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신을 억압했던 불의에 한 방 먹인 송가경(전혜진)이 기자들에게 공세를 받고 있다. 그 때 가경이 늘 '우습다'고 했던 차 한 대가 나타난다. 가경을 곤란에서 구해낸 그 차 안에는 차현(이다희)과 배타미(임수정)가 타고 있다.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던 세 여자는 함께 바닷길을 질주하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지난 25일,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아래 <검블유>)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세 여자가 연대해 정의를 지켜내고 자유를 만끽하는 결말은 너무나 멋있었다. 보기 드물게 주체적이고 열정적이면서도 사려 깊었던 이들 세 여성을 만나는 일은 가슴 뿌듯한 경험이었다. 이 뿌듯함을 현실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드라마 속 명대사들로 이들을 기억해본다.

자신을 지키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배타미 
 
 <검블유>의 타미(임수정)는 현실에서 자신의 욕망을 실천해가는 캐릭터다.

<검블유>의 타미(임수정)는 현실에서 자신의 욕망을 실천해가는 캐릭터다. ⓒ tvN

  
"내 욕망엔 계기가 없어. 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 근데 니 욕망은 불법이야. 부디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길 바라."(2회)
 
드라마 초반 부당하게 유니콘을 대표해 청문회 자리에 나가게 된 타미는 청문회 자리에서 추승태 의원의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밝히며 위기를 모면한다. 이후 추승태 의원은 "청문회도 유니콘도 물 먹이고 니 욕망만 챙기는 너 같은 여자가 제일 싫다"고 타미를 비난한다.

남성의 욕망은 성매매와 같은 범죄로 이어져도 크게 문제될 것 없고, 여성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욕망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가부장적 사고를 드러내는 이 말에 타미는 위처럼 한 방 먹인다. 사이다 같았던 이 대사처럼 아무 이유 없이도 여성도 욕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욕망에 당당해도 된다.

"넌 나를 보고 꿈을 꾸잖아. 그래서 못 가. 니가 꾸는 꿈에 방해가 될까봐."(10회)

이런 타미의 욕망은 어른스럽고 책임질 줄 안다. 타미는 10회 야근을 마치고 아라(오아연)와 함께 택시를 탄다. 택시 안에서 "요즘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아라의 말에 힘들 때 타미는 너에게 위로받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힘을 내고 있음을 알고, 그 마음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건강한 욕망'을 실천하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니가 결혼을 하고 싶은 건 해명할 필요가 없잖아. 근데 난 결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지금 너한테 이렇게 많은 걸 해명하고 있잖아." (12회)

12회 타미가 모건에게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다 내뱉은 말이다. 이 대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소수인 사람들을 대할 때 갖게 되는 차별적인 태도를 잘 지적해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이성애자한테 왜 이성애자가 됐냐고 묻지 않고,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 왜 장애가 없냐고 묻지 않고, 결혼한 사람에게 왜 결혼했냐고 묻지 않는다.

하지만 동성애자에게는 왜 그 사람을 좋아하냐고 묻고, 장애인에게는 왜 장애를 갖게 됐냐고 묻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왜 결혼도 안 했느냐고 묻는다. 어느 한 쪽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쪽에게는 이유를 캐묻는 것. 이건 분명 차별적인 태도다. 타미는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것과 설명해야 겨우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의 차이를 볼 줄 아는 감수성 높은 인물이었다.

정의의 참된 의미를 실천하는 차현
 
 <검블유>의 현(이다희)는 정의의 편에서 싸우는 캐릭터다.

<검블유>의 현(이다희)는 정의의 편에서 싸우는 캐릭터다. ⓒ tvN

  
"사과하지 마세요. 타미. 본인 잘못 아니니까" (5회)

5회 현은 실검 1위에 오른 후 "피해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타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사죄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절한 조언이었다. 먼저 죄송하다 말하는 게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미안하다' 말하는 일이 매우 흔하다.

이런 분위기는 위로를 받아야 할 피해자가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며 사태에 책임을 지는 부당한 상황으로 이어지곤 한다. 현은 이를 간파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실검사태에서 타미는 분명 피해자였다. 마땅히 피해자로서 보호를 받고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었다.

