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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 주재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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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만남에 대해 '북풍(北風)' 의혹까지 거론했다. 당시 두 사람의 만남에 동석했던 언론인의 해명에 대해서도 '특정 성향'을 의심하며 불신했다.
나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에서 "대한민국 최고 정보권력자와 민주당 내 공천실세 총선전략가의 어두운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당연히 선거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라며 이를 언급했다.
북풍은 1987년 대선 전 'KAL기 폭파 사건'과 1992년 대선 전 '이선실 간첩 사건', 1996년 총선 전 '판문점 총격 사건' 등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돌발행동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뜻한다. 즉, 집권여당 싱크탱크 수장이 국정원장을 만난 까닭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란 변수를 활용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나 원내대표가 '북풍'을 거론한 근거는 당시 두 사람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언론인, 김현경 MBC 기자가 회사 내에서 통일방송추진단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해당 기자가 대북 담당 기자라고 한다, 대북정책 관련 핵심정보가 국정원에 모인다"라며 "북풍 정치가 내년 선거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음지에 머물며 소리 없이 헌신해야 될 자리가 국정원이고 여당의 선거전략을 설계하는 곳이 민주연구원"이라며 "이들이 마치 '지하 선거 벙커'같이 여론을 움직이고 선거를 기획하고 있는 것 아닌지, 정치 퇴보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훈 국정원장의 사퇴도 거듭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정원 스스로 정치개입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민감한 시기에 민주당의 총선 기획자와 만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일 뿐만 아니라 국정원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매우 심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퇴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은재 "친여 성향 방송사 재직 기자가 동석, 총선 협력 방안 논의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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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 참석한 이은재 국회 정보위 간사인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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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 만남에 대한 김현경 기자의 해명은 수용되지 않았다. 김 기자는 전날(28일) 직접 입장자료를 내고 "(당시 만찬 자리는) 양 원장의 귀국 인사를 겸한 지인들의 만남 자리"였다며 "총선 얘기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은 그의 정치적 성향 등을 의심하면서 믿을 수 없는 해명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서울 강남구병)의 주장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집권여당 총선 병참기지를 자처한 이와 친여(親與) 성향 방송사 재직 기자, 국정원장이 만난 것"이라며 "정보기관과 여당, 언론의 총선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인 중에서도 직급이 올라갈수록 굉장히 특정한 성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매체의 성향도 있고"라며 "(동석한 사람이) 언론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모든 게 면죄받을 수 있는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기자가 2012년 대선 이후 '문재인 후보를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라는 취지로 결정된 '재수회' 구성원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 언론인도 특정모임 '재수회'의 멤버 아닌가, 제가 파악하기론 그렇다"라며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다 믿을 수 있는지, 다시 살펴야 할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언론 보도 등으로 추정되는 '재수회' 구성원은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조윤제 주미 대사,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현 여권 인사들이다. 언론인의 참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