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감독은 누구일까?

많은 선택지가 있겠지만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를 빼놓고는 답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울타리 바깥에서 묵묵히 제 길을 가는 몇 안 되는 기둥으로, 다르덴 형제 만큼 전 세계 영화팬의 굳건한 신뢰를 받는 이도 드물기 때문이다.

1999년 <로제타>와 2006년 <더 차일드>로 두 차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다르덴 형제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작가 반열에 제 이름을 올려놓았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이는 모두 9명으로, 알프 셰베리·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빌 어거스트·에밀 쿠스트리챠·이마무라 쇼헤이·미카엘 하네케·켄 로치, 그리고 다르덴 형제가 그들이다. 이 가운데 살아 있는 감독, 다시 최고 수준의 작품을 내고 있는 작가를 추리면 많아야 너덧 정도에 불과하다. 다르덴 형제가 그에 속한다.
 
다르덴 형제의 신작 < Le Jeune Ahmed >는 내달 14일부터 개최되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켄 로치의 영화도 함께 진출해 있어 둘 중 어느 하나가 수상한다면 칸영화제엔 새로운 역사가 쓰이게 된다. 이 시대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이 전인미답의 땅 위로 당당히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 가운데 다르덴 형제의 것보다 나은 영화가 있다면, 그 사실을 이변이라 불러도 지나친 것만은 아닐 테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하다.
 
모두 19편의 영화, 21명의 감독이 경쟁부문에 올랐으나 이번 씨네만세에선 다르덴 형제에 대해서만 소개하기로 한다. 앞서 언급했듯 워낙 훌륭한 감독이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이들을 아는 사람보다 알지 못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257편에서 켄 로치를 먼저 소개했으니 이번 편을 온전히 다르덴 형제에게 쓴다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흔들리는 카메라로 설 곳 없는 이의 뒤를 좇다
 
내일을 위한 시간 <내일을 위한 시간> 촬영 당시 장 피에르 다르덴(왼쪽)과 뤽 다르덴(오른쪽).

▲ 내일을 위한 시간 <내일을 위한 시간> 촬영 당시 장 피에르 다르덴(왼쪽)과 뤽 다르덴(오른쪽). ⓒ 그린나래미디어(주)


다르덴 형제가 한국에서 명성을 얻은 건 2011년작 <자전거 탄 소년> 부터다. 황금종려상을 탄 <로제타>가 개봉조차 못했고 <더 차일드>가 간신히 관객수 5000명을 넘긴 반면, <자전거 탄 소년>은 2만5000명이 넘는 관객이 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CGV가 무비꼴라주란 이름으로 예술영화 전용상영관을 크게 늘린 영향도 적지 않았다. 이후 다르덴 형제의 이름이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2015년 개봉한 <내일을 위한 시간>은 무려 관객수 4만2000여명을 기록했다.
 
한국에서야 2010년을 넘어서 인지도를 쌓았지만 세계 영화계에서 다르덴 형제의 존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6년작 〈약속〉이 브뤼셀국제영화제 최우수 벨기에 영화상을 수상하며 벨기에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했다. 이후 발표한 〈로제타〉와 〈더 차일드〉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거장으로 떠올랐다. 이미 자코 반 도마엘을 넘어 벨기에가 배출한 역대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1987년 첫 번째 극영화 〈거짓〉을 연출하기 전까지 다르덴 형제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다. 십대 후반이던 1970년대 프랑스 극작가 아르망 가티의 문하에서 연극무대를 경험했고, 영상매체의 힘에 눈을 떠 수십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제작했다. 형제가 함께 시멘트 공장과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때의 경험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했을까? 다르덴 형제가 내놓은 다큐멘터리 상당수는 파업현장 등을 돌며 노동자의 삶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극과 다큐멘터리를 거쳐 극영화로 나아갔고, 소외된 자의 삶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며, 다큐의 문법을 많이 활용한다는 점에서 켄 로치와도 비견된다.
 
신작 < Le Jeune Ahmed >는 벨기에에 사는 열세 살 소년 아메드의 이야기다. 아메드가 <코란>의 극단주의적 해석을 접한 뒤 선생님을 죽이기로 계획한다는 설정으로부터 출발했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는 다르덴 형제의 작업방식이 그대로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흔들리는 카메라로 탈계급화된 인물의 뒤를 집요하게 따르는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가 이번에는 또 어떤 사연에 가 닿았을지 궁금하다. 내가 올해 칸영화제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의 절반쯤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시민기자의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7703)에서 다양한 영화이야기를 즐겨보세요.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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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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