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연예인의 수는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1세대 외국인 연예인으로 꼽히는 이참, 이다도시, 로버트 할리 등은 외국인 특유의 어눌한 발음과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 그리고 밝은 에너지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러브 버라이어티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일본 출신의 유민이나 외국인 여행 버라이어티의 시초가 된 보챙과 브루노 등도 주목 받았지만 활동기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KBS에서 방송돼 큰 인기를 얻은 <미녀들의 수다>를 시작으로 외국인 연예인들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기 시작됐다. 실제로 <미녀들의 수다>로 얼굴을 알린 장사오리(실제로는 재일교포),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에바 포피엘 등은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푸지타 사유리, 구잘 투르수노바, 아비가일 알데레떼 등은 <미스다>가 종영된 지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를 이어 받은 또 하나의 인기 외국인 예능은 2014년 JTBC에서 방송된 <비정상회담>이었다. <미수다>의 남자 버전에 가까웠던 <비정상회담>은 샘 오취리를 비롯해 알베르토 몬디, 타일러 라쉬, 다니엘 린데만, 로빈 데이아나 같은 인기 외국인 방송인들을 대거 배출했다. 그리고 23일 음악 전문 채널 Mnet에서는 <미수다> <비정상회담>과는 또 다른 느낌의 외국인 예능 <유학소녀>가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슈퍼스타K>로 시작해 <프로듀스>로 정점 찍은 Mnet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듀스 48>이 배출한 아이즈원은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최고의 걸그룹 중 하나로 떠올랐다.

<프로듀스 48>이 배출한 아이즈원은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최고의 걸그룹 중 하나로 떠올랐다. ⓒ 오프더레코드

 
1995년 케이블 TV의 송출과 함께 개국한 음악전문채널 Mnet 개국 후 수년 동안 '뮤직비디오 보여주는 채널'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물론 Mnet은 같은 시기에 개국해 2004년 CJ그룹에 인수 통합된 KMTV와 함께 한국의 뮤직비디오 산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Mnet과 KMTV를 통해 뮤직비디오가 활발하게 소개되던 1990년대 중·후반부터 가수들이 경쟁적으로 고퀄리티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까지 뮤직비디오를 상영하는 채널로 유명했던 Mnet이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채널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역시 2010년에 시작돼 8번째 시즌까지 방영됐던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였다. 이미 지상파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대부분 흥행하지 못했던 그때, <슈퍼스타K>는 그야말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시즌을 거듭할수록 힘이 빠지면서 2016년에 방송된 8번째 시즌은 한 번도 시청률 2%를 넘기지 못했을 정도로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슈퍼스타K>가 한때 전 국민적 인기를 끌었고, Mnet이라는 방송국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시즌1 우승자 서인국을 비롯해 허각, 존박, 위너의 강승윤,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 투개월의 김예림 등 <슈퍼스타K>가 배출한 스타들도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다(물론 정준영이라는 끔찍한 흑역사도 있지만).

<슈퍼스타K>로 얻은 명성은 올해 8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로 연결됐다. 물론 경연 과정에서 나온 상대를 향한 심한 디스(상대를 비난하는 내용의 랩)와 일부 출연자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쇼미더머니>는 힙합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쇼미더머니>의 대성공은 <언프리티 랩스타>와 <고등래퍼>의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슈퍼스타K>와 <쇼미더머니>를 통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연 Mnet은 2016년 <프로듀스101>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각 소속사 연습생들의 치열한 경연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I.O.I와 워너원, 아이즈원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글로벌 아이돌로 성장했다. <프로듀스101>의 성공 이후 Mnet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대중적 관심이 함께 증가했음은 물론이다.

10명의 외국인 참가자들이 K-POP을 배우는 비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48> 출신 치바 에리이는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프로듀스 48> 출신 치바 에리이는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 Mnet 화면 캡처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류 가수'라는 말은 일본이나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사랑 받는 가수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K-POP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북미를 휩쓸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지난 2일(한국시각)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듀오/그룹상과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K팝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K팝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해외 팬들의 숫자도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Mnet에서는 K팝을 배우고 싶어하는 세계 각국의 지원자들을 모아 한국에서 춤과 노래, 뷰티, 스타일 등을 배우는 프로그램 <유학소녀>를 선보였다. 아시아의 태국과 일본 참가자부터 아프리카 이집트의 참가자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여성 출연자 10명이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체험하며 최종적으로는 음원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티저영상과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10명의 참가자 중에는 작년 <프로듀스48>에 참가했던 AKB48 소속의 치바 에리이(일본)와 <너의 목소리가 보여6>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마리아(미국)도 있다. 가수 김범수를 비롯해 세븐틴의 승관, 뉴이스트의 JR과 황민현 등 한국 가수들은 물론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방송인 샘 오취리와 헨리, 한국사 강사 설민석과 메이크업 전문가 이사배 등도 출연할 예정이다.

23일 첫 방송에서는 <유학소녀>에 참가할 9개국 10명(스웨덴은 2명)의 출연자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될지 설명하는 데 90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외국인들의 여행 예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Mnet의 전문분야라 할 수 있는 성장형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장점을 뽑아 낸다면 <유학소녀>가 새로운 스타일의 외국인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작년 <프로듀스48>에 참가해 최종순위 33위로 아쉽게 중도 탈락한 에리이는 <유학소녀>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사실에 매우 반가워했다(물론 수줍음이 많은 에리이는 첫 번째 댄스 강의에서 선뜻 랜덤 플레이 댄스에 참여하지 못했다). 과연 <유학소녀>는 오디션과 서바이벌이라는 큰 재미요소가 빠진 상황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안겨주며 외국인 예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Mnet은 <유학소녀>를 통해 외국인 예능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Mnet은 <유학소녀>를 통해 외국인 예능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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