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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이 11일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87회 정례회에 참석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이 11일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87회 정례회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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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시의회가 '박원순 조례안' 부결 사태를 수습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는 17일 오후 박원순 시장이 발의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 조례 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과 야당 2명(자유한국당, 정의당)이 뜻을 모은 결과였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숫자(110명 중 102명)를 차지하는 시의회에서 여당 시의원들이 같은 당 시장의 사업 추진을 막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박 시장이 제출한 동의안을 본회의에서 부결한 사례는 2건 있지만, 조례안은 없다. 상임위 기록은 더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는 박 시장이 18일 오전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출범의 의미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격의 강도가 더 컸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상임위 통과를 낙관한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서울시의회가 4월 30일 '서울시 시민민주주의 기본 조례'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찬성 68, 반대 9).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핵심 내용을 담은 조례가 이미 통과된 마당에 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담은 '부속조례'를 시의회가 부결시키는 일은 없을 것으로 봤다.

반면, 서울시의원들의 얘기는 다르다. '시민민주주의 기본 조례'에는 "시민민주주의의 확산을 지원한다"는 두루뭉술한 문구들만 있고,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실제로 하는 업무에 대한 보고는 사후에 받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시의원들은 위원회가 2021년까지 서울시 일반회계의 5%(약 1조2000억원)의 예산심의권을 갖는 대목에 의구심을 표했다. 기획재정위 수석전문위원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사회 통합 관점에서 주민참여와 숙의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이 제도가)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제를 무력화하거나 지방의회의 예산심의 및 행정 견제·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박원순 시장이 조직 개편을 너무 자주 해서 여러 차례 경고를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 시장이 취임한 2011년 하반기 이후 시의회에 제출된 조직개편안은 총 19건. 지난 1년 동안에도 3건의 조직 개편안이 시의회에 올라왔다. 기획경제위 소속의 한 시의원은 "조직개편안이 너무 자주 올라와서 연말에도 '이번이 마지막으로 통과시켜주는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는데, 내 말을 허투루 들은 것같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조례안이 부결되는 과정에서 여당 소속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과 김용석 민주당 대표의원, 유용 상임위원장 사이에 소통이 없었던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국회였다면 정부 발의 법안이 여당의 '반란'으로 부결될 것 같으면,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나 간사가 표결까지 가지 않도록 시간을 벌거나 여당 지도부에 SOS 신호를 보내는 정무적 판단을 했을 텐데 17일 회의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시의회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유용 위원장은 "내가 그런 일을 (지도부에) 일일이 다 얘기해줘야 하나? 시장 기자회견을 잡을 정도로 중요한 조례였다면 사전에 얘기를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발끈했다.

민주당 시의원 102명 중 77명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을 효율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여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울시청과 시의회 일각에서는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조례안을 통과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시의회 규정 상 6월 정기회 내에 조례안을 통과시킬 방법은 '번안'밖에 없다. 조례에 대한 객관적 사정이 크게 달라졌거나 의사 결정에서 명백한 착오가 확인될 경우 이미 의결한 조례안을 수정하거나 부결하는 제도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시의원들이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할 수 있겠나? 지금으로서는 서울시가 조례안을 더 다듬어서 7월이나 8월 임시회에서 처리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박원순, #민주주의서울, #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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