"기분이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지, 왜  기분이 태도가 되냐고." (11회)

11회 현은 설지환(이재욱)의 촬영장을 방문했다 선배 배우가 지환에게 함부로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기분이 좀 안 좋아서 저런다"는 지환의 설명에 이렇게 말한다. 이 대사는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의 핵심을 담고 있었다. 누군가에 대한 호불호를 느끼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냥 좋고 싫음을 느끼는 것과 이를 태도로 드러내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강아지를 학대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감정이 태도가 될 때, 그건 폭력이 된다. 자신의 감정은 알아차리되,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행동할 줄 아는 것. 관계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다.
 
"자부심, 열정 좋죠. 근데 그 시절을 그렇게만 기억하는 건 너무 기만이에요. 난 그 때 너무 힘들었고 죽고 싶었고 건강도 다 망가졌던 좋기만 했던 기억 아니예요." (12회)

12회에 바로는 마이홈피서비스를 폐지하기로 결정한다. 마이홈피 담당자는 자부심과 열정의 상징이라며 폐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이에 현은 영광 속에 가려진 힘들었던 기억들을 이야기한다. 사실 현실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종종 성공을 떠올릴 때 결과만 볼 뿐, 그 뒤에 가려진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땀은 종종 잊어버린다. 역사를 설명할 때도 '업적'만 기릴 뿐 그 뒤에 가려진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은 외면한다. 하지만 큰 성공 뒤에는 그 만큼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사회에서도, 기업에서도 성취 뒤에 가려진 보통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을 기억할 때 그 성취는 보다 값진 것이 될 것이다.

불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권력을 추구한 여자 송가경
 
 <검블유>의 가경(전혜진)은 자신을 억압하는 불의에 대응하기 위해 권력을 꿈꾼다.

<검블유>의 가경(전혜진)은 자신을 억압하는 불의에 대응하기 위해 권력을 꿈꾼다. ⓒ tvN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걸 권력이라고 하지"(2회)

가경은 세 여성 중 권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욕망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권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2회 가경은 자신 대신 청문회에 나가 곤혹을 치르고 억울해하는 타미에게 위처럼 말한다. 이는 권력의 속성을 너무나 쉽고 명확하게 설명한 한마디였다.

현대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하기 싫은 일을 피하거나 누군가에게 대신 시키고, 그 사람에게 책임까지 지울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이 없는 자는 이에 따를 뿐이다. 이 말은 타미에게도 해당하지만 KU그룹이 가진 권력 앞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빗댄 말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앉아 불의를 도모하면 그 불의가 정당해진다고. 그게 권력이야." (15회)

가경은 그 누구보다 권력의 불의를 목격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정부의 개인정보 열람 방침에 대해 정의를 외치며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는 타미와 현보다 신중하게 이 문제에 접근한다.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가경에게 왜 그러냐며 따지는 타미에게 가경은 위처럼 말하며 권력의 속성을 알려준다. 이 말은 현실에서 권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메시지이기도 했다.

"정의를 지키는 일에 정치적 입장이라는 게 있습니까." (16회)

이런 가경은 정의를 전략적으로 지켜낸다. 가경은 KU그룹을 한 방 먹일 증거를 모으자마자 곧바로 정의의 편에 서서 '정부의 개인정보 열람 반대' 입장을 유니콘 첫 화면에 띄운다. 이에 왜 단독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냐고 묻는 회사 임원들에게 가경은 위처럼 일침한다. 정의는 정치적 입장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다. 가경의 정의감은 타미와 현보다 현실적이었지만 단호했고, 더 큰 파문을 불러왔다. 결국, 권력을 이용해 불의를 도모한 자들에게 한 방 먹인 건 가경의 결심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욕망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려 했던 타미, 정의의 편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해온 현, 불의를 피하기 위해 권력을 추구했던 가경. <검블유>의 세 여성은 이처럼 서로 달랐지만, 동시에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한 인물들이었다. 욕망을 인정하고, 표현하며,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한 세 여자. 이들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난하기 보다는 존중하고 때로는 서로 협력했다. 게다가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설 때 어떤 일이 생기는 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러니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바닷가를 시원하게 질주하는 이들이 만끽했을 해방감이 현실에서도 느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에도 실립니다.
검블유 임수정 이다희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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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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