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상상한다는 건, 대부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구나 현재를 살아가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싶어한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지, 다음 달에는 좋은 일이 찾아올지, 먼 미래에 내가 어떤 모습일지. 수많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하루에도 수없이 떠올린다.

그렇게 과거 못지않게 미래는 우리에게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미래를 상상하면서 실제로 그것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기도 한다. 수많은 컴퓨터 기술, 더 빨라진 교통수단, 더 높아진 빌딩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가 상상하던 것들이다. 지금도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다양한 미래를 상상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그 이야기들 중 일부 기술들은 실제로 실현됐다. 어쩌면 우리가 그런 상상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불가능의 영역을 줄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긍정적인 미래만 상상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 종말이나 큰 재난이 일어난 이후를 상상하기도 한다. 황폐화된 지구의 모습과 그곳을 지배하는 끔찍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실제로 지구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온난화는 지구의 생태계를 점점 황폐화시키고 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그 재앙이 곧 우리에게 닥쳐올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어떤 영감을 준다. 긍정적인 미래든, 부정적인 미래든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일에 대해 준비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든다. 수없이 만들어진 미래에 대한 영화 중 현재와 가장 가까운 시점을 그린 영화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 영화들이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은 현재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할지 미래에 대한 영화들을 정리해 봤다.

[2019년의 복제인간]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영화 <블레이드 러너> 포스터

영화 <블레이드 러너> 포스터 ⓒ (주)해리슨앤컴퍼니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해리슨 포드, 룻거 하우어, 숀영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는 인간이 자신들의 존재를 복사한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로봇의 발명과는 또 다르게 복제 인간은 완전히 인간과 똑같다는 점에서 꺼림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19년의 복제 인간들의 삶을 그렸던 <아일랜드>(2005)는 복제 인간을 이용해 실제 인간이 아팠을 때 대체 장기로 활용되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복제 인간이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낀다면 그것은 인간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그저 로봇처럼 만들어진 부품과 같이 봐야 할까.

복제 인간은 기본적으로 윤리적인 문제가 늘 따라온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연구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다. 여전히 수많은 연구 팀들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간이 복제 인간을 만들어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1982년 작품 <블레이드 러너>는 복제 인간에 대한 이슈를 철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낸 영화다. 이 영화의 배경이 2019년인데 영화에 등장하는 도시의 모습은 네온사인이 가득하고 어느 나라인지 모를 다양한 언어들이 혼재되어 있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이다. 2019년의 현재는 영화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어둡고 이질적인 모습은 아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복제 인간은 사실 인간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인간과 복제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 특이한 테스트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둘 간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 내내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복제 인간인지, 진짜 인간인지 혼란스럽다. 인간이 만들어낸 복제인간도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인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고통을 느낀다. 그럼 복제 인간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복제 인간은 현재 나타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 철학적 고민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분명한 건 복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그 고민을 이어가듯, 2049년이 되면 진짜로 복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9년의 종말] 실낱 같은 희망을 찾는 아버지와 아들
 
 영화 <더 로드>포스터

영화 <더 로드>포스터 ⓒ 누리픽쳐스

 
영화 <더 로드>(2009)
감독: 존 힐코트
출연: 비고 모텐슨, 샤를리즈 테론, 코디 스밋 맥피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희망이다. 과거 수없이 반복된 전쟁 속에서도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계속 움직였다. 삶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에게 다시 삶을 극복할 희망을 준다면 그는 그 희망을 찾을 때까지 계속 움직일 것이다. 사람들이 가지는 희망의 힘은 실로 강력하다.

영화 <더 로드>는 2019년 갑자기 세상이 잿더미로 타버린 종말의 세상을 그린다. 극중에서 계속 길을 걸어가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은 절망적으로만 보인다. 먹을 것도 충분하지 않고 곳곳에는 약탈자들이 자리 잡고 있어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 방공호를 발견하고 그 속에 저장된 수많은 음식을 봤을 때 이들의 얼굴에서 작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그곳을 떠나 걷는다. 영화 내내 걸어가는 그들은 아주 절망적인 상황을 맞게 되고 아버지는 함께 아들과 길을 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 절망적인 아들에게도 어떤 희망이 다시 찾아온다. 어찌 보면 꽤 절망적이고 슬퍼 보이는 영화는 2019년의 모습이 조금은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세상엔 종말이 찾아오지 않았다. 모든 도시도 멀쩡하다. 하지만 삶을 살아간다는 건 계속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희망을 보며 걷는다. 걸으면서 주변에 있는 가족과 아이들을 챙긴다. 그 길의 끝까지 걷지 못하더라도 남은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영화는 2019년에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 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019년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계속 누군가는 희망을 보며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수없이 양산되고 있는 세계 곳곳의 난민들에게는 이미 현재는 종말과도 같은 상황일 것이다. 그들은 영화 속 아버지와 아들처럼 하루하루를 견디며 계속 발걸음을 옮긴다. 역시 그들은 그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영화 <더 로드>가 십 년 전에 상상한 2019년의 모습은 시각적으로는 같지 않지만 그 이야기 안에서 희망을 찾아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2019년의 뱀파이어] 뒤바뀐 사회 조직에서의 혈투
 
