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감독, 한국 관객 만날 생각에 흥분 봉준호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희비극이다. 30일 개봉.

봉준호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깐느(칸)는 벌써 과거가 됐다. 한국 관객들의 생생한 관람 소감을 듣고 싶다."

봉준호 감독은 2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진행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영화를 완성하고 개봉을 기다리는 감독의 기대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영화 <기생충>은 지난 26일(한국 시각)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이뤄낸 쾌거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족은 이 영화의 출발점"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주역들 2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시사회에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선균, 송강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희비극이다. 30일 개봉.

2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시사회에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선균, 송강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당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프랑스 칸 현장에서 수상소감을 밝혔지만 일정 때문에 일찍 귀국한 배우들은 영광의 순간에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대부분 새벽 시간 여러 중계방송을 통해 수상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고 한다.

이선균은 "집에서 SNS 라이브 영상을 통해 수상 순간을 지켜봤다"며 "칸에 나도 함께 있는 것처럼 벅차 아직까지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다, 혼자 맥주를 마시며 자축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장혜진 역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너무 놀랍고 행복했다, 새벽에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작은 축하파티도 했다"고 전했다.

<기생충>은 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친구의 소개로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이선균 분)의 저택에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질적인 두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구성원들의 면면을 통해 우리 사회 양극화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은 "(가족은)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뒤섞이는 걸 그려보자'는 게 최초의 출발점"이라며 "2013년 <설국열차> 후반작업을 할 때 이 영화를 구상해서 스토리 라인을 쓰기 시작했다. <설국열차>도 부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얘기이지 않나. 그것은 기차 앞뒤 칸으로 나뉘어 서로 싸우는 SF 장르라면, <기생충>은 똑같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일상과 가까운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영화 대부분의 장면은 두 집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봉 감독 역시 "<기생충>은 제가 만든 영화 중 공간의 숫자가 가장 적은 작품"이라며 미술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집들이 전부 세트라는 것을 칸 현지 영화인들이 거의 알아채지 못해서 매우 뿌듯했다고도 했다.
 
"좁은 공간 안에서 미시적이고 세밀하게, 자세하고 다채롭게 보여줘야 하니까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디테일은 이하준 미술 감독과 그 팀의 공로다. 그들의 장인정신과 집요함이 빛을 발했다. 길거리를 제외하면 100% 세트 촬영이었다. 심사위원장 이냐리투 감독도 '집을 어디서 찾은 거냐'고 묻고 엘르 패닝도 물었다. 그런 질문에서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변장하고 영화관에 가겠다는 봉 감독
 

'기생충' 봉준호 감독, 칸이 선택한 최고 감독! 봉준호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희비극이다. 30일 개봉.

봉준호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 이정민

 
영화에서 두 가족의 '냄새'는 이들의 계급과 현실을 표현하는 주요한 모티프였다.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질문도 등장했다. 봉 감독은 냄새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일상에서) 우리가 서로의 냄새에 대해 이야기 하기 쉽지 않다. 공격적이고 무례한 일인데, 영화에서는 그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 사실 일상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는 많지 않다. 동선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 영화에서는 두 가족이 서로 뒤섞이면서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쓰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법한, 날카롭고 예민한 (영화적) 도구가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첫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만큼 국내 영화인 및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도 매우 높아진 상황. 이를 반영하듯 이날 취재 열기 역시 매우 뜨거웠다. 배우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응원과 애정이 느껴진다. (수상)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 개봉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봉준호 감독 역시 한국 관객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봉 감독은 정체를 숨기고(?) 일반 극장에서 관객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드디어 한국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생한 소감이 궁금하다. 이제 틈만 나면 가벼운 변장을 하고 일반 극장에 가서 좌우에 있는 진짜 관객, 티켓을 사서 정성스럽게 와 주신 관객들이 속닥속닥 이야기 하시는 걸 들어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너무 궁금하다. 관객들이 생생하게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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