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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국 사무소에 억류 중인 초등학생과 평화어머니회 회원
▲ 간사이 공항 출입국사무소에 억류된 일행  출입국 사무소에 억류 중인 초등학생과 평화어머니회 회원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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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퍼포먼스 겸 관광을 하기 위해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로 향한 한국인들이 간사이공항에 약 24시간 동안 억류됐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6월 26일 오전 10시 20분, 필자를 포함한 평화어머니회 회원 3명과 회원의 초등학생 딸과 친구, 회원의 지인인 북한이탈 주민 남성 1명 등 6명이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평화의 목소리를 전하고, 관광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는 간사이공항 출입국관리소에 약 24시간 동안 억류 당했다가, 27일 오후 2시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평화퍼포먼스-관광 목적으로 입국했지만...

평화어머니회는 당초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유엔사 해체 요구,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하는 평화 퍼포먼스를 기획 중이었다. G20 정상회담 일정은 28~29일로 잡혀 있었다. 때마침 평화어머니회 회원 한 명이 오사카를 다녀온 적 있는 딸과 딸의 친구를 데리고 오사카에 간다고 했고, 일정에 맞는 최저가 항공권도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평화 퍼포먼스 겸 오사카 관광 일정에 함께하기로 했다. 조선학교 방문 등의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공항에서부터 어그러졌다. 간사이공항의 일본 공안이 일행의 입국을 보류하고, 소지품 검사 등을 진행한 것이다. 공항 측 인사 중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행 중에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입국이 보류된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른 외국인들이 가끔 우리처럼 별도의 공간으로 불려왔지만,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입국허가증을 받고 나갔다. 하지만 우리는 오후 3시가 지나도록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들은 손을 내저을 뿐이었다. 화장실을 갈 때도 유리창 문을 두드려 의사를 전해야 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갈 수도 없었고, 담당 남성이 함께 따라와 화장실 문 앞을 지키기도 했다.

끼니 역시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여러 차례 항의 끝에 26일 오후 5시가 가까운 시각에야 라면 등으로 요기를 할 수 있었다. 일행 중엔 아침도 거른 채 새벽에 비행기를 타러 나온 아이들도 있었다. 일행 중 몇몇은 피곤에 지쳐 의자에 눕기도 했다. 영문도 모르는 채 갇힌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평화어머니회 조끼 사진 찍어간 일본 직원

억류 8시간 만에 '모두 가방을 가지고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일본 측은 신체 검사와 가방 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한 사람씩 각기 다른 방에 들어갔고, 아이들과 보호자의 경우 한 방에 들어갔다.

가슴, 브래지어끈, 얇은 여름 바짓가랑이 사이까지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온몸을 검사했다. 운동화를 벗기고 안을 더듬기도 했다. 필자는 심한 모욕감이 들었다. 항의를 하자 그들은 "중요한 행사가 있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일행 중 한 명은 운동화 깔창까지 뒤집어 보고, 신분증과 명함 사진까지 찍었다고 했다.
 
 접힌 지폐를 펴서 살피고 지갑을 칸칸마다 뒤졌다.
▲ 손지갑 물품  접힌 지폐를 펴서 살피고 지갑을 칸칸마다 뒤졌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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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위험이 없는 핑크색 조끼와 활동을 소개한 책
▲ 퍼포먼스 용 조끼와 평화어머니회 책자  아무 위험이 없는 핑크색 조끼와 활동을 소개한 책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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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수색 후에 한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환전해 간 지폐를 꺼내 일일이 세어보고 필자가 당초 이야기한 액수와 맞는지 확인했다. 손지갑도 칸마다 뒤졌다. 각종 카드며 신분증을 확인했다. 심지어 내가 접어서 넣어뒀던 한국돈을 앞뒤로 펼쳐 살폈다.

곧이어 가방 검사도 진행됐다. 필자의 가방엔 갈아 입을 속옷, 양말 등과 옷가지, 간식으로 먹을 누룽지칩, 평화춤을 출 때 입었던 핑크색 조끼와 평화어머니회 소개 책자가 있었다. 검사자가 조끼를 보더니, 갑자기 여러 직원들이 들어와 조끼를 자세히 살펴보고 앞뒤로 사진까지 찍었다.

