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포스터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포스터 ⓒ 오드 AUD , 티캐스트

 
주사위를 던졌을 때 예측 가능한 경우의 수는 모두 여섯.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선택이 가져오는 경우의 수는 몇일까? 사람과 사람, 그 관계 속에서 하나의 선택은 하나의 결과를 가져오고, 예측 불가능한 이 결과는 때로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동생 아나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는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가 두 자녀와 함께 고향을 찾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마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 모두 모인 결혼식의 흥겨운 파티는 라우라의 딸 이레나가 납치되면서 악몽으로 변해버린다.

납치범들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어린 시절 라우라의 연인이었던 파코(하비에르 바르뎀)까지 가세해 온 가족이 이레네를 찾을 방법을 강구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이레네를 납치한 것일까? 장난기가 심한 이레네의 자작극은 아닐까'로 시작된 의심은 주변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직 형사의 조언과 함께 가족 구성원들 사이, 미묘한 긴장으로 번지고,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몰랐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비밀이 밝혀진다. 
 
 영화<누구나 아는 비밀>의 한 장면

영화<누구나 아는 비밀>의 한 장면 ⓒ 오드 AUD , 티캐스트

 
<누구나 아는 비밀>을 쓰고 연출한 이란 출신의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깊은 통찰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급부상한 그는 일상적이고도 낯선 상황 속에서 극단적이지만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들을 개연성 있게 끌고나감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도덕과 윤리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15년 전, 스페인을 여행하던 중 실종 아동을 찾는 전단지를 보고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는 감독은 영화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주는 특수성과 '가족'이라는 거대한 공통의 보편성 모두를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서도 놓치지 않고 있다. 

'누가 범인일까?'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모두가 각자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의심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 대상에 머물지 않고 여러 인물을 왔다 갔다 하며 그 인물과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들로 이어지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각각의 인물에 '나'를 대입해 보면서 영화의 여운을 오래도록 누리게 된다. 이 영화의 무거운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영화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공감'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공감'은 감독이 작품 철학이기도 하다).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의 한 장면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의 한 장면 ⓒ 오드 AUD , 티캐스트

 
하나의 비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제 영향력을 과시하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비밀은 또 다른 비밀을 부르고 그 다음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상상할 뿐이다. 

미스터리가 결합된 이 가족드라마의 매력에서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가 없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두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보여준 섬세한 연기는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서늘함과 뜨거움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경, 감독의 탄탄한 각본과 매끄러운 연출, 매력적인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누구나 아는 비밀>은 8월 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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