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춤하고 있는 두산이 LG를 상대로 여전히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7-4로 승리했다. 작년 LG를 상대로 15승 1패라는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두산은 올해도 LG에게 2연패를 당한 후 내리 5연승을 거두며 천적관계를 재확인했다(44승26패).

두산은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6이닝 동안 4피안타 3사사구 8탈삼진 비자책 1실점을 기록하며 SK와이번스의 앙헬 산체스와 함께 10승고지를 밟았다. 타석에서는 결승타의 주인공 박세혁이 3안타, 오재일과 백동훈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부상으로 시즌을 조금 늦게 출발했던 이 선수가 17경기 만에 드디어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다. 옆구리 부상 복귀 후 중심타선에서 큰 힘을 보태고 있는 '피카츄' 최주환이 그 주인공이다.

소속팀이 두산이라 후보일 수밖에 없었던 만년 유망주
 
최주환 홈런포 가동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KBO리그 LG 대 두산 경기. 두산 최주환이 5회말 2사 상황에서 우익수 뒤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최주환 홈런포 가동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KBO리그 LG 대 두산 경기. 두산 최주환이 5회말 2사 상황에서 우익수 뒤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주환은 광주 동성고 시절 청소년 대표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유망주였지만 야속하리만치 실력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학교에 선동열 이후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던 '초특급 유망주' 한기주(삼성 라이온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동성고는 4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는데 2차 6라운드(전체46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최주환은 동기들 중 가장 낮은 순번으로 이름이 불렸다.

최주환은 두산 입단 후 퓨처스리그에서 뛰어난 타격 재능을 뽐내며 꾸준히 성장했다. 내야수로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던 최주환은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3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입단 동기 김현수(LG)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이 일찌감치 1군에서 자리를 잡은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결국 최주환은 2009 시즌이 끝나고 병역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최주환은 2010년 상무에서 유격수로 출전하며 타율 .382 151안타 104득점 24홈런 97타점 15도루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올리며 퓨처스리그를 지배했다. 하지만 2012년 팀에 복귀했을 때 두산은 2루수 오재원, 유격수 손시헌(NC다이노스), 3루수 이원석(삼성), 백업 김재호로 이어지는 탄탄한 내야가 있었다. 결국 최주환은 2013년 타율 .297, 2014년 타율 .280 4홈런 31타점, 2015년 타율 .282 5홈런 32타점을 기록하고도 주전 자리를 넘보지 못했다.

최주환은 언젠가부터 '팀을 잘못 만난 선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다른 팀에 있었다면 2루나 3루, 혹은 지명타자로 얼마든지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재능과 실력을 가졌지만 내야진이 탄탄한 두산에 있어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많은 야구팬들은 후보 선수로 20대 시절을 보낸 최주환의 재능을 아까워했다. 하지만 두산은 팀 내 가장 확실한 대타 요원이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최주환을 뚝심 있게 지켰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견딘 최주환은 프로 12년 차가 된 2017 시즌 드디어 날개를 활짝 펼쳤다. 2루와 3루, 지명타자를 오가며 두산 타선의 빈 곳을 메운 최주환은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301 7홈런 57타점 65득점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첫 해에 3할 타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타고투저 현상으로 워낙 3할 타자들이 흔해졌지만 그라운드를 누비기 보다는 벤치를 달구는 시간이 더 많았던 최주환에게는 매우 값진 시즌이었다.

옆구리 부상으로 62일 공백, 시즌 17경기 만에 첫 홈런 신고

2017년 1억 원의 연봉을 받았던 최주환은 생애 첫 풀타임 3할 타율에 대한 보상으로 작년 100%가 인상된 2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3할 타자임에도 여전히 입지가 불안한 듯했지만 최주환은 외국인 타자의 부진을 틈타 두산의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했다. 138경기에 출전한 최주환은 타율 .333 26홈런 108타점 87득점으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김재환, 박건우 등과 함께 두산을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떠올랐다.

최주환은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478 1홈런7타점을 기록하며 김재환이 부상으로 빠지고 박건우가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두산 타선을 이끌었다. '확실한 자신의 포지션이 없다'는 이유로 주전경쟁에서 번번이 밀리던 시절에 비하면 팀 내 입지도 매우 탄탄해졌다. 하지만 최주환은 올 시즌에도 두산의 개막전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시범경기 때 당한 옆구리 부상이 원인이었다.

4월 7일 1군에 등록된 최주환은 단 1경기만 소화한 후 통증이 재발해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태형 감독은 타선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할 최주환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후 1군에 복귀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주장 오재원이 극심한 타격부진에 빠지면서 최주환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러던 지난 5월 28일 47일의 공백을 극복하고 1군에 복귀한 최주환은 여전한 타격솜씨를 뽐내며 두산의 중심타자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주환은 부상 복귀 후 16경기에서 타율 .306 1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 있다. 물론 작년의 폭발적인 타점 생산능력과 득점권에서의 강세를 회복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산 타선에 최주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무게감은 차이가 크다. 최주환은 14일 LG전에서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솔로 홈런을 터트리면서 부상 후유증을 씻어버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작년 시즌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했던 최주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에서 확실한 자기 자리를 확보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최주환은 올 시즌 2루수로 8경기, 1루수로 1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수비 비중을 점점 높이고 있다. 작년 시즌 .368의 득점권 타율과 108타점을 기록했던 최주환이 본격적으로 타선에서 힘을 보탠다면 호세 페르난데스, 최주환, 김재환, 박건우로 이어지는 두산의 중심타선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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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최주환 마수걸이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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