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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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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 발언의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법이 범죄로 규정한 공산주의 사상을 따르며, 간첩 신영복 선생 발언과 북한노동당 부주석 김원봉의 현충원 발언으로 자유대한민국의 헌법을 위법한 공산주의자처럼 발언한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하야하는 것이 마땅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어 사회주의국가 또는 공산주의 국가로 가려는 이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자유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한 것이다."

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대변인인 이은재 목사 명의로 발표한 '반 민주주의 언론에 대한 성명서' 중 일부다. 한기총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잇따른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교계 안팎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한기총 전광훈 회장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동시에 언론의 전광훈 목사 관련 보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같이 가상의 목표를 설정하고, 마치 가상의 목표가 현실인 것처럼 보도"한다며 "패륜적인 보도"라고 규정했다.

이렇듯 한기총이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까지 걸고 넘어지자, 역시 성공회대 출신인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즉각 "한기총과 전광훈 목사의 삶에 들어와 있는 그들의 시대는 어떤 시대이고 얼마만큼 들어와 있는 걸까?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며 한기총과 전 회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탁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와 같이 물은 뒤 "한 사람의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그 사람의 인생에 그 사람의 시대가 얼마만큼 들어와 있는지를 보면 그의 인생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훌륭한 삶일수록 그 시대가 많이 들어와 있기 마련"이라며 "신영복 선생의 말씀"이라는 부연을 달기도 했다. 

한기총 전광훈 회장과 지도부의 정치적 발언과 과격한 언사를 향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전 회장이 공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섰다. 앞서 전 회장은 10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릴레이 단식기도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 회장은 이날 한기총 총회 대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내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실에서 문재인 하야 특별 기자회견과 더불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상·하원에 보내는 공개서한 대회를 진행하겠다"며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나라와 교회를 주사파로부터 건져내자"고 주장했다. 역시나 '주사파'를 언급하며 예의 그 색깔론을 이어 나가는 한편 예배당 밖에서의 강경 투쟁을 예고한 셈이다.

이 같은 한기총 지도부와 전 회장의 행보는 지난달 20일 MBC <스트레이트>가 전 회장의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보도한 이후 더 극심해지는 분위기다(관련 기사 :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황교안"... 전광훈 목사의 '빅픽처'). 하지만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은 한기총이 "패륜적 보도"로 규정한 언론뿐만이 아니다. 한기총이 정권 비판의 수위를 높여갈수록 교단 안팎의 비판 역시 강도가 세지는 형국이다.

정치하고 싶은 목사 전광훈

교계 원로로 유명한 안동교회 유경재 원로 목사는 지난 7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한기총 전 회장을 향해 직언을 쏟아냈다.

유 목사는 "한기총은 (한국 개신교를) 전혀 대표할 수가 없다"고 단언하며 전 회장이 최근 시국선언문에서 한기총의 조직 규모에 대해 '1200만 성도, 6만 5000 교회,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유 목사는 기독교 언론 <뉴스앤조이>의 기사를 인용, 이렇게 설명했다.

"그 기사에 따르면, 현재 한기총에는 77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고, 행정 및 가입 보류된 교단을 제외하면 63개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참여하고자 하는 숫자는 다른 연합 기구보다 많은 편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교단이 대부분인 것입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라는 이름만 가진 교단도 수십 개가 되거든요. 그래서 이 교단들 모두 합해 봐야 제가 볼 때 (소속 성도가) 200만 명도 안 될 것이라고 봅니다."

유 목사는 일찍이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 등 한국 대형 교회의 폐단을 강하게 비판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만큼 유 목사가 진단하는 최근 전 회장과 한기총 지도부의 정치적 발언과 그에 따른 무리수는 한국 대형 교회가 보여준 일련의 폐단과 맞닿아 있었다.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기총 내부에서도 그 사람들이 제대로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빨리 그 회장을 물러가게 하고, 조직의 결의 없이 단독적으로 그렇게 결의한 사람에 대해서 회장으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 연합기구는 더욱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중략).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이유는) 물론 돈에도 있고, 권력에도 있는 거죠. 결국은 대형화된다는 것은 힘이 생긴다는 것이고, 힘이 생기면 그것을 과시하고 싶어 하고, 그러면서 그런 세습의 문제도 나오고, 거짓말해 가면서까지 그 자리를 보전하려고 하고. 아니면 분쟁이 생겨서 목숨 걸고 싸우고, 그래서 분열하고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 그리고 대형 교회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안고 있음을 우리에게 증명해주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잇따른 '문재인 하야' 주장에 한기총 내부에서도 반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지난 11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위한 국민총궐기 대회 사전행사를 열었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지난 11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위한 국민총궐기 대회 사전행사를 열었다.
ⓒ 유튜브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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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유 목사뿐인가.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예수살기,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일련의 기독교 단체 역시 성명을 내고 한기총의 해체와 전 회장의 사퇴, 지도부의 사과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중 지난 7일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국민을 분열하는 한기총은 역사에서 사라져라'는 성명을 통해 한기총과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듯한 한기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 교회와 사회에 대한 무책임하고 반성 없는 태도와 상실된 자정의 의지와 능력 없음으로 인하여 한국교회의 주요 교단과 단체들은 이미 탈퇴하였고 공식적인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 교인들도 한기총에 대표적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았다(중략).

