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를 모았던 응우옌 콩푸엉의 K리그 도전기가 시즌 중 조기에 마감됐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겨울 임대 영입한 콩푸엉과 상호 합의 아래 임대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천 유니폼을 입고 리그 8경기에 나선 콩푸엉은 단 1개의 공격포인트도 만들지 못하고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됐다.

K리그에서 실력 보여주지 못한 콩푸엉, 시즌 도중 임대 종료
 
 2019년 3월 3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인천 콩푸엉과 수원 최성근이 볼을 경합하고 있다.

2019년 3월 3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인천 콩푸엉과 수원 최성근이 볼을 경합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천이 콩푸엉과 작별을 결정한 이유는 명백하다. 당장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은 현재 K리그1 최하위다. 감독 교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이미 꺼내들었음에도 올 시즌 가장 유력한 강등 후보로 꼽히고 있다. 강등을 면하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며, 현재로선 방법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콩푸엉을 떠나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그가 더이상 팀의 '강등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경기에 나선 콩푸엉은 간헐적으로 찬스를 만들기는 했지만, 냉정히 말해 다른 인천의 공격수들에 비해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인천의 유상철 감독은 '언어 장벽'을 콩푸엉의 문제점으로 제시했지만, 실력만 뛰어나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콩푸엉이 단순히 소통의 문제로 인천에서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됐다는 말을 고스란히 믿을 축구 팬은 사실상 거의 없다.

내년 도입되는 동남아 쿼터의 운명은?

콩푸엉의 도전은 짧았지만, 그가 K리그에 남기고 간 족적은 꽤나 깊다. '베트남의 손흥민'이라 불리는 콩푸엉의 K리그 무대 도전으로 베트남 축구 팬들의 관심이 K리그에 집중됐다.

한국에 거주 중인 베트남인들은 콩푸엉을 보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았고, 베트남 현지 팬들은 온라인 중계 사이트를 통해서라도 콩푸엉의 활약상을 지켜봤다. 인천의 공식 SNS에 매 경기마다 베트남 팬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동남아시아 쿼터'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내년부터 K리그 팀들은 ASEAN(동남아시아 국제기구) 가맹국 국적의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다. 현재 각 구단별로 외국인 선수 3명, AFC(아시안축구연맹) 소속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는 '3+1' 제도는 콩푸엉으로 인해 '3+1+1' 제도로 확대됐다.

연맹의 의도는 분명했다. '콩푸엉 영입'으로 입증된 동남아발 축구 열기로 수익을 발생시키겠다는 의중이 다분히 보였다. 연맹은 동남아 쿼터를 발표하면서 "신설된 동남아시아 쿼터 제도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중계권, 스폰서십 수익 창출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다"라고 밝혀 사실상 경제적 효과를 노린 결정임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특히 연맹 측은 2017년 K리그 올스타전을 베트남에서 진행한 바 있다. 베트남과 태국 등의 거대한 축구 인기는 이미 연맹이 알고 있던 사실이다. 적어도 동남아 쿼터는 단순히 콩푸엉의 인기에 힘입어 우발적(?)으로 연맹이 시도한 제도는 아닌 셈이다.
 
콩 푸엉, K리그 미소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콩푸엉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콩푸엉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때문에 콩푸엉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쿼터는 내년에 예상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만천하에 공개한 새로운 제도를 갑자기 폐지하는 일도 일어나기 어렵기에 동남아 쿼터는 다음 시즌 K리그에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제 문제는 지속성이다. 판은 깔렸지만 정작 가장 핵심인 동남아 선수들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

아시아축구 수준이 평준화되고 있다지만, 한국 축구와 동남아 축구의 객관적인 격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당장 베트남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자원인 콩푸엉이 K리그 적응에 실패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2019년 3월 3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인천 콩푸엉의 모습.

2019년 3월 3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인천 콩푸엉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주 극소수의 구단을 제외하고 K리그1·K리그2 대부분 구단은 허리띠를 꽉 조르고 선수단을 운영한다. 특히 K리그1 팀의 경우 강등이라는 '악몽'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어 외국인 선수 영입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 실력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선수를 먼 미래의 유의미한 수익을 위해 영입하는 것은 K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동남아 쿼터를 도입한 의도는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콩푸엉의 안착 실패로 진정한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리그에 도입된 '동남아 쿼터'의 운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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