 영화 <데이브레이커스> 포스터

영화 <데이브레이커스> 포스터 ⓒ (주)성원아이컴


영화 <데이 브레이커스>(2010)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출연: 에단 호크, 윌렘 대포


인간은 여전히 모든 종보다 우월한 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들끼리도 정치적인 대결을 하고 사회를 전복해 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사회의 방향은 정치 지도자가 가진 특성에 따라 수없이 바뀌어 왔다. 만약 인간 이외의 종족이 나타나 사회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9년 지금은 여전히 인간이 중심인 세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딘가에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존재들이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 그런 상상을 통해 세상의 전복을 꿈꾸기도 한다. 영화 <데이 브레이커스>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간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고 뱀파이어가 중심이 되어 사회를 운영한다는 상상을 풀어낸 영화다.  뱀파이어가 다수가 되고 인간은 소수가 되는 전복 사회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에서 겪어야 할 현상일지도 모른다. 물론 실제로는 뱀파이어가 아닌 소수인종이나 성소수자 등이 사회를 이끌며 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

영화 속 에드워드(에단 호크)는 두 세력 사이의 공존을 위해 애쓰는 존재다. 그는 뱀파이어지만 인간의 피를 먹지 않으면서 정치적으로 인간과 뱀파이어의 공존이 가능하다며 주변을 설득한다. 피에 대한 갈망을 참아내면서 세상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세력들이 서로 으르렁대는 현재에 어떤 존재가 필요한지를 여실이 보여준다.

영화 <데이 브레이커스>는 사회 세력의 전복을 액션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장르물이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 영화는 아니지만 볼만한 액션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고, 무엇보다 2019년을 상상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구석이 있다. 역시나 이 영화의 정치적 싸움은 2019년 현재,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2019년의 자연재해] 인간이 날씨를 조종할 때 벌어지는 재앙
  
 영화 <지오스톰> 포스터

영화 <지오스톰>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지오스톰>(2017)
감독: 딘 데블린, 대니 캐논
출연: 제라드 버틀러, 짐 스터게스


기후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인간이 직접 기후를 조종할 수 없으며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다양하게 발생하는 재난들을 조종할 수 있다면 그건 새로운 혁명 같은 일일 것이다.

영화 <지오스톰>은 2019년에 인간이 기후를 만들어내고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설정의 이야기다. 완벽하게만 보이던 이 프로그램은 오작동으로 전 지구적인 자연재해를 불러오게 된다. 이는 자연을 통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불가능한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행히도 2019년 현재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 강우를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아직 도래하지는 않은 미래지만 언젠가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기후 현상 중 일부는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록 재난으로 인한 리액션에 집중하는 영화지만 <지오스톰>은 자연에 인위적인 조작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이렇게 적극적인 조작은 아닐지라도 이미 인간은 환경오염과 온난화 등으로 지구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결국 그것은 현재의 기후에 인위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다양한 기상 변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영화가 그리는 재난은 굉장히 빠르게 나타나고 쉽게 해결되지만 그 영화 속 모습은 어쩌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1년의 해커] 현재에 실현된 다양한 기술들의 상상 속 모습
 
 영화 <코드명 J> 포스터

영화 <코드명 J> 포스터 ⓒ 코드명 J

 
영화 <코드명 J>(1995)
감독: 로버트 롱고
출연: 키아누 리브스, 돌프 룬드그렌, 키타노 타케시


이미 우리는 컴퓨터 및 통신 기술의 엄청난 성장을 목격해왔다. 1.44MB를 담을 수 있었던 플로피디스크에서 외장하드에 1TB를 담을 수 있게 되기까지, 컴퓨터는 점점 작아지고 스마트폰에 전화기부터 카메라, TV 등 모든 기능이 담기기까지. 우리가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기들을 이제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현재는 그만큼 편리하고 빨라진 세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개인 정보나 디지털로 인한 범죄에 노출될 우려도 커졌다.

영화 <코드명 J>는 그런 디지털 기술과 범죄에 대한 상상을 극대화한 영화다. 1995년 영화인 <코드명 J>에는 300기가가 넘는 저장장치가 나오고, VR기기를 이용한 가상현실 기술이 나온다. VR 기기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그것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당시가 메가바이트(MB)의 시대라는 걸 감안하면 기가바이트(GB)까지 상상한 그 당시 영화 제작자들의 예측이 놀랍기만 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기술들은 2019년에는 더욱 진보했으며 앞으로 더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주인공 조니(키아누 리브스)는 제약 회사의 음모로부터 쫓기게 되고, 그가 살고 있는 사회 자체도 네트워크 침투로 붕괴되기 직전이다. 그 당시에 상상한 것처럼 여전히 네트워크 상의 오류나 해킹 등의 위험은 산재해 있고 한 순간에 세상의 모든 시스템이 멈춰 버릴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코드명 J>는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시대를 한참 앞서간 영화임에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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