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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국회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수갑을 찬 채 나오며, 응원하는 조합원들을 향해 미소를 보내고 있다.
▲ 수갑 찬 민주노총 위원장의 "미소"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국회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수갑을 찬 채 나오며, 응원하는 조합원들을 향해 미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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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빠져 나오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갑자기 환한 미소를 보였다. 호송차에 탑승하기 직전 '부당한 구속영장 신청 철회하라', '노동탄압 중단하라'라고 쓴 피켓을 든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호송차에 탑승했다.

서울남부지법은 21일 오전 10시 30분 김선일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5월과 올해 3월과 4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국회 앞 집회 중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영등포경찰서는 18일 김 위원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 손상, 일반교통방해, 공동건조물침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다음날인 19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문재인 정권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노총은 20일 성명을 내고 "당시 국회 환노위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변경하는 개악안과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연장이 시도되고 있었다"면서 "민주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 그 과정에서 국회담장이 파손되는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상식을 뛰어넘은 이번 구속영장 신청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검경의 존재감 키우기일 수도 있고, 자유한국당의 압력에 따른 경찰 당국의 눈치 보기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근간에는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존중 사회 공약을 파기하고, 최저임금과 탄력근무제 문제의 강행을 앞두고 민주노총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 공안탄압을 가하고 있다"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의 촛불청구서에 발목이 잡혀 노동개혁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다뤄야 할 개혁들이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끝판, 절실한 과제는 바로 노동개혁"이라고 민주노총을 직접 겨냥해 말했다.

김명환 "정부, 노정관계 파탄 선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국회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영장실질심사 받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국회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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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영장심사에 앞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민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에 나섰다"면서 "노정관계 파탄을 선언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간부에 대한 탄압에 이어 마침내 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이르렀다. 명백히 정부의 정책 의지임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김억 조직실장, 한상진 조직국장, 장현술 조직국장 등 민주노총 간부 3명은 불법집회를 사전에 공모하는 등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가 크고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된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은 "언론 기능을 상실한 극우언론, 정당 기능을 상실한 극우정당이 벌이는 민주노총 마녀사냥에 정부가 나섰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노동존중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문제 해결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권이 무능과 무책임으로 정책 의지를 상실하고선 (민주노총을) 불러내 폭행하는 방식의 역대 정권 전통에 따랐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얼마나 정당하고 당당했는지 혼신의 힘을 다해 옹호하고 투쟁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회견 말미에 "내가 구속되더라도 노동기본권 확대 투쟁, 국회 노동법 개악 저지와 최저임금 1만원 쟁취 투쟁 등 정당한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 투쟁만큼은 반드시 사수해주기 부탁한다"라는 말을 남긴 뒤 법정으로 향했다.

권영길 "민주노총에 대한 모욕행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국회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가운데, 민주노총 지도위원 및 조합원들과 김 위원장이 남부지법앞에서 규탄 회견을 열고 있다.
▲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영장 청구 규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국회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가운데, 민주노총 지도위원 및 조합원들과 김 위원장이 남부지법앞에서 규탄 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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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인 권영길 지도위원도 참석했다. 권 지도위원은 "구속 사유인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는 민주노총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부여된 과업과 사명은 노동자를 위한 투쟁의 선봉 자리에 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함께 입장 발표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도 "재벌을 개혁하고 노동을 존중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재벌 비호와 노동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라면서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은 '선전포고'이며 노조원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입장문을 통해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위원장을 비롯해 8명에 달하는 민주노총 임원과 간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태는 과거 정권에서도 유례없는 명백한 노동탄압"이라며 "정부가 내세웠던 노동존중 사회의 파탄이며, 정부가 노정관계 종료를 선언한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총회 기간에 김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제 망신을 자초했다"면서 "국회의 노동법 개악 저지,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ILO핵심협약 비준 등을 위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명환 위원장의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나 정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오후 7시 김 위원장이 대기하는 서울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석방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사례는 1995년 권영길 위원장을 비롯해 2001년 단병호 위원장, 2009년 이석행 위원장, 박근혜 정권 당시 한상균 위원장 등 총 4차례다.

태그:#김명환, #민주노총, #한상균,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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