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 MBC

 
"그런데 클럽, 성접대 의혹. 이거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승리 사건 때 그대로 드러났던 일입니다. 사실 버닝썬 사태 때 연예계 주변에서는 YG의 기괴한 영업방식, 그러니까 유흥업소 여성들을 모셔다가 접대를 한다. 이런 내용들이 이번 수사에서는 밝혀질 거라고 이런 얘기가 파다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수사에서는 YG에 대해서는 한마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이거다. 왜 승리와 버닝썬 사건이 세상을 뒤흔들었는데도 불구하고 YG는 끄떡없이 '영업'을 이어가는가. 과연 지금까지 경찰 수사를 신뢰할 수 있는 건가, 과연 또 다른 불법과 위법의 정황은 없는 걸까.

그간 위와 같은 MBC <스트레이트> 주진우 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이들이 많았을 듯하다.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추적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 편에서는 이러한 의혹의 일단을 파헤쳤다. 이날 방송엔 불법적인 성접대 의혹과 경찰을 위시한 공권력 유착 의혹, 여기에 VVIP 손님을 위시한 클럽 내 상습적 마약 복용과 이른바 여성 게스트들에 대한 성매매와 성폭력 의혹까지 담겼다.

충분히 의심스러운 정황은 이미 포착돼 왔고, 여기에 YG의 성접대 의혹 등 새로운 정황이 추가됐다. 방송 예고가 나가자, YG는 같은 날 오후 언론에 "접대를 한 적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반면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양현석씨는 1주일 가까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다가 어젯밤 자신의 성접대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박해왔습니다"라고 밝혔다. 한데 그 입장이 버닝썬 사태를 지나오며 보여줬던 그간 YG의 대응과 거의 다를 바 없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었다. 이날 <스트레이트>는 "MBC 취재진이 승리씨의 구속영장을 단독으로 입수했는데 성매매 알선 혐의가 확인된 것만 12번"이라며 "그 중에서도 클럽 아레나를 통한 성접대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의 이번 방송을 보면, 버닝썬 사건과 강남 클럽 범죄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스트레이트>에서 방송된 YG의 '성접대 의혹'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 MBC


보도에 따르면, 2014년 7월 버닝썬 성폭행 피의자인 태국인 밥과 당시 할리우드 등 세계 연예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의 재력가 조 로우를 위한 접대 자리가 강남의 한 고급식당에서 열렸다고 한다.

<스트레이트>는 취재를 통해 당시 식당을 통째로 빌려 진행된 접대 자리에 YG 측과 재력가들의 만남이 최소 세 차례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한 만남이 이뤄진 자리에 양현석 대표와 YG 소속 한류스타 가수가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들이 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스트레이트>는 당시 접대 자리를 목격한 제보자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인터뷰를 익명과 대역으로 처리했다.

"YG 사람들과 재력가를 포함해 남성 8명 정도가 식당 가운데에 앉아 있었고 그 주변으로 초대된 여성 25명 정도가 있었습니다. 여성 중 10명 이상은 YG 측과 잘 알고 지내는, 일명 정 마담이 동원한 화류계 여성들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대된 일반인 가운데는 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 황하나씨도 있었습니다." (목격자 B)

"당시 식사를 마친 일행 대부분이 양현석씨와 관련 있는 강남 클럽 NB로 건너가 테이블을 잡고 놀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초대된 여성들과 함께 어울렸고, 양현석씨는 난간에서 지켜보고 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매번 자리마다 술집 아가씨들이 정말 많았고..." (목격자 A)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 MBC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 MBC

  
최근 마약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황하나씨가 과거 참석한 접대 자리를 목격했다는 제보자는 해당 접대 전날에도 YG 측과 재력가들이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외국인 재력가들이 마음에 드는 여성들을 선택해 숙소로 갔고, 그 여성들이 주로 다음날 OOO식당의 저녁 식사에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성매매 정황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목격자는 방송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매번 자리마다 술집 아가씨들이 정말 많았고 이 중 재력가들이 맘에 들어하는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2차도 있었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이 재력가들이 타고 온 전용기를 타고 해외에도 같이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보자가 언급한 유명 가수와 양현석 대표의 입장은 어땠을까.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제보자가 언급한 유명 가수는 "접대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있어 인사를 하러 간 것"이라면서 "성접대가 있었는지는 모른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다만 그 자리에 여성이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여성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정 마담은 아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양현석 대표의 입장은 어땠을까. 제작진은 이렇게 설명했다.

