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메이저리그의 전반기 일정이 모두 끝났다. 내셔널리그의 LA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의 뉴욕 양키스가 각각 .652와 .648의 승률로 각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조나단 스쿱과 에디 로사리오, 제이크 오도리지의 대활약을 앞세운 미네소타 트윈스가 전반기 .629의 승률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질주하는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개인기록에서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다저스)이 평균자책점 1위(1.73)를 달리며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낙점됐고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181개)와 게릿 콜(휴스턴 애스트로스,170개)은 양 리그 탈삼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타격에서는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이 아메리칸리그 홈런(28개)과 타점(67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 31개)와 코디 벨린저(다저스),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이상 30개)가 벌이는 내셔널리그 홈런 경쟁이 매우 뜨겁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 중에는 올해 전반기 총 5명의 선수가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10승 2패 1.73의 류현진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전반기를 보낸 반면에 3승 1패 3홀드 9.33의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은 지우고 싶은 끔찍한 전반기를 보냈다. 그렇다면 올해 전반기 빅리그에서 활약한 3명의 한국인 야수들은 각각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추신수] 개막전 선발 제외 수모 딛고 자존심 지킨 코리안리거의 '맏형'
 
작년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들 중 유일하게 올스타에 선정됐던 추신수는 크리스 우드워드 신임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개막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평소 같으면 시카고 컵스의 선발투수가 좌완 존 레스터였기 때문에 좌완에 약한 추신수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며 총력전을 펼치는 개막전에서 팀 내 유일한 올스타 선수인 추신수가 제외된 것은 분명 흔한 일은 아니었다.
 
일부 팬들은 우드워드 감독의 눈 밖에 난 추신수가 주전경쟁에서 밀린 거라 예상했지만 추신수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기 텍사스가 치른 90경기 중 84경기에 출전한 추신수는 타율 .288 13홈런36타점56득점8도루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팀 내에서 가장 높은 출루율(.386)과 가장 많은 득점(56개)을 기록한 추신수는 홈런에서도 조이 갈로(20개)와 헌터 펜스(15개)에 이어 팀 내 공동 3위(13개)를 달리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6월 5일(이하 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빅리그 데뷔 15년 만에 메이저리그 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는 마쓰이 히데키나 이치로 스즈키, 최희섭 등 그 어떤 아시아 출신 타자도 해내지 못한 동양인 최초 기록이다. 역대 아시아 최다타점 기록(780개)에도 단 38개가 남아 있는 추신수는 7개의 도루만 추가하면 통산 150도루 고지에도 오를 수 있다. 경력이 오래된 만큼 각 부문의 아시아 최고 기록들도 차곡 차곡 쌓이고 있다.
 
추신수는 전통적으로 전반기에 다소 부진했다가 후반기에 성적을 끌어 올리는 유형의 타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유독 작년 시즌 만큼은 전반기 타율 .293 18홈런 43타점으로 맹활약했다가 후반기 타율 .217 3홈런 19타점으로 침묵한 바 있다. 추신수는 올해 전반기 마지막 6경기에서 타율 .4171홈런 2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야구팬들은 전반기 막판에 보여준 추신수의 기세가 후반기까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최지만] '풀타임 빅리거'로서 첫 시즌, 만족과 아쉬움 사이
 
최지만의 빅리그 커리어는 템파베이 레이스 이적 전과 후로 나뉜다. 작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템파베이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 최지만은 시애틀 매리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에인절스,양키스,밀워키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저니맨'이었다.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면서도 주전 확보 여부보다는 빅리그 생존여부가 현실적인 목표였을 정도로 최지만의 입지는 언제나 불투명했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스몰마켓 구단' 템파베이로 이적하면서 최지만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작년 템파베이 유니폼을 입고 49경기에서 타율 .269 8홈런 27타점을 기록했던 최지만은 올해도 70경기에서 타율 .266 9홈런 33타점으로 연봉 대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최지만은 템파베이 이적 후 한 번도 마이너리그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최지만이 아직 템파베이의 붙박이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우투좌타인 최지만은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때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올해 좌완 상대 성적도 타율 .205 1홈런3타점으로 매우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추신수처럼 우투수를 상대로 확실한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전으로서 코칭스태프와 홈팬들의 확실한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지만은 지난 3일 왼쪽 발목을 다치며 부상자 명단에 등재돼 전반기를 일찍 마쳤다. 부상이 장기화되지 않고 후반기에도 꾸준한 활약이 이어진다면 최지만은 올해 빅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빅리그에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인상적인 활약이 필요하다. 최지만이 추신수처럼 롱런하는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선 올해 후반기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강정호] 끔찍한 부진 속 건재 확인한 장타력은 위안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이 작년 11월 강정호와 1년 최대 550만 달러 계약을 맺었을 때 이를 의아해 하는 야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강정호는 이미 음주운전 스캔들로 두 시즌을 날리며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고 팬들 사이에서 평판도 매우 나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츠버그 구단은 2015년과 2016년 36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던 '거포 내야수' 강정호의 재능과 재기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강정호가 지난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무려 7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스프링캠프 홈런왕에 올랐을 때만 해도 올 시즌 부활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콜린 모란을 제치고 피츠버그의 개막전 주전 3루수로 출전한 강정호는 개막 후 31경기에서 타율 .133 4홈런 8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왼쪽 옆구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한 숨 돌릴 시간을 번 것이 그나마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
 
부상 회복 후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경기에 나선 강정호는 트리플A 8경기에서 타율 .444 1홈런의 좋은 성적을 기록한 후 6월 9일 다시 빅리그에 콜업됐다. 주로 대타요원이나 모란의 백업으로 활약하고 있는 강정호는 부상 복귀 후 21경기에서 타율 .236 4홈런1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살아났다고 하기엔 부족한 성적이지만 시즌 초반의 끔찍한 부진에서는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강정호는 시즌 초반의 부진 때문에 전반기를 타율 .170 8홈런 20타점 24득점으로 마쳤다. 현실적으로 강정호가 전반기 타율 .294 10홈런 49타점을 기록한 모란을 제치고 주전 자리를 탈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극심한 부진 속에서도 8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 강정호의 한 방은 여전히 살아있다. 강정호가 후반기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하나씩 살려가며 성적을 조금씩 끌어 올린다면 '거포내야수'로서 강정호의 가치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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