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과 토트넘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유럽축구의 2018-2019 시즌이 대부분 마무리되었다.

각 리그에서 여러 가지 기록이 쏟아지고 사건들이 일어나며 이번에도 다사다난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구단의 '살아있는 전설들'이 이탈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리더십을 보인 위대한 주장들이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고 팀을 떠났다. 대표적인 선수들로 맨시티의 뱅상 콤파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고딘, 그리고 로마의 다니엘레 데로시를 꼽을 수 있다.
 
'유리몸' 소리 들었지만, 맨시티 클럽 최전성기를 이끈 주장
  
 4월 1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가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의 수비를 피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 ⓒ EPA/연합뉴스

 
안더레흐트와 함부르크에서 활약하며, 유망한 수비수에 가까웠던 콤파니는 만수르의 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2008년 맨시티로 이적했다. 초반에는 로테이션 멤버에 그쳤지만, 10-11 시즌에 25경기를 소화하며 본격 주전으로 도약했고, 2011년부터 맨시티 주장을 역임하면서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콤파니는 수비 파트너가 계속 바뀌는 가운데, 맨시티 수비를 지키며 맨시티 클럽 역사상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다. 190cm가 넘는 신장을 이용해 상대 공격수를 찍어누르고, 수비 라인을 진두지휘하면서 훌륭한 리더십까지 보이며 감독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중심 선수로 기용되었다.
 
콤파니는 14-15 시즌까지 매 시즌 25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맨시티 수비를 이끌었지만 15-16 시즌부터 경기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투적인 수비를 즐겨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피로와 부담이 몸에 축적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부상으로 점점 발현되기 시작했다. 완치가 불가능할 정도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부상 때문에 그는 '유리몸' 이미지가 되었다. 많은 경기들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나올 때마다 늘 나름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부상이 잦아지고, 경기에 나올 때마다 잦아지는 실수들로 인해 '이제는 맨시티를 떠날 때가 되었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시즌부터는 콤파니의 은퇴설, 이적설이 자주 불거졌다. 하지만 콤파니는 계약 기간을 다 채우려는 의지를 보였고 다시 실력을 되찾아 꾸준하게 출장을 했다. 이번 시즌 37R 레스터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에 의한 골로 1-0 승리를 이끌어내며 리버풀을 끌어내리고 우승을 차지하는 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
 
맨시티에서 리그 기준 210경기를 뛴 콤파니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으로 자신의 친정팀인 벨기에 리그 안더레흐트에 합류해 선수 겸 감독 역할을 맡기로 했다. 콤파니는 4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FA컵 우승 등 여러 우승 트로피를 올리며 맨시티 역사상 최고의 수비이자 주장으로 남게 되었다.
 
시메오네의 페르소나, 가장 저평가된 최고의 수비수
 
디에고 고딘은 2010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영입되었는데 그전까지 비야레알에서 준수하게 수비하는 선수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고딘은 아틀레티코에 온 이후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세계 최고 수비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과 찰떡궁합을 보였는데, 시메오네의 두 줄 수비 전술에서 고딘은 핵심이었고, 그에게 전체적인 지휘 역할을 맡기면서 고딘에게 '시메오네의 페르소나'라는 별칭이 붙었다.
 
고딘은 수준급의 피지컬을 활용해 압도적인 수비 능력을 보였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 가담으로 결정적인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한 아틀레티코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는 공을 잡고 밀고 올라오는 과감성까지 보였다. '아틀레티코는 수비가 강한 팀'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은 시메오네와 고딘이 오랫동안 호흡하며 팀을 구축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2018년 7월 6일 오후 11시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우루과이의 디에고 고딘을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우루과이 국가대표팀 당시 디에고 고딘(오른쪽) ⓒ AP/연합뉴스

 
매 시즌 30경기에 가까운 출전 기록을 한 고딘은 영원히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이끌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 시즌부터 찾아온 노쇠화로 인해 수비수로서의 전체적인 능력이 떨어졌다. 이번 시즌, 가비에 뒤를 이어 주장이 되었지만 고딘은 예년만 못한 실력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노련함 가득한 모습으로 무너져가던 아틀레티코 수비를 바로잡았고 리그 2위와 리그 최소 실점 1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고딘은 올 시즌을 끝으로 라리가 기준 273경기를 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이별할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는 동안 라리가 1회, 유로파리그 2회 등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1등 공신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저평가 받는 수비수'로 불렸다. 라리가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우루과이 국가대표팀 등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그는 이렇다 할 개인 수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개인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클럽 최전성기를 이끈 최고의 주장이자 최고의 수비수였다.
 
로마 원클럽맨 꿈꾼 로마의 황태자, 씁쓸한 이별
 
로마의 황제가 프란체스코 토티라면, 로마의 황태자는 다니엘레 데로시였다. 2001년 로마에 입단하며, 오직 로마를 위해서만 헌신한 그는 다른 빅클럽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그에게 다가와도, 그의 선택은 오직 로마였다. 미드필더 위치에서 전투적인 모습으로 수비와 공격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펼치며 만능 미드필더로 불렸고, 2000년대 중후반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토티와 함께 로마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그는 17-18 시즌을 앞두고 은퇴한 토티의 뒤를 이어 주장 완장을 찼다. 해당 시즌 리그 3위와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끌며 주장으로써의 임무를 다한 데로시는 토티의 뒤를 이어 로마의 원클럽맨으로 남는 듯했지만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너무나도 지나버린 세월을 막지 못했고, 로마 구단과의 재계약 문제로 그는 흔들렸다.
 
로마는 그에게 연봉없이 출전 수당만 주는 터무니없는 재계약 조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데로시는 이조차 받아들이려고 했으나 로마는 오히려 공식적 제안을 아예 하지 않았고, 데로시가 역제안까지 했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데로시는 자신이 로마를 떠나야 할 때임을 직시했고 은퇴가 아닌 다른 리그에서 재도전할 것을 밝히며 공식적으로 로마를 떠나기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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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로시 콤파니 고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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