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KIA 이범호 ⓒ 연합뉴스

 
결국 그날이 왔다. 은퇴를 선언한 뒤 통산 2000경기 출전 대기록을 수립했던 이범호(KIA 타이거즈)가 배트를 내려놓는 날이다. 이범호는 오늘(13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이범호' 하면 떠오르는 가장 첫 번째는 '그랜드슬램'(만루홈런)이다. 12일까지 이범호는 통산 17개의 정규 시즌 그랜드슬램을 기록하며 이 부문에서 역대 1위에 올라있다.

다른 타자들이 따라잡기 힘든 불멸의 기록을 세웠으며, 포스트 시즌에서도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그랜드 슬램을 기록하며 자신의 우승 반지를 스스로 챙겼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홈런 7개로 역대 1위를 기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범호는 클러치 상황에서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타자였다.

철인이었던 이범호, 연속 출전 역대 4위

1981년 11월 25일 생 경상북도 의성 출신의 이범호는 고교시절 대구에서 활약했다. 2000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되어 한화 이글스에 입단하게 됐다. 선수 시절 초반에는 2루수를 맡기도 했으며, 2004년에는 풀 타임 유격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김인식 전 감독이 부임한 뒤 이범호의 역할은 3루수로 고정됐다. 2005년과 2006년에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으며, 2006년에는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 참가하여 병역 문제도 해결했다.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대회 중 홈런 3개를 포함하여 결승전 9회말 동점 타점 등 중요한 순간 클러치 능력을 확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이범호는 615경기 연속 출전으로 이 부문 KBO리그 역대 4위에 올라있다. 주전 자리를 굳힌 뒤 2008년 6월 초까지 경기에 빠지지 않는 철인이기도 했다. 2008년 6월 4일 강우 콜드로 인해 교체 출전의 기회를 놓치지만 않았다면 연속 출전 기록은 더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범호는 2008년 바로 이 1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를 모두 출전했으며 2009년에도 126경기를 모두 출전했다. 2004년(133경기, 2005년부터 126경기)부터 2009년까지 이범호는 1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 출전 기록을 남겼다.

일본에서의 1년의 시련, 호랑이 군단에 합류한 이범호

이범호는 2009년 시즌을 마친 뒤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당시 원 소속 팀과 FA 우선 협상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규정돼 있었는데, 이범호는 한화와 우선 협상 기간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본의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최대 5억 엔(한화 약 54억 원)에 2+1년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진출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범호는 당시 주전 3루수였던 마쓰다 노부히로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출전 기회를 잃기 시작했다. 이범호가 3루수 수비를 볼 수 있는 날은 마쓰다의 부상이 있는 날 정도였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영입되어 합류한 이후, 이범호는 외국인 쿼터 제한에 걸려 2군으로 가게 됐다. 호세 오티즈의 부상으로 다시 1군 엔트리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마쓰다가 오티즈의 포지션인 좌익수로 이동하면서 겨우 3루수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이범호는 2010년 48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226에 4홈런 1도루에 그쳤다. 시즌이 끝난 뒤 이범호는 한화와 복귀 협상을 시도했으나 무산되었고, KIA 타이거즈와 1년 12억원의 계약을 맺고 복귀했다.

선수 생활 후반부 그를 괴롭혔던 햄스트링

이범호는 국내에 복귀하며 넘치는 의욕과 함께 2011년 시즌을 시작했다. 일본에서의 시련을 겪은 이후 이대호는 보다 정확한 타격을 위해 노력했고 시즌 초반 KIA의 타격을 이끄는 등 좋은 이미지를 쌓아갔다.

그러나 이범호는 2011년 8월 7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다른 선수와의 충돌로 햄스트링이 파열되면서 이 때부터 잔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여 준플레이오프에 복귀했으나 1차전 3출루(1안타 2볼넷)의 활약을 제외하면 그리 큰 승리 기여는 없었다.

2012년에도 이범호는 이 부상의 후유증으로 인해 7월 이후 경기를 뛰지 못했다. 긴 재활 끝에 2013년에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뛰면서 122경기 타율 0.248에 24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이범호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KIA의 주장을 맡았다. FA 자격 재취득을 앞둔 2015년에는 통산 그랜드 슬램 단독 1위에 오르는 등 나름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아 FA 재계약을 이끌어냈다(3+1년 36억원).

우승과 기록, 2마리 토끼 모두 잡은 선수 인생 황혼기

재계약에 성공한 이범호는 2016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냈다. 만 34세 시즌이었으나 138경기에서 타율 0.310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커리어 유일한 30홈런 시즌(33홈런)에 100타점 시즌(108타점)을 만들었다(93득점).

회춘에 성공한 이범호는 2017년 115경기에서 25홈런 89타점으로 KIA 타선에 힘을 보탰다. 최형우의 영입으로 타점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나누게 된 이범호는 한국 시리즈 5차전에서의 그랜드 슬램을 통해 생애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넣게 됐다.

그러나 이범호는 2018년부터 다시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인해 특히 후반기에 크게 부진했다. 2018년 9월 28일 정규 시즌 통산 17번째 그랜드 슬램을 날리며 클러치 능력의 건재를 과시했으나 전체적인 시즌을 봤을 때 노쇠화가 드러난 시즌이었다(101경기 타율 0.280 20홈런 69타점).

1년 베스팅 옵션이 발동된 이범호는 2019년 햄스트링 부상으로 스프링 캠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더 이상 3루 수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지명타자나 대타가 아니면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원래 2019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려 했던 이범호는 6월에 구단 프런트와 면담을 통해 조금 이른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은퇴 발표 이전까지 총 1995경기에 출전했던 이범호는 2000경기를 채우기 위해 7월 1군 엔트리에 재합류했다.

이범호는 선발 출전 1경기와 대타 출전 4경기를 통해 통산 2000경기 출전 대기록에 성공했다. 13일 경기에 앞서 통산 2000경기 출전에 대한 시상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가족의 시구 및 시타와 더불어 경기가 끝나면 은퇴식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은 이날 모두 이범호의 등번호인 25번을 달고 경기에 임한다.

그는 통산 2000경기 출전 기록(역대 13위), 정규 시즌 그랜드 슬램 17개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그의 별명인 '꽃범호'처럼 꽃보다 아름다웠던 2000경기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범호는 이후 소프트뱅크에서 지도자 연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는 이범호가 또 다른 꽃길을 걷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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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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