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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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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2일 오전 10시 47분]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과 관련한 양국의 기싸움이 이제 안전보장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에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 아베 총리의 발언(일본 NHK 중계 당수 토론회)을 시작으로 ▲ 한국을 '안전보장상 우호국(백색 국가)'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틀 전(9일)에는 한국 수출 전력물자의 ▲ 사린가스로 전용 우려(NHK)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발언이나 관계부처의 조치에 따르면 한국은 더 이상 일본의 안보에 우호적인 국가가 아니다. 역사문제 등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어려운 와중에도 안보문제만큼은 협력 기조를 주장했던 지난날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한·일 양국 안보공조의 결정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아래 GSOMIA)'은 체결 국가 간 군사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방법과 교환된 정보의 보호·관리 방법을 정하는 기본 틀로 2016년 11월 23일,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됐다. 본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매년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이 협상을 통해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단, 어느 한 나라가 연장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만기 90일 전까지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11월 23일 체결된 협정일을 기준으로 90일 전이라 함은 오는 8월 24일이 된다.  

보수성향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본이 '먼저' GSOMIA 폐기 카드를 꺼낼 것이라 우려하며 '한국이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데일리안> '전문가 5인 공동칼럼, 사드 배치 반대 중국에 말도 못 하면서 일본에만 강경한가?('19.7.8.)', <중앙일보> '한일 비전 포럼, 일본은 중요한 안보 파트너…양국 관계 급성질환 치유해야('19.5.15.)']

▲ 한, 미, 일 군사동맹의 유지·강화적 관점에서 ▲ 일본 감시, 정보자산 활용을 통한 안보 이익 확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년간 GSOMIA를 통해 한국이 얻어온 안보 이익, 즉 일본이 가진 이지스함, 정보수집 위성, 지상 레이더 등의 감시·탐지 자산, 정보들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숙명여대 홍규덕 교수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대표로 있는 '한일비전포럼'에서 "(일본이 가진) 대잠수함 정보와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掃海)' 능력이 필수인데 우리는 많이 떨어진다"면서 유사시에 대비한 일본과의 군사정보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의 우려와는 달리 일본의 언론은 GSOMIA의 폐기에 대해 '일언반구(一言半句)도 하지 않고 있다' 할 정도로 잠잠하다. 일본 유수의 언론사 <요미우리 신문> <마이니치 신문> <아사히 신문>, 극우 <산케이 신문>을 비롯, 포털 야후 재팬 등을 통해 드러나는 기사들에조차 GSOMIA 폐기에 대한 내용은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비교적 최근의 견해라면 지난 1월 초계기 갈등 당시 한국 측이 요구한 초계기 레이더 정보에 관한 내용 정도일 뿐이다.

이에 한 가지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과연 GSOMIA는 한국에게만 긴요한 협정일까? 반대로 GSOMIA 폐기를 통해 일본이 잃을 것은 없을까? GSOMIA가 일본에게 그저 '꽃놀이패'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은 수용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분석 보도는 많지 않은 듯하다. 당초 GSOMIA에 대한 요구자와 수용자는 누구였을까.

GSOMIA, 요구자는 누구인가?

국방부가 배포한 보도자료('16.11.23.)에 따르면 GSOMIA는 지난 1989년 한국 측이 먼저 일본 측에 제안했으나 체결에 실패했다. 이어 2012년 이명박 정부 들어 재차 GSOMIA 협정이 추진되었으나 여론의 악화와 `밀실 처리' 논란에 휩싸여 체결 직전 중단되었던 사실이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을 우위에 두던 협정의 기류는 점차 바뀌어 갔다. 박근혜 정부 당시, GSOMIA에 대한 '요구자'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먼저, 2015년 4년 만에 성사된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의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의 GSOMIA 체결에 선제적 요청이 있었다.
 
 "제 쪽(일본 측)에서 일·한 GSOMIA 체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부탁을 하였습니다"
 
당시 한국 언론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절차·범위에만 쟁점을 두고 보도, GSOMIA에 대한 양국 국방장관의 회담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양국 국방장관의 회담 내용은 점차 현실화, 2016년 1월 일본 방위성은 북한의 4번째 핵실험 강행을 계기로 한국에 GSOMIA 체결을 공식 요구할 것이라는 방침을 표명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내 GSOMIA 체결 요구 목소리"에 대해 "10월 방한, 회담에서 한국에 요구하겠다"며 대답했다. 이 밖에도 2016년 4월과 6월 'GSOMIA 체결을 한국 측에 적극 요구할 것'이라는 일본 방위상의 의견표명이 있었다. 9월에는 아베 총리('16.9.7. 한일 정상회담), 일본 방위상('16.9.11.)이 연달아 GSOMIA 체결을 한국 측에 압박했다. 

그리고 그 결과 11월 23일 현행 GSOMIA가 체결되기에 이른다. 2017년 6월 3일, 일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GSOMIA 체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를 남겼다.
 