"양씨는 '당시 식사와 클럽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지인의 초대로 참석했을 뿐이고 식사비 등도 자신이 계산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주선한 소위 접대 자리가 아니었고 실제로 성접대로 이어졌는지는 전혀 모른다, 또 당시 참석한 외국인 재력가들과는 이후에 추가 접촉도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양현석씨는 '화류계 여성들을 동원한 정 마담은 아는 사람이라면서 여성들이 왜 참석했는지는 모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마약투약과 성매매 의혹... YG 측은 '사실무근' 주장 중

아직까진 의혹 수준의 내용이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제보자는 "경찰에 진술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반면 YG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스트레이트>가 방송한 내용 중 경찰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좀 더 확실하고 명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정황은 비단 YG의 성접대 의혹이 전부가 아니었다.

버닝썬의 VIP 고객이자 양현석 대표가 참석한 접대 자리에 동석한 태국인 남성 밥. 태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상류층 재력가로 알려진 그는 자국 방송에서 자신의 피의 사실과 승리와의 관계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우리 경찰의 수사 역시 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스트레이트>는 밥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으로부터 사건 당일 YG의 자회사인 연예기획사 YGX의 이사 김아무개씨가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당시 피해자가 (물뽕에 의해) 기억을 잃었던 술자리에 승리가 대표로 있던 YGX의 이사가 동석했고, 또 승리의 최측근이자 황하나씨의 마약사건에 연루된 DJ이자 마약 공급책 오아무개씨가 함께 있었다는 것.

이날 <스트레이트>는 지난 4월 23일 방송된 '버닝썬 1탄'편에 이어 전 버닝썬 관계자, 전직 클럽 직원, 미성년자 게스트 등 다수의 제보자를 통해 버닝썬과 아레나 등 강남 클럽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마약투약과 성매매 정황도 재차 다뤘다. 강남 클럽에 출입했다는, 당시 미성년자였다던 한 여성 제보자의 설명은 가히 충격적이다.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 MBC

 
"제일 최고 물게(물 좋은 게스트)가, 제일 어렸던 애가 14살인가? 찍었던 것 같고 담배보다 구하기 쉬운 게 마약이라고 하는 정도니까, 강남이 진짜 최악이죠. 몸도 다 망가지고 맛도 다 가버리고 룸으로 빠진 애들도 있고 아직 클럽에 있는 애들도 있어요. 그때 빚 아직도 갚고 있으니까.

오피스텔에 주사기는 기본적으로 있고요. 약하고 완전히 맛 간 상태에서 포르노 찍으면 한 100만 원 정도 그렇게 받아요. VIP들은 저희가 미성년자라는 거 다 알고 있죠. 그리고 어린 물게(물 좋은 게스트) 요구했던 거니까. 그리고 MD들이 만약에 나이 있는 여자 (미성년자로) 속였다가 걸리면 VIP 영업 못 받죠. 저희 끝나고 나가면 들어오는 사람들이 소각팀인데 있다고만 들었어요. 근데 나가고 난 다음에 들어오니까 얼굴은 모르고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술값을 지불한 VIP들이 공공연히 미성년자 여성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클럽 MD들이 이러한 여성들을 '조달'한다는 의혹. 이들이 마약투약을 상습적으로 벌인다는 의혹. 이에 앞서 지난달 <스트레이트>는 소위 '소각팀'으로 불리는 클럽 직원들의 실체를 폭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VIP들이 마약을 투약하고 성매매를 벌인 오피스텔 방을 깨끗하게 치우는 일을 한 이들이 바로 클럽의 소각팀이라는 것. 전 클럽 직원들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증언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버닝썬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씨와 또 다른 마약투약 피해자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는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걸까. 한 버닝썬 전 직원의 말에 그 실마리가 담겨 있었다.
 
