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뉴스는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임에도 첫 기사와 비교해서 덧붙여지는 사실을 합한 뒤이어지는 기사를 보면 참 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사건을 다룬 뉴스를 보고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조각들에 대해 제멋대로 추측해나가는 네티즌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를 보다보면 이런 일련의 사태를 그대로 답습한 듯한 플롯을 차용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살아남은 아이 포스터

살아남은 아이 포스터 ⓒ CGV아트하우스, 엣나인필름

 
아들이 물에 빠진 기현을 구하려다 죽었다. 그리고 성철과 미숙은 죽은 아들의 명예를 기리는 표창장을 대신 받았다. 이후 그들은 아이를 잃은 아릿한 심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영화는 답하듯 은찬의 엄마는 그의 친구를 찾아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하고 아빠는 죽은 아이 대신 살아난 기현에게 밥도 먹여주고 일자리도 주면서 떠난 은찬을 느끼려 하는 부분을 연이어 보여준다.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엣나인필름

 
뒤이어서 밝혀지는 사실, 그리고 진실에 한발짝씩 다가갈 때마다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경 변화를 보면 보는 내가 조마조마해진다. 진작에 생긴 상처를 헤집는 탓에 성철과 미숙의 아픔을 볼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은찬의 흔적이라도 느끼고 싶어 밥을 사주던 아들의 친구는 은찬의 죽음을 방관했던 게 진실이고 은찬 대신 살아남은 아이 기현은 자신들의 폭력으로 죽어버린 아들의 죽음의 사인을 조작한 장본인이었다.

영화는 진실을 알기 전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아이의 부모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당장 밥 먹을 돈이 없는 기현에게는 자신의 기술을 가르쳐주고 필요한 물품을 주고 가족 나들이에도 껴 주는 등 은찬의 부모가 얼마나 인간적인 사람들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살아남은 아이 성철, 미숙, 기현 즐거운 한때

▲ 살아남은 아이 성철, 미숙, 기현 즐거운 한때 ⓒ CGV아트하우스, 엣나인필름

 
아이러니하게도 성철과 미숙의 이같은 사랑에 기현은 결핍을 채워나갔고 이후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한다.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에 결핍이 많은 아이의 성장이야기를 끼워넣은 건 좀 잔인하다 싶다. 사건 위주로 드라마적 요소 없이 사실만을 나열하는 뉴스가 차라리 낫겠다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이 영화가 유일하다.

충분히 죄책감에 시달렸고 진실을 말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싶은 기현이 마지막 성철의 부름에 활짝 웃었던 것은 아직도 결핍에 시달리는 기현이 여전히 이들 부부의 사랑에 감동했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마지막 피크닉은 즐거웠을까? 성철과 미숙이 사건 전말을 안 그 순간 취할 수 있는 방어란 이것뿐이었다는 것이 공감이 가면서도 해맑은 기현의 웃음이 생각나서 잠시 찝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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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한국영화 신동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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