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벽의 약속> 포스터

영화 <새벽의 약속> 포스터 ⓒ 일레븐엔터테인먼트

 
로맹의 어머니 니나(샤를로뜨 갱스부르)는 가난과 온갖 조롱 속에서도 어린 로맹을 극진히 보살펴온 인물이다. 그녀와 로맹은 러시아에서 출생한 유대인이었으나 인종차별이 극심해지자 폴란드로 이주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니스로 이동, 이곳에 정착하게 된다.

로맹의 어머니는 로맹을 향해 장차 프랑스 대사가 될 인물임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그녀가 베풀 수 있는 모든 사랑과 정성을 그에게 쏟아 붓는다. 로맹 또한 단 한 차례도 자신을 향해 사랑을 내려놓은 적 없었던 어머니의 열정에 부응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영화 <새벽의 약속>은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로맹 가리의 삶을 회고하는 자서전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모든 것을 걸고 희생을 감수했던 어머니에게 헌사하는 사모곡이기도 하다.
 
 영화 <새벽의 약속> 스틸 컷

영화 <새벽의 약속> 스틸 컷 ⓒ 일레븐엔터테인먼트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그에 부응하는 아들

영화는 오로지 아들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한 어머니의 우직하면서도 무척 특별한 사랑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냈다. 자신보다 아들을 더 끔찍이 아끼며 사랑하고, 그를 위대한 예술가로 만들기 위해 홀몸으로 헌신한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아들 로맹의 이야기를 그린다.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던 어린 로맹은 영화 속에서 유난히 귀엽고 천진난만한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목숨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첫사랑으로 받아들인 9살 소녀 앞에서 벌인 치기어린 그의 행동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머니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을 어림짐작케 하는 장면이다.

어떻게든 위대한 예술가로 키우겠노라는 욕망을 결코 감추지 않았던 로맹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때로는 무모해보였다. 어린 로맹의 자질이나 역량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녀가 생각하는 방식과 잣대대로만 무조건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영화 <새벽의 약속> 스틸 컷

영화 <새벽의 약속> 스틸 컷 ⓒ 일레븐엔터테인먼트

 
음악적 재능이 없던 로맹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시켰던 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그와는 반대로 정작 로맹이 관심을 보이고 재능을 드러내던 그림에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온갖 시행착오 끝에 그녀가 찾아낸 건 결국 그를 작가로 만들고 말겠다는 야심이었다. 그렇게 하여 로맹은 글쓰기를 시작한다.

어머니는 로맹(피에르 니네이)이 청년으로 성장한 뒤에도 항상 그림자처럼 그의 주변을 맴돌며 그가 작가와 장교 그리고 외교관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지도하였고, 로맹 역시 어머니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영화 <새벽의 약속> 스틸 컷

영화 <새벽의 약속> 스틸 컷 ⓒ 일레븐엔터테인먼트

 
특별했던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이러한 노력 덕분에 로맹은 법대에 진학하게 되었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소설을 출간할 수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군사 훈련을 마치고 전쟁에 투입되어 장교로도 복무하게 된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은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고 갈망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만의 길을 향해 떠날 수 없었던 질곡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열연은 니나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제대로 불어넣었으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광과 배경 음악은 이야기의 감동을 더욱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쟁 신만 놓고 볼 땐 블록버스터급 영화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디테일에 꽤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다.
 
 영화 <새벽의 약속> 스틸 컷

영화 <새벽의 약속> 스틸 컷 ⓒ 일레븐엔터테인먼트

 
누군가는 로맹의 어머니를 향해 자식 사랑이 유난스럽다거나 극성스럽다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 다른 이들은 청년으로 성장한 로맹의 주변을 맴돌며 여전히 자식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언뜻 '헬리콥터맘'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식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믿음을 주는 건 모든 어머니들의 한결같으면서도 보편적인 사랑일 것이다. 비단 로맹이 프랑스 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했던 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새벽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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