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ZA 최우준의 세번째 정규 앨범 < SAZA > 앨범 커버

SAZA 최우준의 세번째 정규 앨범 < SAZA > 앨범 커버 ⓒ Saza Factory

 
SAZA 최우준은 보컬 웅산, 그룹 윈터플레이의 기타리스트로 재즈 신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솔로 활동에서의 최우준은 별칭 '사자'처럼 화려한 기타 연주와 거친 목소리로 이빨을 드러냈다. 2007년 첫 솔로 앨범 발매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그가 지난 4월 24일, 세번째 정규 앨범 < SAZA >로 돌아왔다.

2012년 정규 2집 < SAZA's Blues > 발매 후 최우준은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차기작은 콘셉트별로 구체화해서 사자스(SAZA's)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어언 7년이 흐른 2019년, 3집의 정규 앨범 제목은 록도, 무드도, 메모리도 붙지 않은, 그저 < SAZA >다. 하긴 콘셉트가 중하랴. 멋진 갈기 휘날리며 블루스에 충성하는 SAZA최우준과 든든한 사자 밴드는 음악 하나로 승부를 보는 팀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첫 곡 '그래 가끔'부터 수작임을 알 수 있다. 진득이 그르렁대는 기타 리프가 늘리고 쪼개 놓은 인트로 위에서 똬리를 틀더니, 여유로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그럴 땐 말이야 아주 가끔 말이야 니가 보고 싶어'라는 햇볕 아래 낭만으로 풀어지는 것이 수려하다. 루즈한 도입부 다음 곧바로 'My guy friend'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선택도 좋다. 'Blue gonna blue'를 연상케 하는 빽빽한 구성과 16비트 그루브를 전개하며 사이키델릭한 기타 솔로를 뿜어내고 퍼커션의 원시성까지 더하니 혀가 내둘러진다.
 
 숫사자의 갈기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로 ‘사자’라 불리는 최우준은 <SAZA>에서 고수의 수려한 연주와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숫사자의 갈기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로 ‘사자’라 불리는 최우준은 에서 고수의 수려한 연주와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네이버 온스테이지 유튜브 캡쳐


전체적으로 유니크한 보컬 톤을 살짝 낮추고 연주와 노래의 균형에 더욱 신경을 쏟았다. '웃는 당신은 슬프죠'의 사내가 '왜 이럴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며 조심스러운 마음을 노래하는 광경이 어색하지 않고, 차분한 휴식의 권유와 스티비 레이 본의 열정적인 솔로를 혼합한 '쉬었다가요'도 비율을 잘 맞췄다. 다만 2015년 결혼한 아내에게 바치는 청혼가 '우리 결혼해'에서 겹쳐가는 지미 헨드릭스의 'Little wing'과 'Bold as love'는 과한 기시감이 든다.     

내친김에 최우준은 '사자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 마라'는 'Saza grass'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공격적이고도 정격적인 리프 전개와 다채로운 플레이로 지글대는 기타 연주는 사자의 핵심 철학이 지글대는 록 스피릿임을 증명한다. '니가 먹는 그 풀떼기들을 굳이 내게 강요하지 마 / ... / 나에게 너의 그 싱겁고 심심한 식성을 강요 마'라는 고독한 자부심이 형형히 빛난다. 이런 록적인 터치는 정적인 인트로를 거쳐 무아지경의 기타를 헤비메탈의 문법처럼 풀어내는 '그만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거친 보컬과 그루브 넘치는 기타 플레이로 비타협의 자세를 노래하고 난 후에는 9분짜리 대서사 '연기가 보고 싶다 [금단]'가 펼쳐지는데 이것은 분명한 1960년대 사이키델릭에의 헌사다. 도어스의 'The end'를 연상케 하는 처연한 인트로를 거쳐 지미 헨드릭스의 우드스탁, 크림의 < Wheels Of Fire >가 '연기가 되고 싶다'는 퇴폐의 아지랑이로 피어오른다. < Are You Experienced? >를 닮은 앨범 커버다운, 근래 쉽게 접하기 어려운 용기의 트랙이다.

간결한 제목, 이름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훌륭한 연주와 여유로운 재치, 향상된 접근도의 작품에 여러 수식을 붙였다면 오히려 더 어색했을 테다. 혁신 대신 웰메이드에 수절한 사자는 핏물 뚝 뚝 떨어지는 날 것의 기타를 물어뜯으며 고고히 음악 시장을 거닌다. 고수의 여유롭고도 투철한 기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SAZA 최우준 최우준 재즈 블루스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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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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