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이 9일(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비엘스코비아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혈전 끝에 3-2로 승리하고 4강진출에 성공했다.

▲ U-20 월드컵 4강 진출 성공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은 그 유명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7년 만이다. ⓒ 연합뉴스

 

한국의 젊은 태극전사들이 36년 만에 '4강신화'를 달성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비엘스코비아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3-2로 승리하고 4강진출에 성공했다.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세네갈과 세 골씩 주고 받는 난타전을 펼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첫 2명이 실축을 했지만 이광연 골키퍼의 선방과 세네갈의 실축 두 번으로 극적으로 4강 신화를 완성했다.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은 그 유명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7년 만이다. U-20 월드컵으로 한정하면 무려 36년의 세월을 거슬러 1983년 멕시코 대회까지 올라가야 한다. 일요일 새벽 축구팬들에게 극적인 승리를 선물해준 한국은 오는 12일 미국을 2-1로 꺾은 에콰도르와 결승진출을 놓고 다툴 예정이다.

세 번째 본선 진출 만에 만들어낸 '박종환호'의 4강신화

한국은 6·25전쟁 직후 출전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에게 0-9, 터키에게 0-7로 완패하며 세계 축구와의 수준 차이를 실감해야 했다. 물론 제 1,2회 아시안컵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무대에서는 강한 면모를 드러냈지만 이후 30년 넘게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할 정도로 월드컵은 다른 세상 이야기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연령별 대표팀의 선전으로 가능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처음 본선에 진출해 1승1무1패의 성적을 기록하고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1981년 호주대회에서는 브라질,루마니아,이탈리아와 한 조에 포함되는 '끔찍한' 조편성에 걸렸다. 그럼에도 한국은 2골2도움을 기록한 최순호의 원맨쇼에 힘입어 월드컵 2회 우승(1981년 기준)에 빛나는 이탈리아를 4-1로 대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일본, 호주 대회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한국 U-20 대표팀은 박종환 감독이 이끌고 김종부(경남FC 감독), 신연호(단국대 감독) 등이 주축이 된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기어이 '대형사고'를 쳤다.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스코틀랜드,호주와 한 조에 편성된 한국은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에게 0-2로 패하며 우울하게 대회를 출발했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 한국에게 기분 좋은 반전이 찾아왔다.

한국은 7만 명의 홈관중이 운집한 개최국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후반44분에 터진 신연호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김종건과 김종부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2-1로 승리했다. 3번의 참가 만에 처음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한 한국은 8강에서도 신연호의 멀티골에 힘입어 우루과이를 2-1로 꺾으며 FIFA주관대회에서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는 쾌거을 달성했다.

4강에서 둥가와 베베토가 버티던 최강 전력의 브라질을 만난 한국은 김종부가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2로 역전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한국 U-20 대표팀의 4강 신화는 당시 한국 축구의 수준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기적'이었다. 그 시절 한국의 4강신화를 이끈 박종환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중국 U-21 대표팀 감독)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정우영 빠진 미완성의 전력에도 4강신화 재현한 작은 태극전사들

 
U-20 월드컵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이 9일(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비엘스코비아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혈전 끝에 3-2로 승리하고 4강진출에 성공했다.

▲ U-20 월드컵 8강 우승 U-20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진출에 성공하고 기쁨의 포옹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1983년 4강 신화 이후 세 번의 U-20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했고 90년대 이후 10번이나 U-20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1983년의 성적을 재현하지 못했다. 한국은 매 대회마다 이관우,정조국(강원FC),박주영(FC서울),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같은 걸출한 '특급 유망주'가 있었지만 그 연령대 최고의 유망주가 출전한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출전하는 현재의 U-20 대표팀은 이승우와 백승호(지로나FC)가 출전한 2017년 대회를 능가하는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완전체'를 구축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정우영이 뮌헨의 차출거부로 출전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정우영의 불참은 '에이스' 이강인(발렌시아FC)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승후보로 불리던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패할 때만 해도 한국 대표팀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36년 전 선배들이 첫 경기 패배 후 내리 3연승으로 4강신화를 달성했던 것처럼 2019년의 후배들 역시 두 번째 경기부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조용한 기적'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다소 불완전한 전력에도 정정용 감독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했던 기적이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주축 선수들이 빠진 아르헨티나에게 2-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할 때만 해도 한국의 성과는 썩 크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16강에서 '숙적' 일본을 1-0으로 꺾으며 2003년의 패배를 설욕했고 4강에서도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과의 난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연장전까지 무려 6골을 주고 받고 승부차기에서도 VAR이 쓰였을 만큼 이번 대회 가장 극적인 승부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경기였다.

한국은 오는 12일에 열리는 4강전에서 멕시코,이탈리아,일본이 속한 '죽음의 조'를 뚫고 16강에 진출해 토너먼트에서도 우루과이와 미국을 연파한 에콰도르와 결승진출을 놓고 다툰다. 양 팀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을 이겨내고 극적으로 4강 진출을 달성한 상승세의 팀이라 8강 못지 않은 대혈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국의 마지막 일정은 3-4위전이 열리는 15일이 아닌 결승전이 열리는 16일이 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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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정정용 감독 이강인 오세훈 4강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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