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4연패의 늪에서 탈출하며 5위 추격에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4-3으로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주중 3연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게 당한 스윕패의 아픔을 씻어낸 한화는 이날 롯데 자이언츠에게 5-8로 패한 LG트윈스와의 승차를 3경기로 좁혔다(22승27패).

한화는 선발 김범수가 5.1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2번째 투수 박상원이 6회에 등판해 2실점을 내주며 두산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6회 2사 1,2루에 마운드에 오른 4번째 투수가 김재호를 삼구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기를 탈출했고 한화가 7회초 결승득점을 올리면서 7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킨 이 선수는 시즌 2번째 승리를 챙겼다. 송은범, 이태양의 부진 속에 올 시즌 한화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는 안영명이 그 주인공이다.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던 전천후 투수, 어깨 수술 후 구속 저하

충청 지역의 야구 명문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안영명은 2003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부터 3승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안영명은 '괴물' 류현진(LA다저스)이 입단한 2006년 3승 4패 5홀드 3.29를 기록하며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안영명은 2007년에도 5세이브15홀드를 기록하며 이글스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에는 선발 투수로 변신해 11승을 올리기도 했다.

류현진과 함께  한화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를 잡아가던 안영명은 2010년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됐다. 안영명은 2010년 장성호(KBS N 스포츠 해설위원)가 포함된 KIA 타이거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3승 7패 3세이브 3홀드 5.75를 기록한 안영명은 그 해 겨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KIA로 이적한 이범호에 대한 보상 선수로 8개월 만에 한화로 컴백했다. 

2011년 어깨 통증으로 3경기 등판에 그친 안영명은 그 해 겨울 사회 복무 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쳤고 2014년 복귀해 선발 투수로 시즌을 출발했다. 하지만 안영명은 선발로 등판한 6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7.84로 부진했고 쫓기듯 내려간 불펜에서 42경기 7승 2패 2.97의 뛰어난 성적으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특급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안영명-박정진-윤규진으로 이어지는 '안정진 트리오'는 당시 한화 불펜의 자랑이었다.

안영명은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15년에도 박정진과 윤규진, 그리고 FA로 영입한 권혁과 함께 불펜의 핵심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안영명은 부진 끝에 6경기 만에 선발 투수로 변신했고 생애 두 번째 10승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안영명은 어깨 부상에 시달린 2016년 2경기에서 1패20.25라는 민망한 성적을 기록했다. 어깨 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안영명은 그 해 겨울 FA 신청도 하지 못했다.

2017년 서둘러 복귀한 안영명은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이상군 감독 대행은 구위 회복을 위해 안영명을 2군에 보내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결국 안영명은 2017년 25경기에서 1승 8패 5.75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2015년 10승을 올린 후 2년 동안 1승 9패 6.18에 그친 안영명은 이제 하위팀 한화에서도 기대를 받지 못하는 투수로 전락했다. 시즌 후 FA신청을 했을 때도 가치가 떨어진 안영명을 주목하는 팀은 없었다.

FA 2년 계약 후 작년 8승에 이어 올해 1점대 평균자책점 맹활약

2015년 10승 이후 2년 동안 거의 보여준 게 없는 안영명이 FA를 신청하자 한화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안영명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미뤘던 FA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결국 안영명은 해를 넘긴 작년 1월 28일 원소속팀 한화와 2년 12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야구팬들은 2015년 10승을 올렸던 성적을 가지고 10억 원이 넘는 FA계약을 따낸 안영명에게 '협상왕'이라는 조소 섞인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안영명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선발 투수로 10승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한용덕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한용덕 감독은 경험이 많은 안영명을 상대적으로 약한 선발진과 셋업맨 사이를 잇는 불펜 투수로 활용했고 안영명은 53경기에서 8승 2패 8홀드 5.73을 기록했다. 비록 이태양, 송은범, 박상원 등에 비하면 투구 내용은 썩 좋지 않았지만 팀 내 다승 2위를 기록한 안영명은 분명 작년 한화 가을야구 진출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작년 시즌을 통해 한화의 불펜은 KBO리그 최강으로 거듭났고 젊은 투수들을 키우려는 한용덕 감독의 의지 속에 선발 후보에서 탈락한 안영명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한 한화 불펜 투수들의 성적은 대부분 작년에 비해 떨어졌고 이에 따라 안영명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 물론 안영명의 성적이 작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이 필승조로 승격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다.

1984년생으로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안영명은 이제 더 이상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작년 시즌 송은범이 재미를 본 투심을 장착한 안영명은 상대 타자를 피하지 않는 특유의 정면승부와 정확한 제구력을 통해 효과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피안타율 .263에 달하는 안영명의 시즌 평균 자책점이 1.07에 불과한 이유다. 4.6에 달하는 뛰어난 삼진과 볼넷 비율도 안영명의 뛰어난 제구력을 증명해 주는 기록이다.

안영명이 지난 4일과 5일 kt 위즈와의 어린이날 3연전에서 이틀 연속 실점을 할 때만 해도 많은 야구팬들은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던 안영명의 상승세가 끝날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안영명은 이후 다시 9경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며 0점대 평균자책점 재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작년 8승에 이어 올해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는 안영명을 보면 진정한 '협상왕'은 특급 셋업맨을 보장금액 9억 원에 잡은 한화 구단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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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안영명 투심 패스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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