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 학동역 인근 호텔에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프로듀스101>을 연출했던 한동철 피디, YG의 양현석 대표, 그룹 빅뱅의 승리, 가수 자이언티, 유성모 피디가 참석했다. <믹스나인>은 아이돌 제작자인 양현석 프로듀서가 전국의 크고 작은 기획사를 탐방해 수많은 아이돌 지망생을 만나고 인물을 발탁해 프로젝트 그룹을 완성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양현석 ⓒ JTBC

 
"저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습니다.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3일 오후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오늘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히면서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입장문에서 그는 "YG와 소속 연예인들을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너무나 미안합니다"라며 "쏟아지는 비난에도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버닝썬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후 그간의 의혹과 이어진 보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던 양현석(관련 기사 : '마약 논란' 비아이... YG 양현석 대표는 모르는 한 가지 http://omn.kr/1jp5g). 그랬던 그가 12일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가 지난 2016년 마약 구매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국민적 비난 여론이 일자, 자신이 23년 간 일궜다는 YG에서의 모든 직책과 업무를 떠나겠다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나섰다.

실제 YG의 '최대주주'인 양현석의 입장 발표 직후, 일각에서는 공식적으로 회사 내 경영진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던 양현석이 친동생이자 YG 엔터테인먼트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양민석 대표이사를 통해 회사 경영을 계속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듯, YG 플러스 대표도 겸하고 있는 양민석 대표이사 역시 이날 오후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양민석 대표이사는 입장문에서 "숙고 후에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양 대표이사가 전한 사임의 배경은 이랬다.

"양현석 총괄님과 저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에 그동안의 온갖 억측들을 묵묵히 견디며 회사를 위해 음악 활동과 경영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최근의 이슈들과 관련없는 소속 연예인들까지 지속적으로 힘들게 하는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 더이상 인내하고 견디는 것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초강수 둔 양현석, 그러나

"경찰이 이미 (비아이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보한 만큼 충분히 비아이를 소환 조사할 수 있었지만 경찰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반전의 배경에 양현석 YG 대표의 수사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양 대표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한씨를 불러 진술을 번복하면 사례해주겠다며 변호사를 선임해줬다는 겁니다.

한씨는 지난 4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양현석 대표의 수사 개입과 경찰 유착이 의심된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YG 측은 비아이 마약 의혹 확인을 위해 한씨와 만난 건 맞지만 진술 번복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한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줬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14일 SBS 보도다. 양현석이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은 결국 수사 개입과 경찰 유착 의혹이 자신에게 향하는데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그간 잇단 소속 가수들의 마약 관련 사건에 대해 YG의 실질적인 수장인 양현석에게는 도의적 책임이 제기됐을 뿐이다.

'버닝썬 사건'을 둘러싼 승리의 탈세 정황이나 경찰 유착 의혹, 그리고 성접대 의혹에도 불구하고 양현석은 당당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 비아이 사건은 달랐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사건을 제보한 한아무개씨가 진술 번복과 경찰 수사 무마, 변호사 선임 등을 제안한 인물로 양현석을 지목했다. 한씨는 2016년 8월 YG의 아이돌 그룹 위너 이승훈의 소개로 양현석을 직접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14일 경찰은 비아이 사건과 관련해 마약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16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각종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미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 한씨의 관련 신고 내용의 이관을 요청했다.

경찰은 비아이의 마약 의혹과 함께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과 YG와 경찰의 유착 의혹 등을 조사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양현석의 소환 조사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YG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양현석과 양민석 대표이사의 사임에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버닝썬 사건 이후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던 양현석을 향한 비난 여론이 회사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대주주' 양현석이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씨의 구체적인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여론과 경찰이 YG와 양현석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 해외에 체류 중인 한씨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양현석의 개입'과 '협박', '경찰 유착'이 핵심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로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면서 공익 제보가 자신의 혐의를 벗고 YG를 압박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진술 내용 없어져"
 
'SBS가요대전' 아이콘 비아이, 아무나 못해요! 아이콘의 비아이가 25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 2018 SBS 가요대전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아이 ⓒ 이정민


"덧붙이자면, 난 감형받기 위해 여러분들한테 호소하는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이미 2016년 8월 LSD 투약과 대마초 사건, 2016년 10월 탑과 한 대마초 사건이 병합이 돼서 이미 죗값을 치르는 중이에요. 병합된 사건이에요. 저는 판매가 아니라 교부입니다. 제 돈 주고 그 가격으로 C 딜러에게 구매를 (한) 다음에 그 와 같은 가격을 김한빈(비아이)한테 전달한 겁니다.

판매책이라고 하시는데 따지고 보면 판매책이 아닙니다. 금전적으로 이득 본 거 없어요. 제대로 된 인터뷰를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교부에 대해서 재조사가 이뤄진다면 성실히 조사받을 것이고, 제가 염려하는 부분은 양현석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하며 협박한 부분, 경찰 유착 등이 핵심 포인트인데 그 제보자가 저라는 이유만으로 저한테만 초점이 쏠릴 것이 걱정되어서 저란 사람과 이 사건을 제발 별개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요컨대, 자신은 비아이 사건으로 죗값을 다 치렀고, 따라서 이번 공익제보가 자신의 과거 대마초 흡연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씨는 지난 YG의 빅뱅 탑과 함께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기소, 2017년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모든 혐의를 인정했던 탑은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한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입장문에서 "내가 여러분들에게 비호감인 거 잘 알고 있어요"라면서도 "다 내가 스스로 만든 이미지인 것도 맞아요. 하지만 이 사건은 별개로 봐줘야 해요. 내게 초점을 맞추면 안 돼요. 정말 부탁드립니다"고 당부했다. "전 김한빈 끝까지 말렸어요, 끝까지 하지 말라고"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비아이 사건에서 YG와 양현석의 경찰 수사 개입이 핵심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경찰 역시 한씨를 다시 소환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그간 '버닝썬 사건'을 통해 제기된 YG와 경찰 유착 의혹을 다시금 수면 위로 올린 셈이 됐다. 한씨는 이날 변호사를 통해 경찰이 비아이 사건 관련 조서를 조작했다는 정황도 제시했다.

"특히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진술 내용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한씨 측은 2차 경찰 조서에 적힌 조사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이 석연치 않고, 1, 2차 조서 모두 한 씨의 필체와 다른 글씨체가 적혀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시간이 다른 것은 단순한 오타일 가능성이 있고 필체가 다르다는 주장은 해당 조서를 다시 살펴봐야 알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14일 SBS <8뉴스> 보도다. 한씨 측 방정현 변호사는 "1, 2회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공범 김한빈 (비아이)에 관한 진술을 다 했는데, 법원에 제출된 증거 기록상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그런 내용이 다 사라져 있는 거예요"라고 주장했다.

한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을 목격한 셈이 된다. 재수사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경찰이 먼저 수사해야 할 정황들이 이미 제시됐다고도 볼 수 있다.

'버닝썬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경찰이 유착 의혹이 제기된 해당 수사를 어디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 또 양현석을 소환 조사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앞서 양현석과 양민석 대표이사는 입장문에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양현석은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을 탓하고 나섰다. 경찰은 과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양현석이 당한 수치와 치욕을 해소해 줄 수 있을까.
양현석 비와이 한서희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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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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