"오픈 전에 다 모여서 몇 번씩 말해요. 여기는 영업 중에는 경찰 안 들어오기로 버닝썬이랑 얘기가 됐다고. 경찰 사건 얘기 막 하다가 경찰, 감찰 쪽에 돈 많이 먹였다고... (버닝썬) 얘네 머리 진짜 잘 쓴다고, 지구대 이런 애들한테 먹이는 것보다 그 애들보다 훨씬 위에 있는 애들한테 먹이는 게 효과가 좋겠지."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 MBC

 
'버닝썬 2탄'과 경찰 유착 의혹

하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이 "명운을 걸겠다"던 두 달 간의 경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버닝썬에 관련해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혐의는 수사에서 드러난 바 없다. 특히 전 클럽 직원들이 언급한 그 윗선 중 하나로 지목된 이는 바로 버닝썬 이문호 대표와 연결된 이른바 윤 총경. 취재를 담당한 <스트레이트> 고은상 기자는 윤 총경 수사에 대해서도 이렇게 꼬집었다.

"경찰은 역삼지구대를 압수수색하고 통화내역, 금융내역도 확보해 들여다 봤지만 버닝썬과 역삼지구대 사이에는 유착 관계가 없었다고 발표를 했고요. 클럽을 출입한 경찰들도 조사를 해봤더니 미리 테이블 잡고 제 돈 내고 클럽을 출입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클럽 아레나가 문을 연 게 2014년 6월이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경부터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곳이 바로 클럽 아레나인데요. 그때 이 당시 아레나 단속, 지구대 관리를 총괄했던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이 바로 윤 총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날 <스트레이트> 방송에서는 경찰들이 공공연히 해당 클럽에 드나들고, 그도 모자라 경찰 신분증을 클럽 출입증처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클럽 관계자들이 그러한 행태로 인해 경찰들을 우습게 봤다는 정황도 공개했다. 아레나 혹은 버닝썬 등에서 경찰 신고가 이뤄져도 경찰 출동까지 1~2시간이 걸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인근 지구대에서 해당 클럽까지 클럽 손님이 붐비는 새벽 시간 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2분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여러 정황에도 과연 경찰은 자신들의 조직을 믿어달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버닝썬에서 마약 투약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들을 직무유기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경찰이 클럽을 강하게 비호하고 도리어 피해자들을 강압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껏 클럽에서 사건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이 클럽으로 진입해서 정상적으로만 처리했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가 만난 클럽 관계자들은 이번 경찰수사 발표를 코웃음 치며 비웃었습니다. 조만간 클럽에서 이 모든 범죄들이 다시 다 일어날 거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고은상 기자)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YG, 강남 클럽과 커넥션'편 중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는 최근 서울 강남에 문을 열었다는 호화클럽 레이블의 주말 밤 풍경을 화면으로 전했다. 버닝썬이 문을 닫은 지 두 달 만에, 버닝썬 전 직원들이 고스란히 돌아와 해당 클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클럽에서는 버닝썬 사건을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인 김상중의 유행어 "그런데 말입니다"가 음악으로 편집돼 방송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버닝썬, 아레나와 판박이 형태로 운영되는 고급 클럽들이 속속 재개장을 계획하고, 구속된 이문호 대표 역시 지인들을 통해 또 다른 클럽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버닝썬 2탄'이 경찰의 비호 아래 속속 강남에 들어설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경찰의 솜망방이 수사가 계속되는 한. 제작진을 만난 전 클럽 관계자의 비웃음을 두고 경찰 관계자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번에 경찰들이 '거의 뭐 유착은 없다'라고 발표를 했잖아요?"
"(하하하하) 그냥 뭐 이미 위에서 해결을 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버닝썬 YG 승리 스트레이트 양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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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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