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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물류를 움직이는 '위대한 손' 

송도국제도시 서남쪽 끝자락에 있는 인천신항. 멀리서부터 시야에 들어오는 대형 크레인들이 그 엄청난 규모를 말해 준다. 크레인이 척척 내려놓는 형형색색의 컨테이너는 세계 각국에서 대한민국 경제에 보내는 거대한 종합 선물 세트 같다.

1883년 2월, 10m 조수간만 차를 극복하고 열린 새로운 길. 인천의 바닷길을 따라 세상 문물이 전해지고 꿈을 찾아 수많은 사람이 오갔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동북아 물류의 거점으로서 인천항의 존재감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그 중심에 인천신항이 있다. 

그 안에서 수출입 화물의 안전을 책임지며 1년 365일 밤낮으로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컨테이너 수리 작업반이다. 하루에 인천신항을 드나드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약 5000TEU(약 6.1m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 

대부분 벽면과 바닥이 찌그러지고 찢기고 녹슬거나 아예 무너져 내린 경우도 많다. 이 모든 걸 고쳐내는 건, 오로지 사람의 손. 불볕더위 속에서 5kg이 넘는 망치를 휘두르며 철판을 펴고, 60kg이 넘는 합판을 뜯고 자르고 갈아 끼운다. 
 
하늘 높이 쌓인 컨테이너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끄는 '힘'을 상징한다. ⓒ 류창현 포토디렉터
 
땀과 사투 벌이는,  '극한 작업'

컨테이너가 빼곡히 채워진 항만 부둣가. 오늘도 이곳에선 이른 아침부터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작업반은 벌써 몇 시간째, 밀폐된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 맨손으로 찌그러진 철판을 펴고 있다.

쇠망치를 쉬지 않고 두드리다 보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철판을 붙이는 용접 작업도 만만치 않다. 불꽃의 온도는 무려 1000도. 사방으로 튀는 불꽃을 온몸으로 막으며 일해야 한다. 그들 몸에는 화상 흔적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다. 

네다섯 명의 작업자가 감당하는 컨테이너는 하루 150여 개. 컨테이너 수리업체 C.T.S(콘테이너테크닉큐서비스)의 김형수(40) 과장은 매일 아침 7시에 일터로 와 작업반이 컨테이너를 수리할 수 있도록 검사를 마친다.

그가 인천항에 처음 발을 디딘 건 10년 전, 30세의 젊은 나이였다. 그때도 지금도 젊은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일하길 꺼린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생인 큰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였다.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청소부터 시작했다. 물줄기는 120도 고온에 200바(bar) 압력으로, 자칫하면 몸에 화상을 당하거나 크게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의 힘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물줄기를 다루며 컨테이너에 묻은 이물질과 악취를 씻어냈다.

점심시간에는 쉬지 않고 홀로 용접 연습을 했다. 근무 시간에는 선배들이 작업을 하니 용접기에 감히 손댈 수 없었다. 그렇게 밑바닥에서부터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오늘에 이르렀다.
 
항만 노동자의 고된 하루를 견디게 하는 건, 내 손을 거쳐 수출입이 이뤄진다는 자부심, 그리고 가족이다. 사진은 C.T.S의 김형수 과장. ⓒ 류창현 포토디렉터
  
인천 신항의 하루 물동량 5000TEU. 그중 망가진 컨테이너를 고치는 건, 오로지 '사람의 손'이다. ⓒ 류창현 포토디렉터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위험은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 컨테이너 수리는 내부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작업 공간은 때로 컨테이너 바닥이, 때로 2.4m 높이의 컨테이너 지붕 위가 되기도 한다. 허공에서 철골 위를 걸으며 컨테이너를 살피다 보면 자칫 추락할 위기에 놓이기 일쑤다. 

손상된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암흑 속에 서기도 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컨테이너 안에서 빛이 새는 걸 보며 미세한 구멍까지 찾아낸다. 가장 힘든 건 여름과 겨울을 나는 일이다.

체감 온도가 겨울에는 10도 이상 내려가고 여름에는 10도 이상 올라간다. 한여름 불볕더위에 용접 온도가 더해지고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해 두꺼운 옷을 몇 겹씩 끼워 입으면, 체감 온도는 상상 이상 극한의 고통으로 엄습한다. 

"일이 고되고 그에 비해 보수도 많지 않지만, 내 손을 거쳐 수출입이 이뤄진다는 자부심으로 버팁니다. 물류산업에 컨테이너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자부심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10년간 항만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여름휴가를 간 적이 없다.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 일하고, 일요일 단 하루 쉰다. 하지만 제 몸 고달픈 것보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견디기 힘들다. 

주말에 함께 놀러 가지 못해서, 혹시라도 세 아이가 밖에서 험하게 일하는 아빠를 창피해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인천항을 보고 "와, 아빠 회사다"라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가족은 그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다.
 
위험은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 2.4m 높이의 컨테이너 지붕 위도 그들의 작업 공간이다. ⓒ 류창현 포토디렉터
  
해상 사고로 인해 큰 손상을 입은 컨테이너. 숙련공 한 사람이 하루 꼬박 작업에 매달리면 완벽하게 고쳐진다. ⓒ 류창현 포토디렉터
  
컨테이너 수리할 내용을 알리는 표식. ⓒ 류창현 포토디렉터
 
해가 지고 나서야, 항만 노동자의 고된 하루에 쉼표가 찍힌다. 하루 종일 망치질한 어깨가 뻐근해 온다. 어둠이 내린 하역장에 화물선이 토해낸 물류가 가득 차 있다.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다시 내일의 작업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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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종합 매거진 <굿모닝인천> 6월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인천신항, #컨테이,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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