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파리 공연 기다리며 '댄스 삼매경'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교외의 대형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 앞에서 콘서트를 기다리며 함께 춤을 추고 있다.

▲ BTS 파리 공연 기다리며 '댄스 삼매경'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교외의 대형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 앞에서 콘서트를 기다리며 함께 춤을 추고 있다. ⓒ 연합뉴스

 
"저는 '아미' 활동을 하지 않아서 입장권을 구하지 못했네요. 이런 세계적 이벤트를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하다니 아쉬움이 큽니다.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맞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또한 아쉽습니다. 기획사와 팬 여러분들이 공연장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여느 '아미'(BTS 팬클럽 명)의 토로가 아니다. 이른바 '방탄소년단 효과'를 보려는 어느 정치인의 글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부산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15, 16일 양일간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팬미팅(BTS 5TH MUSTER 'MAGIC SHOP')을 진행한다. 오거돈은 부산 시장으로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오 시장의 이러한 환영 글은 이른바 '방탄소년단 효과'를 기대하는 광역단체장의 순수한(?) 바람으로 느껴진다. 아래 문장처럼.

"교통에 불편이 없고, 무엇보다 안전사고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입장권 손에 쥐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은 일주일을 기다리시겠지요? 평소보다 시간이 잘 안 간다 싶겠지만 그 기다림만큼 더 큰 선물을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은 최대 2만5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들은 이미 들썩였다. 아시아드 인근과 부산 지역 주요 호텔의 예약은 거의 꽉 찼고 지역 유통 업체들도 방탄소년단 효과를 누리기 위해 분주하다. 방탄소년단 측이 해운대구에 위치한 5성급 호텔에 묵을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지난 5일 부산 지역신문인 <국제신문>은 "방탄소년단의 방문 소식에 지역은 모처럼 활력이 돈다"며 이렇게 전했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부산 공연을 열흘 남짓 앞두고 곳곳이 들썩이고 있다. 국내외 한류 팬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 이번 행사는 부산 도시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동안 침체됐던 지역 경기에도 활력소가 된다는 기대감이 크다." (2019년 6월 4일 <국제신문> '아미(BTS 팬클럽)' 몰고 방탄소년단 부산행…호텔·유통업계 들썩)

공연 좌석을 구하지 못했다는 오 시장, 확실히 방탄소년단의 부산 방문을 환대할 만 하다. 하도 부풀린 숫자 놀음이 많았던지라, 소위 한류 스타 효과나 붐이나 K-팝 '경제 효과' 관련 발표나 연구를 믿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른바 '방탄소년단' 효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그것이 꼭 '경제적'인 효과를 칭하는 것도 아닌 듯 보인다. 확실히, 그래서 더 다르게 다가온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도 여기에 주목 중이다.

전무후무한 방탄소년단 효과
 
 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스타디움 유럽투어 공연 중인 방탄소년단의 모습

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스타디움 유럽투어 공연 중인 방탄소년단의 모습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 어떤 음료를 마시면 그 음료를 따라서 구입 한다든가, 이런 '모방 소비'와 같은 파급 효과가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지난 9일 SBS < 8뉴스 >의 'BTS가 창출한 80만 관광객... "5조 원 넘는 경제 효과"' 보도 중 일부다. SBS는 위와 같은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말을 빌려 "옷이나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 등까지 더한 경제 효과가 5조 5천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작년 12월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효과'란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의 연평균 국내 생산 유발 효과가 4조 1400억 원으로, "중견기업 평균 매출(1591억 원)의 26배"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부가가치 유발 효과 1조 4200억 원까지 더하면, 방탄소년단의 총 경제적 가치는 약 5조 6000억원 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가 이번 팬미팅을 기대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여타 다른 국제 행사보다 월등히 많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 효과로 인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79만 6000여 명 늘어났고, 소비재 수출 역시 11억 달러(1조 2400억 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작년 8월 잠실 주경기장엣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 힘입어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 동월대비 38.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탄소년단 효과'에 부응하듯, 한국관광공사는 작년 11월 인천에서 열린 '2018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AA, Asia Artist Awards) 시상식에서 한국관광 홍보 및 외래관광객 유치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방탄소년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효과로 인해 무역수지까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 8뉴스 >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1분기 음향영상 서비스 수지(콘서트, 영화 등 콘텐츠의 수입금에서 지급금을 뺀 순이익)가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 역시 방탄소년단 효과로 풀이했다.

중국의 한한령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음향영상서비스 수지가 1억 1470만 달러(약 1350억 원 규모)를 기록한 것 역시 방탄소년단을 내세운 K-팝의 성과라는 분석인 셈이다. < 8뉴스 >와 인터뷰한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경우 지금 미국 콘서트가 매진될 정도로 무역 수지에도 분명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언론의 호들갑이라고 하기엔 방탄소년단이 광고에 출연한 기업들이나 일반 소비자들이 느낄 체감이 만만치 않다. 최근 <주간한국>의 '데뷔 6주년 BTS (방탄소년단)의 경제 효과'기사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기용한 KB국민은행과 LG전자 스마트폰이 인기 고공행진을 누렸고, 방탄소년단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코카콜라와 편의점 CU, 방탄소년단이 홍보대사를 맡은 현대자동차 역시 방탄소년단 효과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이었다.

