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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하 전 KTX 승무지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전 지부장은 “매해 국정감사에서도 저희 해고 승무원들 문제가 제기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다”라며 “막연한 권력자로 느껴졌던 국회의원이 우리와 함께 싸운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뒷배를 얻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추도식 때 '삼촌 같았던 분'이라고 표현했다. 노회찬 의원님은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김승하 전 KTX 승무지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전 지부장은 “매해 국정감사에서도 저희 해고 승무원들 문제가 제기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다”라며 “막연한 권력자로 느껴졌던 국회의원이 우리와 함께 싸운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뒷배를 얻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추도식 때 "삼촌 같았던 분"이라고 표현했다. 노회찬 의원님은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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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하 전 KTX 승무노조 지부장. 그는 지난해 7월을 '눈물'로 기억했다. 작년 이맘때 있었던 12년 2개월 만의 복직, 그리고 뒷배와 같았던 노회찬 의원의 부고 소식 때문이다.

2018년 7월 21일 KTX 해고 승무원들의 투쟁이 '복직'으로 막을 내렸다. 180여 명의 해고 승무원들이 코레일 사원으로 복귀한 것이다. 이들은 2004년 KTX 첫 개통을 앞두고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입사한 바 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자회사로 옮기라는 통보를 받은 후 4526일간의 지난한 복직 투쟁을 이어온 바 있다.

하지만 환희 대신에 터져 나온 것은 허탈한 눈물이었다. 12년간 투쟁하는 동안 흘려보낸 것은 시간과 청춘만이 아니었다. 김 전 지부장은 "오랜 투쟁의 대상이었던 회사로 돌아갈 때 기분이 참 복잡했다"며 "동시에 죽은 동료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눈물은 잇따랐다. 이틀 후 7월 23일 갑자기 노회찬 의원의 부고 소식이 날아들었다. 긴 시간 KTX 해고 승무원들과 함께 고통을 짊어져 온 노회찬 의원은 결국 축하 인사 한 마디 전하지 못하고 떠났다. 김 전 지부장은 그의 영정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복직 1주년과 노회찬 의원 서거 1주기 사이인 지난 22일 김승하 전 지부장을 만났다. '노회찬 의원'을 말하던 김 전 지부장의 눈시울이 옅게 붉어졌다.

'우리의 투쟁은 어째서 항상 슬프고 아프고 한스럽나'
 
▲ 김승하 전 KTX 승무지부장 "12년간 한스러운 싸움, 시종일관 곁에 있어준 노회찬" 김승하 전 KTX 승무지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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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황당한 판결을 받았을 때, 우리 조합원이 죽었을 때 한동안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노 의원님 부고 소식도 마찬가지였죠. 누가 이런 거짓말을 하나, 그 분이 어떤 분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나오나. 그런데 쏟아지는 기사를 보면서 이게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죠. 정말 가셨구나, 돌이킬 수 없구나... 이걸 받아들이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어요."

4526일간의 투쟁이 끝난 후 이틀 만의 일이었다. 김 지부장은 "노 의원님께만큼은 직접 좋은 소식을 전달 드리고 싶었다"며 "의원님은 저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해주신 분이었으니까 그래서 찾아뵙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노회찬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KTX 승무원들의 복직 소식을 접한 후 축하 인사를 남겼다. 그러나 끝내 자신의 육성으로 읽지는 못했다. 김 지부장이 축하 인사를 건네받은 것은 노 의원의 빈소에서였다.

"사실 복직 판결을 받고 나서도 참 허탈했는데 그 분의 부고소식까지 겹친 거죠. 과연 우리가 승리한 거라 말할 수 있나 싶었어요. 결론이 이런 식으로 났으니까 더 공허했죠. 왜 그 분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우리에게 힘이 돼주셨던 분이 왜 더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나..."
 
 KTX 해고승무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심상정 대표와 인사를 나눈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KTX 해고승무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심상정 대표와 인사를 나눈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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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 부고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24일 김 전 지부장은 파란색 노조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빈소를 찾았다.

