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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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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국회가 관련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다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검찰 개혁을 말하던 이도, 경찰 개혁을 말하던 이도 현재 나온 조정안은 '오답'이라고 말한다.

지난 1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검찰 수장이 직접 정부·여당안에 반기를 든 까닭은 무엇일까. 핵심은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준다는 대목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넘긴 다음에야 보완수사 등을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이 여기에 따르지 않거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 침해, 수사권 남용 등이 있을 경우 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또 경찰이 불기소처리한 사건에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이 기록을 다시 검토해 경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개혁론자] "정보·수사권 동시에?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서울지방경찰청사. 2018.4.20
 서울지방경찰청사. 2018.4.2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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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구'나 '요청'이란 단어에서 볼 수 있듯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나 재수사, 문제 경찰의 징계 등을 강제할 수 없다. 개정안에는 검찰과 경찰의 의견이 엇갈릴 때 중간에서 조정할 기관을 만들거나, 경찰 내부 견제 장치를 마련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일종의 중재기구는 외부위원으로 꾸려지는 영장심의위원회뿐이다. 하지만 영장심의위는 이름처럼 영장 청구 문제를 심의하는 기구라 그 역할에 한계가 있다. 2일 경찰청은 '촘촘한 통제장치를 설계했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을 때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 출범한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 정보경찰소위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렇게(경찰 주장대로) 보긴 힘들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12년 수사권을 조정한 뒤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송치하기 전에는 검찰이 수사를 지휘 못한다"라며 "내사사건은 현재도 통제가 안 되는데 이번 조정안은 통제를 더욱 약화한다"고 평가했다.

양 변호사는 이대로라면 검찰을 견제하려다 경찰을 키우는 꼴이라고도 우려했다. 그는 "좀더 넓게 보면 경찰은 보안수사도 하고, 정보와 경력(警力)도 갖고 있는데 이런 집단에 수사권까지 주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사실상 경찰이 모든 부처 위에 있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국민에게는 둘다 권력기관이고 인권침해기관이라 누가 수사를 하든 내부 견제 장치마저 없으면 국민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검찰개혁론자] "검찰 직접 수사 못해야 개혁... 엉뚱하게 수술"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게양된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해외 순방 중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문무일 검찰총장이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4일 귀국할 예정이다. 2019.5.2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게양된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해외 순방 중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문무일 검찰총장이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4일 귀국할 예정이다. 2019.5.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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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이 검찰 권한을 축소해 이들을 견제한다는 '검찰 개혁'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을까. 하지만 2017~2018년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이었던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진) 정윤회 문건 사건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에 분노했다"라며 "검찰이 아예 직접 수사를 못하게 하는 식으로 그 지점을 고쳐야 하는 게 개혁"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범죄, 방산비리, 경찰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등 6가지를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거악 척결'이란 이름 아래 검찰이 도맡아온 분야들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정치·경제권과 얽히고설킨 탓에 검찰 수사 때마다 논란이 불거졌다.

김 회장은 "이 6가지는 오히려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빼앗아야 한다"라며 "개정안은 심장이 아픈데 엉뚱하게 다리 수술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수십 만에 이르는 경찰을 수천 명의 검사가 (수사 지휘로) 견제해왔는데 이제 누가 하냐"라며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 해도 지금 검찰만한 역량과 규모를 갖추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몇 년 내에 형사사법체계가 망가진다"라며 "사법통제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넘겨받은 국회... 330일 안에 해법 내놔야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 사개특위, 패스스트랙 지정 통과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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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역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고, 그 여력을 인권보장과 소추, 공소유지에 집중하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목적인데 이번 개정안에는 그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을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만든 1차 수사권을 전면 박탈하되 경찰 수사를 강력하게 사법통제하도록 권한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경찰의 수사권과 국내정보업무의 분리도 주장했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앞으로 최대 330일간 수사권 조정 논의를 이끌어가며 논란을 잠재우고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촛불민심은 국민에게 고품질의 형사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라며 수사권 조정의 의미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 반사효과로 경찰권이 비대해진 측면은 있는데 그만큼 오남용 위험성도 커졌다"라며 "문무일 총장 발언이 검찰의 권한이 줄어드는 측면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일정부분 일리 있는 지적도 있는 만큼 앞으로 같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수사권 조정, #검찰, #경찰,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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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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