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 이강인(오른쪽)과 최준이 에콰도르 진영에서 프리킥을 얻은 뒤 상의하고 있다. 2019.6.12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 이강인(오른쪽)과 최준이 에콰도르 진영에서 프리킥을 얻은 뒤 상의하고 있다. 2019.6.12 ⓒ 연합뉴스

 
턱을 만지며 프리킥 세트 피스 요령을 고민하던 이강인의 눈동자가 커졌다. 왼쪽 측면으로 돌아 뛰기 시작한 최준과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실점 위기도 있었지만 이 1골이 한국 남자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대회 마지막 순간까지 이들이 함께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정정용호 앞에는 결승전만 남았다.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2일 오전 3시 30분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전에서 최준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1-0으로 이겨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전에 올라섰다.

2010년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이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일본을 승부차기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놀라운 역사에 이어 20세 이하 남자축구 대표팀이 새 역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18살 이강인의 번뜩이는 눈빛

우리 선수들은 먼저 가슴 철렁한 순간을 겪었다. 게임 시작 후 38분 만에 이광연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골문이 공에 맞아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에콰도르 골잡이 레오나르도 캄파냐의 기습적인 왼발 슛이 한국 골문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린 것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반대쪽 골문이 열렸다. 39분, 미드필드 왼쪽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이강인의 재치있는 왼발 스루 패스를 받은 윙백 최준이 달려들어가며 오른발 감아차기를 멋지게 성공시킨 것이다.

이강인 특유의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가 예상되는 프리킥 장면이었지만 상대 수비 조직이 허술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강인의 과감한 판단과 완벽한 강도 조절로 굴려준 왼발 프리킥 전진 패스가 빛났다. 

이강인과 눈빛을 주고받은 왼쪽 윙백 최준은 에콰도르 측면 미드필더 곤살로 플라타의 뒤로 돌아들어가는 라인 브레이킹 실력을 맘껏 자랑하며 수비수 셋이 한꺼번에 몸을 내던지는 틈을 비집고 오른발 감아차기를 멋지게 성공시켰다.

이 1골의 영향력은 실로 컸다. 후반전에 에콰도르의 동점골 열망이 뜨겁게 흘러왔지만 마음만 급한 볼 처리가 눈에 띄었고 냉정한 골키퍼 이광연의 슈퍼 세이브 앞에 그들은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광연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팀을 구하다

우루과이와 미국을 차례로 꺾고 여기까지 올라온 에콰도르가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71분에 왼쪽 풀백 팔라시오스의 위력적인 휘어차기가 한국 골문 왼쪽 코너로 날아든 것이다. 이 위기를 한국 골키퍼 이광연이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오세훈, 이강인이 중심에 서서 앞쪽을 누볐다면 골키퍼 이광연은 뒤에서 묵묵히 자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덕분에 모두가 원하는 그곳까지 오를 수 있었다. 

슈퍼 세이브 실력을 맘껏 자랑한 이광연 골키퍼 최고의 순간은 후반전 추가 시간도 다 끝나가는 90+5분이었다. 전반전 골대 불운을 겪은 에콰도르 골잡이 레오나르도 캄파냐의 헤더 슛이 극장 동점골 궤적을 그리며 골 라인을 통과하기 직전에 이광연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그 공을 걷어낸 것이다.

이광연의 놀라운 집중력은 마이클 올리버(잉글랜드)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에도 입증됐다. 동점골을 염원하는 에콰도르의 마지막 슛이 허무하게도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 뻗어나갔지만 이광연은 낮게 깔려 날아오는 그 슛 궤적을 따라 마지막까지 몸을 내던져 쳐낸 것이다.

축구장에서 필요한 집중력이 어디까지인가를 이강인과 이광연이 각각 결승골 순간과 슈퍼 세이브 순간에 분명하게 보여주었기에 한국 남자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게임을 선물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정정용호는 오는 16일(일요일) 오전 1시 로츠 스타디움에서 대회 마지막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상대 팀은 이탈리아를 1-0으로 물리치고 올라온 우크라이나로 결정됐다.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정정용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19.6.12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정정용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19.6.12 ⓒ 연합뉴스

 
2019 FIFA U-20 월드컵 준결승 결과(12일 오전 3시 30분, 루블린 스타디움)

한국 1-0 에콰도르 [득점 : 최준(39분,도움-이강인)]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 이강인(73분↔박태준)
MF : 최준, 고재현(82분↔엄원상), 정호진, 김세윤(54분↔조영욱), 황태현
DF : 이재익, 김현우, 이지솔
GK : 이광연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42%, 에콰도르 58%
유효 슛 : 한국 2개, 에콰도르 5개
슛 : 한국 8개, 에콰도르 13개
코너킥 : 한국 4개, 에콰도르 8개
오프 사이드 : 한국 1개, 에콰도르 4개
파울 : 한국 15개, 에콰도르 18개
경고 : 한국 1장(황태현), 에콰도르 3장(레오나르도 캄파냐, 곤살로 플라타, 호세 시푸엔테스)

결승전 일정(16일 일요일 오전 1시, 로츠 스타디움)
한국 -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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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강인 이광연 U-20 월드컵 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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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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