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까지 최하위였던 KIA 타이거즈는 퓨처스 팀 감독이었던 박흥식이 감독대행으로 부임한 뒤 상승세를 유지했다. KIA가 최하위권을 탈출해 승률 4할대로 올라서는 동안 상위권에 있던 NC 다이노스는 5위로 추락했다. 현재는 5할 승률까지 붕괴됐다. 

7월 4일부로 베테랑 이범호가 1군에 복귀했다. 오는 13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르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이전까지 통산 1995경기 출전 기록을 갖고 있었던 이범호는 구단 측의 배려로 2000경기 출장 대기록도 달성할 예정이다. 

이미 3루수 자원으로 최원준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고, 유격수 자원인 박찬호가 유격수와 3루수를 나눠 맡아 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범호가 주전 3루수로 출전할 가능성은 적다. 대신 경기 후반 대타 자원으로 출전하거나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은 있다.

마지막 불꽃 태울 이범호의 10일
 
 KIA 이범호

KIA 이범호 ⓒ 연합뉴스

 
이범호는 지난 4일, 5회 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최원준 타석에 대타로 출전했다. NC 다이노스의 투수 구창모가 왼손 투수였기 때문에 우투좌타였던 최원준을 교체하고 이범호를 기용한 것이었다.

2달 만에 1군 복귀했지만, 통산 그랜드 슬램 역대 1위인 이범호는 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름 제 역할을 수행했다. 빠른 공으로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날렸고, 그 틈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5일 경기에서도 8회 말 유민상 타석에 대타로 등장하여 2루에 있던 주자 최원준을 3루로 보내는 외야 진루타를 기록, 다음 타자 때의 희생 플라이를 통한 추가 득점에 기여했다.

이범호는 4일과 5일 경기의 사례처럼, 이후에도 열흘 동안 중요한 상황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풀 타임 출전은 무리지만, 대타 요원이나 지명타자로서는 한 방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박흥식 감독대행 역시 이범호에 대한 중용 의지를 보였다.

은퇴하는 13일까지 딱 5경기만 더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더 나올 수도 있다. 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라인업이 바뀌기 때문에 선발로 출전할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왼손 구원투수가 나올 때 대타로 나온다.

최근 KIA는 베테랑 외야수 최형우가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최형우가 우투좌타이기 때문에 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이범호와 플래툰으로 지명타자 출전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이범호가 선발 출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범호에게 자리 내준 나지완 

이범호가 은퇴를 준비하는 동안, 누군가는 1군에서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그 누군가는 지명타자 요원이었던 나지완이었다. 왼손 타자인 최형우와는 달리 오른손 타자로 이범호와 겹치는 바람에 한시적으로 자리를 바꾸게 된 것이다.

사실 나지완은 이범호 때문이 아니더라도 올 시즌 역할이 축소된 상황이었다. 외야수 중 한자리는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의 자리였고, 나머지 자리들은 젊은 외야수들을 육성하는 중이었다.

이 때문에 기존 외야수 자원이었던 베테랑 김주찬과 최형우는 1루수로 출전하거나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일이 잦았다. 포지션 연쇄 이동으로 인해 기존의 주전 지명타자였던 나지완이 출전 기회가 크게 줄어 타격을 입은 것이다.

물론 나지완도 가끔 좌익수 수비를 보긴 했다. 그러나 수비 기량에 있어서 다른 선수들보다 부족했기 때문에 주로 지명타자로만 출전했던 나지완이었다. 수비 능력에서 뒤처지니 지명타자 출전 기회가 줄어들자 경기 자체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기회 자체가 크게 줄었으니 타격감 유지가 힘들었다. 결국 나지완은 올해에만 벌써 3번째로 2군에 가게 됐다. 1군 엔트리에서 한 번 말소되면 최소 10일 동안은 다시 들어올 수 없다. 이 때문에 나지완은 7월 13일 이범호의 은퇴식 날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그러나 7월 10일 이후 퓨처스리그 전반기 경기가 없기 때문에 나지완은 함평 챌린저스 필드에서 훈련을 한 뒤에 13일 저녁 경기에 광주에 올 수 있다. 1군 엔트리 합류는 이범호가 은퇴한 다음 날부터 가능하겠지만, 선배의 은퇴식을 홈 경기장에서 지켜볼 수는 있는 상황이다.

투수진도 개편, 외인 투수 거취는?

나지완과 함께 외야수 유재신도 1군에서 빠졌다. 선발투수 차명진이 1군에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차명진의 복귀와 함께 KIA의 투수 보직도 일부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생겼다.

KIA는 이미 올 시즌 10 구단 중 제일 먼저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1장을 썼다. 4월부터 1군에서 자취를 감췄던 외야수 제레미 해즐베이커를 5월에 터커로 교체한 것이다. 당시 외국인 투수들도 부진했으나 터커 영입 시점에서 한 차례 반등을 보이면서 일단 지켜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 윌랜드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100이닝을 투구, 4승 5패 평균 자책점 5.04를 기록하고 있다. 17경기 13피홈런으로 장타 허용이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6월 25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7실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제이콥 터너는 더 심각하다. 18경기 100.1이닝 4승 9패에 평균 자책점 5.38이다. 리그 최다패 1위이며, 피홈런은 8개로 윌랜드보다 적지만 몸 맞는 공이 12개로 터너의 5개보다 훨씬 많다. 최근 7월 2일 NC와의 경기에서는 제구력 난조로 3.1이닝 4피안타 5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을 당했다.

이에 박 대행은 제구력이 심각해진 터너를 일찍 내리고 강수를 내걸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상대 전적이 좋은 편이라는 점을 들며 다음 주 삼성과의 대구 원정 경기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터너는 불펜에서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

리빌딩에 중점을 둔 현재 팀 상황을 감안하면 부진한 선수보다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오히려 더 낫다. KIA는 임기영, 홍건희 등 젊은 선발투수 자원들이 퓨처스리그에서 항시 대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한 신인 투수 김기훈까지 선발 로테이션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에 토종 선발 자원들도 로테이션 진입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외국인 투수라고 해서 선발이 보장된 것도 아니며, 문경찬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마무리 자리도 없기 때문에 불펜으로 밀려나면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롱 릴리프로 가야 한다.

KIA는 아직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1장이 남아있다. 여름까지 교체 결정이 유효한 만큼 아직 결정의 시간이 남았다. 5위 NC가 최근 승률이 내려왔지만 KT 위즈가 9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추격이 쉽지 않다. 아직은 성적과 리빌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고 있는 박흥식 대행.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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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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