한기총은 과거 금권 선거와 부정부패, 사회 기득권층과의 유착으로 교회와 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여기에 2019년 1월 29일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았으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법정 구속 이력이 있고, 소위 '빤스 목사'라고 불리던 전광훈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했으며,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교회를 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정통 교회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전 회장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 작년 5월 법원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당시 징역 10개월 형을 선고 받은 전 회장은 같은 해 6월 열린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면서 병보석으로 석방됐다.

전 회장이 19대 대선 당시 장 후보를 지지하며 문자 발송에 사용한 금액은 4천만  원가량. 2심 재판부는 이 자금이 장 후보와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석방된 전광훈 목사는 이듬해인 올해 1월 한기총 회장으로 당선됐다.

앞서 유 목사는 전 회장이 일련의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배경을 "자기가 정치하고 싶은 모양이죠"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전 회장의 '정치적 행보', 즉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는 과격한 발언이 전부가 아니다. 전 회장은 현재 한기총 대의원을 중심으로 전국의 253개 지구에 위원을 조성 중이다. 이 253개 지구는 현 국회의원 지역구 숫자와 일치한다. 한기총 안팎에서도 이러한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인 김인기 목사는 "내년 4월 총선을 위해서 한기총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 이후 한기총이 너무 정치적으로 극단적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한기총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전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성명 직후) 전광훈 목사가 비대위 13명에 대해 그날 해임 문자를 보냈다"며 "너무나 살벌한 공포정치다. 이런 식으로 전 목사가 강압적으로 한기총을 운영했다. 거의 70~80%가 반대하지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기총 내부에서조차, 또 현 지도부에서조차 전 회장의 사퇴 요구가 터져 나온 셈이다.

아울러 비대위는 사전선거법 위반으로 전 회장 고소를 추진했으나 전 회장의 기세에 눌려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전 회장의 연이은 '정치적' 행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7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자체적으로 위법성을 검토하고 문서를 통해 전 목사 측에 선거법 준수를 권유했다. 일종의 주의 조치인 셈. 이를 어기고 계속해서 전 회장이 선거 관련 발언을 이어가면 어떻게 될까. 

"선관위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어기면, 선관위는 수사 기관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 선거법에서는 교육적, 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에서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울신문> 7일자 <한기총 회장에 선관위 주의 조치 "선거법 위반 우려"> 기사 중)

문재인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기까지 
 
한기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한기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 한기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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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씨하고 불상의 참석자들 중에 아멘을 표시한 사람들, 비디오로 다 촬영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내란 관련 혐의로 고발할 예정입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범죄의 의도가 있는지, 내란에 동참할 의도가 있는지 다 확인을 해 봐야 된다고 판단을 하거든요."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사단법인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의 말이다. 앞서 기독교 시민사회단체인 평화나무는 전 회장이 작년과 올해, 일련의 설교와 강연에서 "삼일절 전까지는 기필코 문재인이를 끌어내자", "청와대로 진격하자", "60세 이상 사모님들 먼저 순교하자"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녹취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심지어 지난 8일 전 목사는 한기총 블로그에 "지금 저의 심정은 히틀러의 폭거에 저항하며 독일과 유럽의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본 훼퍼와 같은 심정"이라며 "저는 본 훼퍼의 심정으로 생명을 걸고 문재인을 책망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 단식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본회퍼('본 훼퍼'보다는 '본회퍼'로 쓴다-편집자말)는 히틀러 암살을 계획했던 반나치운동가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 한기총 해산 청원을 낸 평화나무는 6월 중으로 전 회장을 내란선동죄 및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종교를 가장한 전 회장의 정치적 행보가 선관위는 물론 문체부와 검찰까지 그 추이를 살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진보개혁 성향의 교단은 물론 한기총 내부에서조차 사퇴를 종용 중인 전광훈 회장. 결국 전광훈이라는 '괴물 종교인'을 만든 것은 보수 개신교 및 대형 교회와 결탁, 정치적 이익과 표몰이를 노린 한국 정치의 이면이라 할 수 있다. 총선 등 각종 선거철만 되면 대형 교회 인사들과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리는 정치인들 말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월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열린 원로들과의 면담에 참석해 전광훈 대표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전광훈 대표회장과 악수하는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월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열린 원로들과의 면담에 참석해 전광훈 대표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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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우파와 극우 세력을 선거와 집권에 이용하면서, 전광훈 목사와 같은 '정치목사'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월 당 대표 당선 직후 전 회장을 만났던 황 대표의 행보와 "(황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잇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전 회장의 화답은 이러한 '정치목사'를 이용하는 보수 정치의 상징적 장면이라 할 것이다.  

차라리 전 회장은 목사를 그만두고 직업 정치인의 길로 뛰어 드시길 바란다. 특강이란 명목 아래 정치적 발언을 일삼지 말고, 세금도 내면서 떳떳하게 선거도 나가고, 선거 유세에 나서시라. 그것만이 전 회장도 살고, 보수 개신교계도 사는 길이 아닐는지.

태그:#전광훈, #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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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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