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 사전 평가 1~2위'... 디우프(204cm·이탈리아·왼쪽)-앳킨슨(195cm·미국)

'감독들 사전 평가 1~2위'... 디우프(204cm·이탈리아·왼쪽)-앳킨슨(195cm·미국) ⓒ 한국배구연맹

 
올 시즌 여자배구 V리그 성적을 좌우할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 최종 선택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최종 선발 드래프트는 4일 오전 7시 30분(아래 한국시간)에 캐나다 토론토 더블트리 힐튼 호텔에서 실시한다.

여자 프로배구 6개 구단 중 IBK기업은행은 2일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어나이(23세·188cm·레프트)와 재계약했다고 한국배구연맹(KOVO) 측에 통보했다. 현대건설도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였던 마야(31세·187cm·라이트)와 재계약했다. 이로써 두 구단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확정됐다. 나머지 4개 구단은 4일 최종 선발 드래프트에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게 된다.

외국인 선수 선택은 프로구단 감독에게 부담이 크고 책임도 막중한 사안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소속팀의 시즌 성적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선택의 이유와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로서 감독의 역량이 평가받고, 잘못된 경우 그 책임도 전적으로 감독에게 갈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제는 매년 시즌 도중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구단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해당 팀의 성적은 곤두박질치게 된다. 교체에 따른 구단의 금전적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공백 기간 동안 연패를 할 경우, V리그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6개 구단 모두 외국인 선수 교체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것도 대단한 성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3일간 모습으로 V리그 6개월 활약상 예단... '실패의 지름길'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해 시즌 중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물론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잘못된 판단이 1차 원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현행 트라이아웃 방법도 일조를 하고 있다. KOVO 관계자조차 기자에게 "현행 트라이아웃 제도는 분명 좀 더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트라이아웃 실시 기간인 '3일 동안'의 연습 경기 모습을 보고, 외국인 선수를 판단할 경우 치명적인 실책을 범할 수밖에 없다.

트라이아웃 실시 기간인 5월 초는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몸 상태를 갖추지 못한 때다. 리그 일정을 마치고 휴가를 다녀 온 선수들은 더욱 더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공격 파워와 점프가 제대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V리그는 6개월여의 장기 레이스이다. 3일간의 모습으로 6개월치의 활약상을 예단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구단들이 현장 모습과 감독의 감으로 '예상 밖'의 선택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문제는 그런 류의 선택이 상당수 시즌 중간에 교체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이다.

구관이 명관? 실패 더 많다... 최고 외국인은 '꼴찌·낙방 선수'

새롭게 참가한 선수들이 성에 안 차 '구관이 명관'이라는 이유로 재계약한 선수나 과거 V리그 경력자를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사례들을 모아 보니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에 차게 활약한 선수보다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지난 시즌은 재계약과 V리그 경력 선수의 실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V리그 역대 트라이아웃 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트라이아웃 순번이 외국인 선수의 성공과 실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당 시즌에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았던 선수는 상당수가 맨 꼴찌 순번으로 뽑혔거나, 아예 낙방해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온 이들이었다.

2015-2016시즌 전체 5순위에 불과했던 맥마혼(당시 IBK기업은행)은 시즌 중반부터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쳤고, V리그를 마친 뒤에서는 미국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2016-2017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은 메디(당시 IBK기업은행)는 맨 꼴찌 순번(6번)으로 겨우 뽑혔다. 2018-2019시즌 V리그에서 '압도적 득점왕'을 차지한 어나이(IBK기업은행)도 맨 꼴찌로 선택된 선수였다.

반면 전체 1순위이나 중상위 순번으로 선발된 외국인 선수 중에 시즌 도중에 교체되거나 실망스런 결과를 안겨준 사례가 적지 않았다.

V리그 트라이아웃 낙방생이 곧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란 점도 이미 수차례 증명된 바 있다. 낙방생들 중에 수준 높은 해외 리그에서 득점 상위권에 오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의 성공 여부는 뽑는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란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활약한 리그 수준·개인 기록, 그나마 '객관적 기준'

결국 현 제도 하에서 그나마 객관적이고 안정성이 높은 선택은 해당 선수가 최근 몇 년 동안 활약했던 리그의 수준, 직전 시즌의 경기 출장 횟수와 개인 기록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판단하는 것이다.

해당 선수가 한 시즌 전체를 활약한 리그의 수준과 활약상이 V리그 6개월치를 전망하는 데 보다 합리적인 참고자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 이탈리아, 브라질 리그 등 세계 성정상급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와 중하위 리그에서 뛴 선수는 차원이 또 다르다. 유럽 중하위 리그는 한국 V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정상급 리그에서는 상대팀의 블로킹 높이, 공격 파워, 토털 배구 등 여러 면에서 V리그보다 수준이 높다. 그런 리그에서 평범한 기록을 냈다고 해도 V리그의 블로킹 높이와 단조로운 플레이 스타일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트라이아웃 3일간은 부상 여부 등 몸 상태, V리그에 임하는 의지 등만 확인하는 게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선수의 인성 부분도 3일 동안에 파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트라이아웃 이후 '최상급 선수'들... 성공은 감독·구단 몫

감독과 국내 선수, 구단의 역할도 중요한 부분이다. 감독의 안목과 관리·육성 능력, 그리고 팀 플레이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구단과 팀원들의 문화가 잘 어우러질 때,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성공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V리그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플레이보다 외국인과 국내 선수의 비중이 조화를 이룬 팀들의 성적이 더 나아지고 있다.

올 시즌 여자배구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국제대회 명성과 경력, 활약한 리그 수준 등을 감안하면, 지난 2015-2016시즌 V리그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상급이다.

현행 여자배구 외국인 선수 연봉 15만 달러(세금 제외) 체제 하에서 그 이상의 선수가 한국 V리그에 올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아무리 겉 포장이 좋아도 성공과 실패는 결국 감독과 구단이 하기 나름이다. 올 시즌은 중도 교체의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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