"GSOMIA의 체결은 (일본의) 오랜 현안이었습니다만, 한민구 장관의 리더십 하에 발효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일본이 GSOMIA 체결에 적극적으로 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공식적으로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압력 강화와 당시 쟁점화되던 한, 미, 일 삼각동맹 구축에 대한 비전 등을 이야기할 수 있었겠지만 실제 일본의 속내는 조금 달랐던 듯하다.

일본이 원하는 건 '자위대 한반도 진출' 위한 군사정보
 
해상자위대(출처: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해상자위대(출처: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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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한국은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휴민트(HUMINT)와 접경지역 감청·영상정보(SIGINT) 면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 또한 이러한 정보를 긴밀히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일본이 원한 것은 달랐다. GSOMIA 체결 당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GSOMIA를 통해 일본 측은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에 물자 보급 및 탐색 구조 등 일본인 구출 활동에 필요한 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도했다. 극우 <산케이 신문>의 경우에는 더 나아가 "한국군의 배치와 사용 가능한 공항·항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GSOMIA가 필요했다"는 식의 노골적인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서명식 연기(2012년) 후에도 끈질기게 협정 체결(GSOMIA)을 촉구해온 배경에는 MD 태세 강화 이외에도 이유가 있다. 한국에 있는 일본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류 일본인은 작년(2015년) 10월 시점에서 약 3만 8천 명.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등에 의한 일본인 대피 활동이 필요하다. (...중략...) (이러한 대피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한국군의 배치와 사용 가능한 공항·항만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보를 얻기는 GSOMIA의 체결이 필요하다" - <산케이 신문> '4년 반이 넘어서야 일한 GSOMIA 서명.. 미사일 방위는 강화되었지만.. 한국 정국 혼란으로 전도다난'(2016.11.23.)

이렇듯 일본이 자국 국민 구출에 집착했던 이유는 2015년 안보법 개정으로 말미암아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GSOMIA 체결 1년여 전, 아베 총리는 자위대가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11개 안보 법안을 야당 의원들의 '반대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강행 통과시켰다. 즉, 집단적 자위권 발동이라는 명제 아래 이러한 계획들(한반도 내 일본 국민)을 수립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한국에서는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등도 GSOMIA와 '유사시 한반도 일본인 구출'을 연관 지어 보도했다. 이러한 일본의 반응에 대해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과 어떤 정보를 교환할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 일본 언론에 나온 사항들은 교환 대상 정보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일축했지만 GSOMIA를 둘러싼 양국의 동상이몽을 잘 드러내 주는 사례였다.

GSOMIA 폐기, 일본도 곤란하다

2017년 6월 15일, <산케이 신문> 전 서울 지국장인 '카토 타츠야'는 일본 센다이시에서 열린 <정론> 간연회에서 GSOMIA 폐기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이 원하는 정보들이 '인질'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한국 측의 군사정보를 획득하지 못할 것에 대한 초조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위협이 높아짐에 따라 정보 교환이 필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일본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인질'이 될 수도 있다"

<아사히 신문>도 GSOMIA 체결 1주년이 지났음에도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 거주, 한일 양국의 피해 최소화 수단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17.11.19.)

오히려 GSOMIA 폐기에 대한 주장은 한국 측에서 보다 강하게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초 발생한 일본과의 '초계기 갈등'은 'GSOMIA 무용론'을 본격적으로 등장시켰다. 초계기 갈등 당시 우리 군은 일본 측에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조사 사실을 입증하려면 일본 초계기가 탐지한 레이더 주파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입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끝내 레이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 등은 '레이더 정보조차 공유하지 못하는 GSOMIA'의 무용론, 폐기를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 오늘(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라는 책자를 발간, 유사시 유엔사가 '일본과 전력 지원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으로서는 '유엔사 회원국'에 가입함으로써 2015년 안보법제 개정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GSOMIA는 일본에게 더욱 중요한 '안보 카드'가 된다. 만약 일본이 유엔사의 의향에 따라 유사시 한반도에 자위대 투입을 생각하고 있다면, GSOMIA에 따른 한국 내 주요 시설 등에 대한 정보는 필수적으로 획득해야 할 영역이 되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이후 이는 외주 업체의 번역 오류이며, 일본은 전력 제공국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편집자 말)

국가 간 협정에 '꽃놀이패'는 없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관련 이슈가 안보의 영역으로 넘어온 이상, GSOMIA 존속에 대한 논의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앞서 말했듯 일본은 안전보장상 우호국에, 즉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으며 8월 시행령 공포까지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불을 지핀 것은 일본이다. 일본이 하는 주장을 액면대로 받아들이면 한국은 안전보장상 우호국도 아닐뿐더러 사린가스 전용 우려까지 있는 위험한 국가다. 일본이 먼저 안보 도발을 한 상황에서 한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린다는 것은 모순점이 있다. 

물론 국익차원에서 GSOMIA의 존속에 대한 냉정한 판단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먼저 무릎을 꿇고' 연장을 요청할 만큼 'GSOMIA 페기'가 한국에게만 일방적으로 손해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GSOMIA에 대한 한국의 공식 반응이나 논평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8월 24일까지 한 달 하고 보름여. 국가의 안보를 잣대에 놓고 판단하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다.

태그:#GSOMIA, #자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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