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

2019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 ⓒ 대한축구협회


결승전에도 이강인의 왼발은 빛났다. 준우승 메달만 걸고 아쉬워하던 우리 선수들 사이로 반짝반짝 빛나는 트로피가 전달됐다. FIFA가 주관하는 남자축구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최초로 이강인이 시상대에 우뚝 선 것이다. 결승전에 오른 한국 축구의 새 역사에 이어, 첫 최우수선수상(골든 볼)이라는 잊지 못할 새 역사가 또 하나 만들어졌다. 

이강인의 놀라운 왼발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6일 오전 1시 폴란드 우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 남자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1-3으로 아쉽게 역전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미 새 역사를 쓴 우리 선수들은 정말 후회 없이 뛰었다. 수비 집중력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역전패하기는 했지만 막내 이강인을 중심으로 최선을 다해 뛴 우리 어린 선수들 덕분에 한국 축구 팬들은 물론, 아시아 축구 팬들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다.

결승전 시작 후 80초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강인의 스루 패스를 받은 김세윤이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이스마일 엘파스(미국) 주심은 처음에 아무 상황도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나중에 VAR(비디오 판독 심판) 룸에서 우크라이나 수비수의 걸기 반칙이 페널티 지역 바로 안쪽에서 이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한국 에이스 이강인이 놓칠 리 없었다. 우크라이나 골키퍼 안드리 루닌의 움직임을 충분히 지켜보면서 11m 지점에 놓은 공에 접근한 이강인은 실수 없는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선취골을 성공시켰다.

비록 우리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공격수 블라디슬라프 수프랴하에게 연속골(34분, 52분)을 내주며 역전당하고 말았지만 이강인의 왼발 능력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강인 36년만의 4강 임무 완수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연장 전반 이강인이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이강인 36년만의 4강 임무 완수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연장 전반 이강인이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강인의 왼발 킥이 얼마나 정확하면서도 날카로운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최고의 게임이었다. 64분, 이강인의 왼쪽 측면 크로스는 후반전 교체 선수 엄원상을 정확하게 겨냥하여 휘어 날아왔다. 바로 앞에서 오세훈의 키를 넘는 궤적을 엄원상이 더 빨리 예측했다면 점수판을 2-2로 만들 수 있었기에 더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강인은 69분에도 미드필더 오른쪽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 세트 피스를 왼발 감아차기로 처리했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수비수 이지솔과 골잡이 오세훈을 겨냥하여 정확하게 배달된 것이다.

곧바로 이어진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도 이강인의 왼발 크로스는 수비수 이재익의 머리를 또 한 번 빛나게 했고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 골키퍼 안드리 루닌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메시-아게로-포그바-이강인' 그리고 '차범근-박지성-손흥민-이강인'

1골을 따라잡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쏟아낸 우리 선수들은 이강인의 정확한 왼발 킥 실력 덕분에 우크라이나 골문을 계속 두드릴 수 있었다. 

71분에도 이강인의 오른쪽 코너킥이 정확하게 날아와 골잡이 오세훈의 이마를 또 한 번 빛냈다. 아쉽게도 우크라이나 골문 위로 날아가고 말았지만 이강인의 왼발 킥 어느 것 하나도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이강인은 76분에도 중앙선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짧게 받은 뒤 공을 살짝 앞으로 밀어놓고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오세훈을 겨냥하여 정확한 크로스를 보내주었다. 그 덕분에 세트 피스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이재익이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78분에는 미드필드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이 우크라이나 미드필더 키릴로 드리실류크의 압박을 멋지게 따돌리는 드리블 실력도 뽐냈다. 그 덕분에 엄원상의 오른쪽 크로스에 이은 오세훈의 헤더 슛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동점골을 꿈꾸는 이강인의 택배 크로스는 계속 이어졌다. 85분에 왼쪽 측면에서 올린 이강인의 크로스가 역시 오세훈의 이마에 정확하게 전달된 것이다. 그 공이 우크라이나 골키퍼 안드리 루닌 정면으로 날아가 잡힌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마지막 순간도 이강인의 왼발 직접 프리킥이었다. 비록 그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우크라이나 골문 왼쪽 기둥 옆으로 흘러나갔지만 이강인의 왼발 실력을 아낌없이 자랑하는 결승전을 끝낸 것이다.

이강인은 시상식에서 대회 최우수선수상에 해당하는 골든볼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최근 몇 대회 골든볼 수상자 이름들만 모아놓아도 이강인의 위상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에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받았고, 바로 다음 대회인 2007년에도 세르히오 아게로(아르헨티나)가 골든볼 트로피를 자랑했다. 2013년에는 최근 한국에도 방문한 폴 포그바(프랑스)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제 한국 축구 팬들은 '차범근-박지성-손흥민'에 이어 '이강인'이라는 톱스타를 가슴에 품고 초록 그라운드를 찾아가게 됐다.

2019 FIFA U-20 월드컵 결승전 결과(16일 오전 1시, 우츠 스타디움)

한국 1-3 우크라이나 [득점 : 이강인(5분,PK) / 블라디슬라프 수프랴하(34분), 블라디슬라프 수프랴하(52분,도움-유힘 코노플랴), 헤오르히 치타이슈빌리(89분)]

◎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 이강인
MF : 최준(80분↔이규혁), 조영욱(63분↔전세진), 김정민, 김세윤(46분↔엄원상), 황태현
DF : 이재익, 김현우, 이지솔
GK : 이광연


◇ FIFA U-20 남자월드컵 최근 대회 우승, 준우승 팀 및 골든볼 수상자 일람

2019년 우승 우크라이나, 준우승 한국 / 골든볼 이강인(한국)
2017년 우승 잉글랜드, 준우승 베네수엘라 / 골든볼 도미니크 솔란케(잉글랜드)
2015년 우승 세르비아, 준우승 브라질 / 골든볼 아다마 트라오레(말리, 3위 팀)
2013년 우승 프랑스, 준우승 우루과이 / 골든볼 폴 포그바(프랑스)
2011년 우승 브라질, 준우승 포르투갈 / 골든볼 엔리케(브라질)
2009년 우승 가나, 준우승 브라질 / 골든볼 도미닉 아디이아(가나)
2007년 우승 아르헨티나, 준우승 체고 공화국 / 골든볼 세르히오 아게로(아르헨티나)
2005년 우승 아르헨티나, 준우승 나이지리아 / 골든볼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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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강인 U-20 월드컵 정정용 골든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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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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