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어느덧 1천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무관심 속에 유기되는 동물도 해마다 늘어나는 중이다.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유기동물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국의 유기동물 숫자는 연간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애완동물을 버리며 사회가 끊임없이 유기동물을 생산하는 상황이다.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은 '도시X자연다큐멘터리' 첫 번째 이야기 '고냥이' 편과 두 번째 이야기 '도시의 묘(描)한 동거' 편을 통해 도시 길고양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간에게 버려져 도둑고양이로 낙인이 찍힌 채로 혐오의 대상으로 몰린 길고양이들. 제작진은 길고양이의 도시 생존기를 통해 도시와 자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방법을 모색한다.

고양이에게 도시는 너무 위험한 곳이었다
 
 < MBC 스페셜 > '고냥이' 편의 한 장면

< MBC 스페셜 > '고냥이' 편의 한 장면 ⓒ MBC

 
지난해 8월 13일 방송된 '고냥이' 편은 "사람들은 종종 잊고 지내는 것 같아요. 이 도시에 우리 고양이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 말이에요"라는 고양이의 의문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부분 색맹과 원시를 지닌 고양이의 시력을 설명한 후 고양이의 시점으로 세상을 보는 장면을 연결한다. 고양이의 생각과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의미였다.

제작진은 도시의 또 다른 구성원인 고양이의 특징과 삶을 소개한다. 고양이는 동체 시력이 인간의 10배에 달한다. 청력은 사람의 5배를 넘어서며 후각은 20만 배 이상이다. 그 외에 몸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특유의 행동인 '그루밍'과 사냥감을 잡는 여러 공격법을 설명한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체취를 묻히고 등을 보이는 행동은 상대를 신뢰하는 최고의 애정 표현임도 알려준다. 도시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놓고 고양이끼리 벌이는 싸움도 나온다.
 
 < MBC 스페셜 > '고냥이' 편의 한 장면

< MBC 스페셜 > '고냥이' 편의 한 장면 ⓒ MBC

 
가장 흥미로운 건 출산 장면이다. 길고양이에게 거리는 출산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장소다. 어떤 공장의 사람들은 새끼를 밴 길고양이를 위해 산실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어미 고양이는 그곳을 거부하고 자신이 선택한 장소에서 새끼들을 낳는다.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은 어미 고양이는 자식들이 혹시나 잘못될까 하는 마음에 태반을 먹으며 곁을 떠나지 않는다. 생후 19일 차 새끼 고양이들이 처음으로 나들이를 하는 장면을 보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길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의 생존율은 4마리 중 1마리에 머문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에 불과하다. 그들에게 깨끗한 물은 귀하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허기를 채운다. 주행 중 동물의 갑작스러운 침입으로 발생하는 사고 '로드킬'로 하루 평균 10.7마리의 동물이 죽는데 이 중에서 고양이의 비중은 81%라고 한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들도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나 인간의 도시는 위험으로 가득하다.
 
 < MBC 스페셜 > '고냥이' 편의 한 장면

< MBC 스페셜 > '고냥이' 편의 한 장면 ⓒ MBC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길고양이보호협회는 협력하여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서울시 관악구에서 시행하는 서식환경개선 사업인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여 중성화수술 후 원래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을 한 사례로 든다. 인간은 고양이들에게 도시의 좋은 친구가 되자며 늦게나마 손을 내밀었다. 3년 차 캣대디인 배용수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고양이 밥을 주면서 오히려 제가 고양이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을 해요. 고양이가 제 옆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어요. 내가 누구한테 위로를 준다는 것도 결국에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이렇게 가만히 옆에 있는 것으로도 된다는 걸 배웠어요."

도시 속에서 겨울을 나는 길고양이의 모습
 
 < MBC 스페셜 > '묘한 동거' 편의 한 장면

< MBC 스페셜 > '묘한 동거' 편의 한 장면 ⓒ MBC

 
지난 6일 방송된 '도시의 묘한 동거' 편의 제목에서 '묘'자는 '고양이 묘(猫)'자가 아닌 '그릴 묘(描)'자를 쓴다. 고양이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거를 그리겠다는 뜻이다. 또한, 바로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도시 길고양이의 삶은 어떨까? 고양이는 "도시에서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죠."라고 대답한다.

'도시X자연다큐멘터리' 2부인 '도시의 묘한 동거' 편은 1부였던 '고냥이'와 겹치는 장면이 많다. 제작 여건 때문인지 반복되는 장면이 많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면에 제작진인 나름대로 정한 1부와 2부의 차이도 뚜렷하다.
 
 < MBC 스페셜 > '묘한 동거' 편의 한 장면

< MBC 스페셜 > '묘한 동거' 편의 한 장면 ⓒ MBC

 
1부가 주로 여름철 길고양이의 삶을 그렸다면 2부는 겨울을 나는 길고양이를 조명한다. 생후 6개월 된 길고양이의 첫 겨울나기를 비롯하여 매서운 한파를 피해 음식점의 환풍기에 숨는 길고양이와 염치 불구하고 실내 배드민턴장에 고개를 내민 길고양이를 화면에 담는다. 길고양이는 각자의 생존법으로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낸다.

2부에서도 고양이와 가까워지는 설명은 계속된다. 먼저, 고양이 행동언어를 풀어준다. 고양이가 급소인 배를 보여주는 건 안정감을 표시하고 상대를 매우 신뢰한다는 걸 의미한다. 무섭고 두려울 때엔 꼬리를 낮추고 몸을 작아 보이게 한다. 꼬리를 위로 치켜세우고 소변을 분사하는 '스프레이'는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다고 느낄 적에 하는 행동이다.

다음으론 길고양이가 앓는 여러 질병을 들려준다. 길고양이는 입과 잇몸, 심하면 목 안쪽까지 염증 및 궤양을 동반하는 치주질환인 '구내염'과 스트레스와 물 섭취 부족으로 인해 통증과 잔뇨감을 느끼는 '방광염'에 시달린다.

길을 잃고 도시를 헤매는 길고양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혼자, 다른 이는 조직을 통해 길고양이를 도와주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유기묘 카페'를 찾는다. 조아연 유기묘 카페 대표는 이야기한다.
 
 < MBC 스페셜 > '고냥이' 편의 한 장면

< MBC 스페셜 > '고냥이' 편의 한 장면 ⓒ MBC

 
"길고양이는 사람한테 해를 끼치거나 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고양이를 예뻐해 줘라', '밥을 줘라'가 아닌, 이 지구에서 같이 사는 한 생명체라고 여기고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큐멘터리 후반부엔 재개발 구역에 머무는 길고양이들이 등장한다. 1960~1970년대엔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는 절실한 존재였다. 쥐를 잡기 위하여 고양이를 수입해야 한다는 호소가 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 재개발, 재건축이 이어지며 고양이는 점차 길과 집을 잃어갔다.

인간과 동물은 원하든, 원치 않았던 자연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카메라가 재개발 구역에 머무는 고양이를 보여주는 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크고 화려한 도시를 건설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동물들에게서 삶의 터전을 빼앗아갔다. 보금자리를 잃은 동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얼마나 많은 동물이 길을 잃어야 할까? 다큐멘터리는 인간에게 '공존'이란 희망이 남았음을 기대한다. 그리고 고양이의 목소리를 빌려서 말한다.

"서로 바라보는 세상의 높이가 다르고, 그래서 우리가 눈을 마주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우리 왠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지 않아요?"
도시 자연 다큐멘터리 고양이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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