"빈소에 갔을 때 많은 분들이 저희 손 잡아주시면서 축하해 주시더라고요. 잘했다, 고생했다고... 그때 얼마나 죄송하던지. 그리고 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힘들게 느껴지던지. 이런 자리에서 저희가 축하를 받아도 되나 싶어서... 그때 심상정 의원님이 상복을 입은 채 손 잡고 안아주며 축하인사를 건네주시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빈소를 방문했던 김 전 지부장이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우리의 투쟁은 어째서 항상 슬프고 아프고 한스럽나... 10여 년 넘게 이어진 복직투쟁 마감한 것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기신 노회찬 의원님, 자신의 첫 월급의 절반을 투쟁기금으로 보탠 이한빛 PD님, 3살 딸아이를 두고 떠난 그 친구...상상도 가지 않는 고통

인터뷰 하면서 그는 "아직도 노 의원님을 떠올리면 그 마지막 메시지를 직접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전 지부장이 'KTX 승무원의 해고 투쟁, 그 시작과 끝을 함께한 분'이라고 한 노회찬 의원. 그에게 노 의원은 어떤 존재였을까?

을들의 동지 노회찬
 
 김승하 전 KTX 승무노조지부장
 김승하 전 KTX 승무노조지부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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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같았던 분이죠. 노 의원님은 저희가 농성을 처음 시작했던 2006년부터 함께해주신 첫 국회의원이었어요. 아무도 관심 안 가져 줄 때부터 저희를 지지해주셨던 거죠. 그때는 제가 지부장이 아니라서 먼발치서 의원님을 바라봤어요. 그래도 의원님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죠. 살면서 저희 같은 노동자들이 국회의원과 마주할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저와는 먼 정치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존재가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로도 우리 행동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 같았어요."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이 800일째 되던 2008년 5월 9일 노회찬 의원은 이들과 함께 서울역 앞 계단에서 집회를 했다. 그해 9월에는 서울역 고공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오미선 당시 전국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을 찾아 "추석이 끝나기 전에 내려올 수 있도록 돕겠다"며 격려했다.

"2006년 즈음에는 열린우리당과 면담 할 기회도 직접 만들어주셨어요. 매해 국정감사에서도 저희 해고 승무원들 문제가 제기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죠. 막연한 권력자로 느껴졌던 국회의원이 우리와 함께 싸운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뒷배를 얻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추도식 때 '삼촌 같았던 분'이라고 표현했어요. 노회찬 의원님은 남달랐죠."

그는 "지난 1년 동안, 점점 더 노회찬 의원님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

을들이 채우는 노회찬의 빈자리 '잊지 않겠습니다'
  
 김승하 전 KTX 승무노조지부장과 해고 승무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승하 전 KTX 승무노조지부장과 해고 승무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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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정치, 사회 이슈가 나올 때마다 노 의원님 생각이 나요. 노 의원님께서 계셨다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의원님만의 시각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쓴소리를 하시지 않았을까. 사실 지금 사회적으로 '어른' 역할 해주실 수 있는 분을 찾기가 어렵잖아요. 누구든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필요한 말을 해주는 그런 어른이요. 그래서 의원님 생각이 더 나는 것 같아요.

최근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의 소식도 마찬가지예요. 저희와 참 비슷하거든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이 분들도 지금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계시죠.  그 분이 살아계셨다면 이 분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곱씹는 노회찬의 빈자리. 하지만 남은 자들이 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복직 후 한동안 집회 현장이나 불편한 뉴스를 피하려 했다'던 김 전 지부장은 이날(22일) 다시 집회 현장에 나왔다. 복직 후 처음으로 나선 현장은 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는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 지지' 기자회견이었다.

"도로공사 요금수납 노동자 1500여 명이 해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많은 분의 연대로 복직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엔 저희가 연대해서 보답해야 할 차례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게 노 의원님이 남긴 뜻이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이번 1주년, 1주기에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위한 지지 성명을 내게 됐습니다."

눈물로 기억된 지난해 7월. 과연 올해 7월은 김 전 지부장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그에게 앞으로의 행보를 물었다.

"아직 남은 과제가 많아요. 저희를 부당하게 내쳤던 철도공사의 공식 사과도 받지 못했고요. 해고 승무원은 철도 공사의 직원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또 법적 절차 때문에 저희는 승무원이 아닌 역무원으로 배치받은 상태예요. 완전한 승무직 전환이 되기까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사법농단의 피해자로서, 노동자로서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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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