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 -미세먼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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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최악의 초미세먼지(PM2.5)가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공기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해졌다. 하지만 그런 '공포'만큼이나 그 '원인'을 둘러싼 '갑론을박' 또한 더해만 갔다.

원인 중 일부를 제공하는 중국에 대한 극심한 불만 만큼이나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한 불평 또한 늘어갔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지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1980~1990년대에 비하면 한층 좋아진 상태란다.

이 뿌옇기만 한 하늘이 과거에 비하면 좋은 거라니, 이렇게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미세먼지' 논란의 진실을 28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미세먼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편이 샅샅이 파헤쳤다. 

미세먼지는 매해 감소한다는데, 왜 하늘은 뿌옇지
 
 <sbs스페셜 -미세먼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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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세먼지와 관련된 장재연 아주대 교수의 주장이 사회적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장 교수의 주장은 산업화가 극에 달했던 1980~1990년대에 비하면 외려 최근 우리 사회의 미세먼지는 그 정도가 덜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큐는 장 교수가 주장했던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통계적 수치를 직접 조사해 봤다.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장 교수의 주장이 맞았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꾸준하게 낮아져 왔다. 고농도 미세먼지도 매해 감소하는 추세다. 심지어 1990년대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금의 2배나 됐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점점 더 대기 환경이 나빠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사람들이 그저 막연하게 공포를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전국 미세먼지 측정소의 지난 4년간 자료를 데이터화 한 결과, 미세먼지가 극심한 1월에서 3월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지속 시간이 2015년 12시간에서 2018년 20시간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객관적 수치상으론 미세먼지 양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예전엔 오전에만 잠시 혼탁하던 하늘이 최근 들어선 하루 종일 뿌옇게 보이니 사람들은 당연히 미세먼지가 더 심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정말 중국으로 부터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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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하루 종일 하늘을 '점거'하는 미세먼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국민 청원에 등장할 정도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베이징에 사는 한 시민은 오랫동안 베이징의 하늘을 매일 아침 촬영해 왔다. 그런 그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베이징의 하늘은 한결 맑아졌다고 한다. 그러면 수치상으로는 어떨까? 제작진이 직접 베이징에 가서 매일 매일 측정해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중국 당국의 발표와 달리 베이징의 공기 질은 우리의 그것보다 훨씬 나빴다. 국제 기준치에 근접한다는 발표와 딴판이었다. 그런데 왜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그건 1년 평균으로 통계를 발표하는 '데이터'의 함정 때문인 것이다. 

그렇게 중국발 스모그의 습격과 함께 우리 사회 '음모론'으로 등장한 것이 하나 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그곳에 있던 공장들을 우리나라와 가까운 산둥성으로 대거 이전했다는 것이다.

물론 베이징에 있던 공장들을 대거 이전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의혹으로 삼았던 산둥성이 아니라, 베이징 외곽에 있는 '허베이성'이 그 대상이었다. 베이징의 하늘이 맑아진 대신 허베이성의 하늘은 스모그로 인해 뿌옇게 변했다.

이렇게 다시 한번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유입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다. 정진상 교수는 중국인들이 즐겨 터트리는 폭죽으로 부터 중국발 미세먼지의 성분을 분석하여 미세먼지의 과학적 원인을 규명해 냈지만, 이걸로 국제적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미국이 캐나다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국제법의 변화에 따라 원인을 제공하는 국가가 그런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선다면 보상을 면해줄 수 있다는 등의 사례가 나오는 터라,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 분야에 과학적인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그와 함께 수치상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어 더더욱 우리나라가 보상을 요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루 12시간씩 미세먼지 측정기와 함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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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만의 문제일까? 이날 다큐의 문을 연 건 미세먼지 측정기다. 하루 종일 배달 일을 하는 경국씨와 매일 학교를 오가는 학생의 등에 인간의 호흡과 동일하게 공기를 빨아들이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달았다. 

그들은 하루 12시간씩 이 '미세먼지 측정기'와 함께 했다. 그린피스와 제작진이 함께 실험에 나선 결과, 하루 종일 배달 일을 하는 경국씨의 경우 미세먼지 측정기의 그래프가 들쭉날쭉하다. 반면 매일 학교를 오가는 학생의 경우 등하교시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 때나 보통일 때나 상관 없이 등하교시에만 급격하게 높아졌다.

제작진과 그린피스가 함께 한 이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은 미세먼지 농도와 상관 없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길이 자동차들이 내뿜고 있는 배기가스로 인해 오염됐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중국'을 지켜보고 있는 사이, 우리 곁의 자동차와 공장 등에서 뿜어내고 있는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장재연 교수가 주장하는 바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저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 1980~1990년대보다 좋아졌다가 아니다. 미세먼지의 농도는 '산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의 미세먼지 질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산업적 결과물'들에 대해 살펴보고 점검하며 이에 대한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져야 할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SBS스페셜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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