그들은 평화어머니회 책자의 내용을 묻기도 했다. 평화춤, 평화활동 등 평화어머니 활동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니 펼쳐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필자는 거부했다. 다른 일행은 한반도기가 그려진 에코백과 티셔츠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억류 13시간이 넘어 퇴거 통지를 받다

신체 수색과 짐 검사를 끝내고 다시 억류 장소로 돌아왔다. '마지막'이라며 세 번째 특별심문이 시작됐다. 독방에서 한 사람씩 통역기를 이용해 특별심사관 구두 심리를 한다고 했다. 일본에 상륙하려는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관리 및 난민인정법에 따른 절차라고 했다. 심사관이 일본어로 물으면 한국어로 통역하는 소리를 듣고 대답했다. 이것이 다시 일본어로 통역됐다.

여행 목적, 갈 장소, 아는 사람이 있는지, 여행에 가서 무엇을 하려는지 등을 물었다. 또한 외국에 나가 본 횟수, 일본 방문 횟수, 하는 일과 수입, 가족 관계 등을 물었다. 뿐만 아니라 '관광을 오면서 왜 조끼와 책자를 가져 왔는지'도 물었다, 나는 "관광을 하고 가능하다면 평화퍼포먼스도 할 예정이었다"고 답했다. 억류 13시간이 넘은 26일 오후 11시 이후, 한 사람씩 불려나가 입국 불허에 의한 퇴거통지서를 받았다.

"귀하가 본국에서 하려고 하는 활동에 관련된 신청 내용 tourism(여행)이 허위가 아니라고 인정되지는 않음으로 귀하는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제 7조 제 1항 제 2호에 규정된 상륙조건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번 입국이 여행 목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으로 추측된다. - 편집자주) 

퇴거통지서에 적힌 내용이다. 어떤 부분이 입국에 적합하지 않은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심사관이 준 퇴거통지서에 따르면, 통지 후 24시간 이내에 일본을 떠나야 했다. 불복 시 강제 퇴거조치를 하고, 본국에 돌아와 6개월 이내에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법무대신의 개결을 신청하려면 3일간 억류 당한 채 이의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행들과 의논을 한 끝에 초등학생이 있으니 3일간 기다리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일본 측은 자정이 넘어 우리가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없다고 전했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두 명의 감시관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는 작은 사무실로 우리 일행 6명을 데려갔다. 거기서 밤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서서 하루를 지내라는 말이냐"라고 항의하자 "그곳밖에 머무를 곳이 없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피곤한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우리 일행은 "갇혔던 곳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로비로 나가 있겠다"라고 항의했다. 그때야 심사관은 한국 여성 한 명이 머무르고 있는 다다미 방에 여성 5명이 함께 머무르겠느냐고 물었다. 안내받은 다다미 방에는 8명 정도가 잘 수 있는 모포가 깔려 있었다.

다음날인 27일 오전 10시가 넘어, 비행기 좌석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두 자리씩 두 차례 비행하는 스케줄만 있다고 했다.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일부는 유료 항공권을 찾아봤다. 각자 다른 스케줄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와중에, 연락이 닿은 총영사관의 도움으로 6명이 함께 인천공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여권을 압수 당한 상태였다. 일본 입국심사실 남성 직원 5명이 우리가 비행기 기내로 들어갈 때까지 따라왔고, 여권은 27일 오후 2시 인천공항에 도착해서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당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들고 있다.
▲ 인천 공항 도착 후 기자회견  아이들이 자신들이 당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들고 있다.
ⓒ 평화어머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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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갇혀 있었다. 또, 몸 수색과 짐 검사 등은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대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평화어머니회는 사과 요구 및 법적 대응 방침을 할 예정이다. 지난 27일 오후 4시엔 인천공항 앞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담아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21일에도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한 한국의 반핵 평화활동가의 입국을 거부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일본이 공항에서 추방한 한국인... "사찰당했다고 느껴"). 평화어머니회와 마찬가지로 공항에 억류됐다가 강제 출국 당한 AWC 한국위원회 이경자 운영위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 측 직원이 "한국 내 활동을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태그:#일본 인권 침해, #평화퍼포먼스, #아동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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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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