<주간한국>은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방탄소년단 효과에 대해 "광고 모델 기용 전후 수치화된 경제 효과만 보더라도 BTS 효과를 체감한다"며 "수치화 되지 않은 부분까지 합치면 경제적인 효과는 말 그대로 무한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제적인 효과 외에 비경제적인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는 것 역시 방탄소년단만의 특징일 터. 지난달 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18 한류 파급효과 연구보고서'가 이를 입증하고 있었다.

비경제적 가치와 방시혁 대표의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로 인한 총 수출액은 약 94억 8000만 달러(약 11조442억 원)로, 전년 대비 약 9.1% 포인트 증가했다. 전년 대비 22.8%포인트 급증한 문화콘텐츠상품 수출액은 약 44억 2000만 달러(5조 1493억 원)로, 개별 산업 수출액은 음악(4.3억 달러)은 게임(30.6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였지만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전 세계적인 한류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전년 대비 0.5%포인트 감소하긴 했지만, 소비재와 관광 수출은 약 50억5000만 달러(약 5조8832억 원)를 기록했다. 역시나 전 세계 '아미' 팬들이 직접 소비할 가능성이 큰 관광과 소비재의 경우, 관광(15.2억 달러), 화장품(10.1억 달러), 식료품(7.7억 달러) 순이었다. 진흥원은 "방탄소년단과 오버더톱 서비스(OTT)를 타고 세계 범위로 확대된 한류는 현재 다양한 차원의 경제적 또는 비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류의 비경제적 가치 분석' 연구였다. 방탄소년단과 팬클럽 '아미(ARMY)'의 소통적 특징을 분석한 이 연구는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와 실천적 행동, 아미의 상호작용 등을 사회적, 문화적, 외교적 영향력으로 나눠서 분석하기도 했다. 이른바 '방탄소년단의 비경제적 효과'였다. 방탄소년단이 사회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 이르렀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놀랍게도 '062-518'이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노래가 있죠? 광주의 지역 전화번호와 5.18을 연결한 것이다. 전 세계 아미들(BTS 팬클럽의 통칭)이 그 노래를 다 외우고 있다는 거예요. (중략) 대중가수가, 전 세계에 팬클럽 가진 가수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호수가 되는 사건을, 민주주의라는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가사에 녹여낸 것이다."

지난 5일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2019 서울' 첫날 영국의 음악평론가 스테판 버드와 함께 'BTS 현상' 등의 주제로 기조 대담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감탄'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알게 된 '아미'들이 콘서트 참여할 뿐만 아니라 직접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찾는 모습에 찬사를 보낸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한 시상식 소감에서 <백범일지> 중 한 대목을 인용하거나 일본 우익들의 반발을 광복절 기념 티셔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 등을 통해 소셜 미디어 상에서 한국의 역사를 알려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방탄소년단은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의 말마따나, 자신들의 영향력을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리더 알엠이 최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한 애도의 말도 그랬다.

"헝가리에서 우리나라 관광객 분들께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시게 되었는데요. 진심으로 고인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또 실종자 분들의 하루 빠른 무사귀환을 기원하겠습니다."

방탄소년단이 만들어가는 이러한 비경제적 가치, 즉 좋은 영향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것이 바로 방시혁 대표의 행복론이다. 지난 2월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장문의 축사를 낭독한 방 대표는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특히 우리의 고객인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래와 같이 첨언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인사가 건넨 행복론으로서는 확실히 남다른 구석이 보이는, 방탄소년단이 추구하는 가치의 근간을 엿보게 하는 동시에 이들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명문이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여러분의 행복이 상식에 기반하길 바랍니다. 공공의 선에 해를 끼치고 본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욕망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 바깥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유지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해 애정과 관용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한 관심 속에서 여러분의 삶에 제기되는 문제들, 여러분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것들을 해결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저 놀라운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의 행보
 
해바라기 분장으로 귀국한 방탄소년단 유럽투어를 마친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해바라기 분장으로 귀국한 방탄소년단 유럽투어를 마친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렇게, 빌보드 뮤직어워드 2관왕을 비롯해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가 됐다. 2회에 걸친 영국 웸블리 공연이 어떤 파급 효과를 미쳤을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만큼이나, 20세기로 다시 돌아간다면 꿈에서나 나올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방탄소년단의 성과 중 개인적으로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은 바로 지난 5월 미 CBS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출연한, 뉴욕 맨해튼의 '에드 설리번' 극장에서 펼친 공연이었다. '21세기의 비틀즈',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로 불리는 방탄소년단. 이들이 1960년대 비틀즈가 미국을 '침공'할 당시 처음으로 공연한 바로 그 극장에서 비틀즈의 무대를 재현하고 '헤이 주드'를 '커버'하는 광경이 마치 판타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고나 할까.

이렇게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중인 '방탄소년단', 그들의 여러 성과 중에서 경제적인 효과를 논하는 일은 제일 지루하고 따분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성과가 산업의 부흥을 수반하고, 또한 그러한 부흥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터. 이들이 만들어가는 전무후무한 '밝은 미래'가 과연 어디까지 뻗어갈지, 과연 상상할 수 있겠는가.  

"짜장면아 기다려. 형이 갈게."

그러거나 말거나, 10일 유럽 투어를 마치고 입국, 해바라기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한 방탄소년단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이 일곱 청년들은 예나 지금이나 '짜장면!'을 연호하고, 자신들의 일상을 소셜 미디어에 공개하며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방탄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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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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