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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의 말이 화제입니다. 한선교 사무총장의 이름은 3일 오후 5시 현재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뒤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3일 오전 9시 50분, 무슨 일이 있었나 
 
국회의사당 본청 228호 앞.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의 '걸레질' 막말은 여기서 나왔다.
 국회의사당 본청 228호 앞.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의 "걸레질" 막말은 여기서 나왔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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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을 좀 볼까요. 3일 오전, 한국당 대회의실인 국회 본청 228호 앞에는 다수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기자는 복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지만, 자리가 모자라기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계단이나 바닥에 앉았습니다. 의자가 마련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의자가 없던 시절의 기자들은 바닥에 앉아있거나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백브리핑'을 기다리는 기자들의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백브리핑'은 공식 일정이 끝난 후 정치인이 기자들 앞에서 회의 결과 등을 브리핑하고, 기자들은 현안 등에 대해 추가로 질문하는 자리를 말합니다. 이날도 기자들은 비공개로 전환된 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길 기다리면서 앞서의 공개발언들을 정리 중이었습니다. 

오전 9시 50분께, 문이 열렸습니다. 바닥에 앉아있던 기자들은 회의실 문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비교적 가까이 앉은 기자들은 엉덩이를 바닥에 댄 채 자리를 이동했고, 비교적 멀리 있던 기자들은 종종 걸음으로 재빨리 붙었습니다. 정치인의 말을 잘 듣고 기록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거리가 중요하니까요. 녹음 음질 확보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이처럼 바닥에 앉은 채 몰려드는 기자들을 보고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기자들이 바지로 국회 복도 바닥을 걸레질 하고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그러나 해당 발언은 바로 기사화가 돼서 한선교 사무총장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걸레질'에 비유한 것 자체가 비하적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한선교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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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사무총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하여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라며 "더 이상 오해의 소지가 없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앞으로 최고위원 회의 후 회의장 안에서 취재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등 열악한 취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해명에도 '걸레질' 발언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그의 과거 '막말' 이력 탓입니다. 

지난 5월 7일, 한국당 사무총장실에서 그가 주재하는 당직자 회의가 열렸습니다. 당시 한 사무총장은 "XXX", "X 같은 놈" 등의 욕설과 폭언을 당직자들에게 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후 한 사무총장은 "부적절한 언행이었음을 인정합니다"라며 "앞으로 회의 진행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할 것이며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에 노조도 사퇴 요구 등의 입장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마무리 됐습니다.

한 사무총장의 언행이 문제가 된 건 이전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2016년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교육부장관)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발언한, '성희롱 논란'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 대표가 사과하는 자리에 찬물 끼얹은 한선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뒷쪽), 정미경 최고위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뒷쪽), 정미경 최고위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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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질' 발언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한국당의 최근 계속된 막말 논란 때문입니다. 이 점이 사실 더 컸습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31일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자리에서 "야만성·불법성·비인간성 부분을 뺀다면, 김정은이가 어떤 부분에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최고지도자를 찬양·고무한,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라는 질타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 정책위의장이 이날(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힌 '유감' 표명을 봐도 그렇습니다. 

그는 이날 "(제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려고 하는 세력에게 빌미가 된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계신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세력에게 빌미가 된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에게 보내는 유감 표명이었습니다. 발언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거나 사과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요.

같은 시기,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의 '골든타임 3분' 막말 논란도 터졌습니다. 그는 지난 5월 31일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 본인 페이스북에 "일반인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다"라며 "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대를 지구 반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 역시 실종자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뒤따랐습니다.

이처럼 주말 내내 한국당 인사들의 '막말'이 뉴스를 장식한 만큼 3일 '백브리핑'의 주요 이슈는 당연히 이 논란에 대한 당 대표의 입장이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저희 당은 사실에 근거한 정당, 사실을 말하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사실을 말씀드리면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드리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각별히 애쓰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당의 대표가 당내 인사들의 막말을 사과하는 자리였는데, 하필 당 사무총장이 그 직전 또 다른 막말을 남기게 된 겁니다. 덕분에 황교안 대표의 '사과'는 그 색이 바래게 됐습니다. 
  
'깔개'와 '걸레' 
 
전임 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김용태 의원. 사진은 2018년 11월 9일 김용태 당시 사무총장이 조강특위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전임 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김용태 의원. 사진은 2018년 11월 9일 김용태 당시 사무총장이 조강특위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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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을 위해 현장에서 '뻗치기'를 하는 기자들에게 정치인들이 이야기를 건네는 건 종종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발언의 뉘앙스나 태도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한선교 사무총장의 전임이었던 김용태 사무총장 시절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김용태 당시 사무총장은 백브리핑을 기다리기 위해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이 추워보인다며 '1인용 바닥 깔개'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깔개는 집회에 자주 사용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기자 개인은 국회에 반입할 수 없는 물건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이후 한국당 공보실에서 깔개를 기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서 앉게 하고, 백브리핑이 끝나면 다시 수거해가고는 했습니다. 

이 같은 '깔개 배부'는 황교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유야무야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김용태 당시 사무총장의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하여 고생한다는 생각"은 진심처럼 보였습니다.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걱정하는 두 사무총장의 차이. '깔개'와 '걸레'의 차이가 유독 크게 다가옵니다.

태그:#한선교, #자유한국당, #백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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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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