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움길> 언론배급시사회 현장 스틸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이옥순 할머니가 1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에움길>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주)영화사 그램

 
"우리는 강제로 끌려 갔는데 왜 우리를 '위안부'라고 부릅니까. 우리는 위안부가 아닙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에움길>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자 이옥순 할머니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에 대한 항의였다.

성 노예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이날 "'위안부'라는 표현이 가해자 중심 용어이기 때문에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로 표기해달라"고 당부했다.

1600여 개 영상물 바탕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에움길>은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6년 350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귀향>과 이듬해 개봉한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뭉쳐 제작했다. 영화에는 할머니들의 소소하고 웃음 나는 일상부터 생생한 증언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연출을 맡은 이승현 감독은 앞서 <귀향>에서 일본군 다나카 역을 맡아 열연하고 스태프로도 참여하며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할머니들을 만나며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는 그는 이번 <에움길>을 통해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했다. 
  
이승현 감독은 "<귀향>에 참여하기 전까지 이 문제(일본군 성 노예 피해)에 대해 무지했다. 촬영 때 할머니들을 실제로 뵙게 되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보니, 정말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운 분들이셨다. 점점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도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됐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에움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약 20년간 촬영한 기록물을 토대로 제작됐다. 이승현 감독은 나눔의 집으로부터 1600여 개 비디오 테이프와 CD를 전달 받았으며 2017년 3월부터 6개월여 추가 촬영을 통해 영화를 완성했다.

이승현 감독은 "책임감이나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할머니들의 웃음과 일상을 담고 싶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할머니들의 일부분이고 할머니들을 대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마냥 밝을 수만은 없다. 할머니들이 과거에 겪은 역사는 중대하고 무거운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짚어야 했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들도 함께 담았다"고 전했다.

"<에움길> 세계 모든 사람들이 봤으면..."
 
 영화 <에움길> 언론배급시사회 현장 스틸

1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에움길>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승현 감독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이옥선 할머니, 이승현 감독. ⓒ (주)영화사 그램

 
영화에는 이옥순 할머니를 포함해 총 30여 분의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가 등장한다. 안신권 소장은 "영화에 나오시는 할머니 중에 현재 살아계신 분은 네 분밖에 안 된다. 가슴이 아프다. 할머니들이 그동안 큰 상처를 받으셨고 아픔도 많지만 꼭 이 문제를 세상에 알려야 겠다는 신념으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라고 하면, 투쟁적인 모습만 떠오르지 않나. 그런데 (영화에는) 할머니들의 일상생활을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나눔의 집에 많은 일본 사람들이 온다. 우리는 (일본인들에게) '할머니의 투쟁만 보지 말고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봐 달라'고 얘기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할머니들의 숨결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 이옥순 할머니는 다시 한 번 일본군 성 노예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했다. 그는 "(<에움길>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우리 역사를 여러분들이 널리 알아야 한다. 우리 역사다"라고 강조했다. 

"일본놈들은 (우리에게) 좋은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나쁜 짓만 했다. 지금에 와서는 안 그랬다고 하고 한국 사람들 강제로 끌고간 일이 없다고 하더라. 11살부터 15살까지 나이 어린 애들만 데려갔다. (중략) 우리는 위안부가 아니다. 우리는 강제로 끌려갔는데 왜 우리가 위안부가 돼야 하냐. 우리 할머니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죽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꼭 해결해야 한다. 후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이기 때문에 꼭 해결해야 한다."
에움길 일본군 성노예 나눔의집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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