다. 어린 나이, 기량, 스타성 등에서 권장원은 훌륭한 재목이었지만 한명으로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권장원이 주요 헤비급 대회에 매번 나올 수도 없고, 대진표를 짜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명현만(34·명현만멀티짐)이 입식무대로 돌아왔고 현재는 신구 라이벌 구도로 묵직한 관계가 형성됐다. 최근 경기서 명현만이 노련미를 앞세워 권장원을 무너뜨렸지만, 아직 한창 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다음번 승부에서 권장원이 리벤지를 성공시킨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다.
 
 '괴물레슬러' 심건오

'괴물레슬러' 심건오 ⓒ 로드FC

 
괴물 레슬러? 이번에는 레슬링 보여줄까
 
국내 최고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 역시 무게감 있는 헤비급 파이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현재 로드FC 홈페이지에서는 제롬 르 밴너, 밥 샙, 마이티 모, 후지타 카즈유키, 길버트 아이블 등 전성기가 한참 지난 유명 노장 파이터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사실상 경기를 뛰지 않고 이름만 올려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베테랑을 보며 로드FC 헤비급의 위치를 평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사실상 로드FC 헤비급 흥행을 이끌어가는 선수들은 '괴물레슬러' 심건오(30·김대환MMA), '전직 야쿠자' 김재훈(30·팀 코리아MMA), '싱어송 파이터' 허재혁(34·IB짐), '쿵푸 팬더' 아오르꺼러(24·XINDU MARTIAL ARTS CLUB) 등이다. 최소 120kg 이상의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하는 리얼 헤비급 체구를 자랑한다. 해당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헤비급 체구는 타고 나야 한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다.

심건오, 김재훈, 허재혁, 아오르꺼러 등은 캐릭터적인 면에서도 제각각 다양한 색깔을 뿜어내고 있다. 특히 로드FC가 자랑하는 도발 콘셉트에서 하나같이 강한 모습을 보이며 단체 흥행 전략과 궤를 함께하는 모습이다.

심건오는 XTM 격투 서바이벌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 4-용쟁호투>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동양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전형적 헤비급 체형(신장 188cm·평체 130kg이상)을 갖춘 데다, 오랜 레슬링 경력까지 갖추고 있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주최측 역시 '한국판 브룩 레스너'로 밀며 심건오 띄워주기에 적극 나섰다. 레슬링 실력을 갖춘 중량급 선수에 목말라 있던 팬들 역시 '거물 기대주가 등장한 것 아니냐'며 남다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데뷔전에서 프레드릭 슬론을 맞아 2라운드 중반 키락 공격을 성공시키며 첫 승을 따낼 때까지만 해도 기대가 높았다.

당시 심건오는 슬론의 타격에 엄청나게 얻어맞았지만 맷집으로 버티어내며 결국 그라운드에서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어설픈 점은 많았으나 데뷔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점수를 줄만했다. 하지만 이후 팬들의 기대치는 급속도로 떨어져버린 것이 사실이다. 레이싱 모델 이은혜와의 열애 해프닝 등 다양한 이슈는 곧잘 만들어내고 있지만 기량적인 어필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데뷔 당시와 비교해 별반 발전된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거니와 무엇보다 레슬러 출신이면서 레슬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이유가 크다. 심건오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다음달 8일 있을 크리스 바넷과의 2차전에서 "무한압박을 바탕으로 타격거리를 주지 않으면서 레슬링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야쿠자 파이터’ 김재훈

‘야쿠자 파이터’ 김재훈 ⓒ 로드FC

 
'야쿠자' 캐릭터... 화제성은 후끈, 성적은 찬물
 
'전직 야쿠자', '야쿠자 파이터'로 불리는 김재훈은 헤비급은 물론 로드FC 전 체급을 통틀어 가장 흥행성이 높은 파이터로 불린다. 권아솔과 함께 화제성 하나만큼은 최고 수준이다. 그는 XTM 예능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3-영웅의 탄생> 출연을 통해 자신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촉망받던 검도 유망주 출신, 야쿠자 회장의 경호원 생활 등 파란만장한 과거를 뒤로 하고 로드FC에서 파이터로 데뷔했다는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험악한 체구와 달리 귀여운 매력을 어필하며 연일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보통 파이터가 이정도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적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재훈은 신기한 캐릭터다. 지난 2014년 데뷔한 김재훈은 지금까지 4전 전패를 기록하며 아직까지 첫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매번 자신감 있게 상대를 도발했지만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많지 않다. 덩치나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팬들을 실망시키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값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 중이다.

경기 중 보이는 김재훈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팬들의 남다른 흥미를 끄는 모습이다. 너무도 잘 알려진 '궁극의 52연타', '샤샤샤 펀치'는 물론 '허허실실 뒤돌려차기', '샤샤샤 암바', '샤샤샤 파운딩' 등 경기를 거듭할수록 그가 구사하는 기술에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말만 앞서고 성적은 따르지 않는 데 대한 조롱 섞인 반응의 의미도 있다. 야쿠자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야쿠자 망신시키고 있다", "자존심 상한 야쿠자가 한국으로 쳐들어오는 것 아니냐", "실제로는 야쿠자 사무직 아니었냐"는 등 비아냥 섞인 비판도 따라붙고 있다.

시합에서 패배 후 "장염으로 시합 전에 화장실을 19번이나 다녀왔다"는 말에 대해서는 "52연타도 그렇고 어떻게 그 상황에서 화장실 횟수까지 셀 수가 있느냐"며 "숫자에 능한 것을 보니 사무직이 맞는 것 같다"는 해학적인 반응도 쏟아졌다.

김재훈은 영리하다. 그같은 상황을 외려 즐기는 모습이다. 본인 역시 자신을 둘러싼 반응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위트 있게 받아치며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데 자발적으로 보태고 있다. 현재 파이터 생활과 사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배우 금광산과의 '드림매치(?)'까지 종종 언급하며 헤비급 흥행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상황이다.

심건오와 김재훈이 토종 인기스타라면 아오르꺼러는 외국인 파이터 중에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188cm, 148kg의 육중한 체구를 앞세워 힘으로 상대를 정면에서 압박하는 파이팅 스타일을 즐긴다. 밥 샙, 후지타 카즈유키 등 인지도 있는 상대들을 잡아낸 것을 비롯 김재훈과의 2번에 걸친 승부 역시 모두 이겼다. 적어도 로드FC에서만큼은 강자축에 속한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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